최근 부동산 시장은 상승 폭이 둔화하며 관망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이 점차 안정되는 가운데, 지방 광역시는 부산과대구의 침체 속에 광주와 대전, 울산은 완만한 상승 흐름이다. 기타 지방은 전반적인 보합세다. 시장이 위축된 건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와 대출금리 인상이 단행된 영향이 크다. 가계 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대출한도 축소 등의 정책이 반영된 결과다. 물론 밑바탕에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자리하고 있다. 전체적인 대출 정책 내용을 살펴보고, 가계 부채 관리 방향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 방안을 살펴보자.
스트레스 DSR, 전 세계적 금리 인하에 역행
부동산 정책 중 대출 정책은 다른 수단보다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장점이 있다. 곧바로 실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법령 개정 사항이 아니기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금융 당국과 금융기관이 실행만 하면 된다. 그런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대출 정책은 통상적으로 대출 총량 한도를 금융기관별로 제한하는 방식과 수요자의 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방법 등이 활용된다.
대출 총량 조절은 금융기관별로 운영한다. 큰 틀에서 총량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통상 연초에는 한도가 여유 있으나, 연말로 갈수록 한도가 줄기에 수요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출 한도 축소는 수요자 개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현재 대출 한도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의해 정해진다. 은행권은 40%, 비은행권은 50%가 적용된다. DSR 40%는 종전에 적용되던 기준인 총부채상환비율(DTI) 60%보다 훨씬 강화된 비율로, 한도가 절반 가까이 축소된다. 2024년 9월부터 도입된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 인상을 대비, 대출 시점부터 금리를 높게 산정하여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에 역행하는 대출 규제라는 점이다. 사실상 시장흐름에 반하는 정책으로, 명분이 없는 규제다. 또한 소액 보증금을 빼는 방식으로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도 병행된다.
대출 기간을 줄이게 되면 한도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가령 대출 기간을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면 상환 기간이 줄어 대출 금액도 감소한다. 당장 소득이 적은 청년층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연간 소득 대비 상환 금액 비율을 따지는 계산법이므로 상환액이 클수록 한도는 축소된다. 대출 자격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정책 자금 대출은 특정 계층의 수요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소득 등의 기준을 정해서 운용한다.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수요자에게는 한도 축소만큼이나 고통스럽다. 특히 인위적인 인상일 경우 더욱 그렇다.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일반적으로 대출금리도 내려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예금금리는 은행별로 0.2~0.55%포인트 인하했지만, 역으로 대출금리는 올라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대 금리 편차가 커짐에 따라 예금하는 사람과 대출 수요자 모두 피해를 본다. 유독 금융기관만 득을 보는 희한한 구조다. 일상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현상이다. 시장 흐름에 의해 금리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가산금리를 추가하는 인위적인 조절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향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금리 왜곡 현상이 심해지므로 지속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수요자는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부담이 늘게 되고, 그런 만큼 가처분소득이 줄게 된다.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의 저해 요인이 된다.
대출 정책은 대출이 긴요한 수요자에게만 적용될 뿐, 현금 부자에게는 전혀 의미 없다. 가령 부유층은 집을 살 때 보유 현금으로 매입하거나 전세를 끼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출을 받아야만 매입할 수 있는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은 자금 조달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DSR은 모든 대출의 상환 여력을 계산하므로 한도가 나오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는 한 매입을 포기하고, 전세나 월세에 머물러야 한다. 주거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향후 전셋값 상승이예고된 상태인 데다 집값까지 상승한다면 이중고를 겪게 된다. 전형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실수요자 매수 기회 차단하는 대출 규제
주택 시장 측면에서는 무주택자가 집을 사면 시장은 더 안정될 수 있다. 가령 주택 소유가구 비율이 56% 수준에서 65%까지 높아진다면, 가격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추가 매입은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실수요자의 매입은 오히려 장려해야 하는 이유다. 주택 투기가 아니고 실거주 차원이므로 규제 대상이 아니다. 신혼부부라고 한다면 주거 안정은 출산으로 연결될 여지도 크다. 곧 내 집 마련은 출산 장려책도 되는 셈이다.
정부는 가계 부채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규제하고 있다. 가계 부채 지표인 가계 신용은 2024년 2분기 기준으로 1896조2000억원이다. 가계 대출이 1780조원이고 판매 신용은 116조2000억원이다. 가계 대출은 전 분기 대비 13조5000억원이 증가했고, 판매 신용은 3000억원이 늘었다. 2024년 1분기에는 전 분기보다 3조5000억원이 감소했으나 2분기에 증가세로 반전하자 대출 규제에 나섰다. 가계 부채 관리 핵심이 총량 축소에 있는 듯하다. 우선 손쉽게 축소할 수 있는 주택 담보대출이 타깃이다. 1000조원을 상회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실상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 금액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궁극적으로 부채 관리의 핵심은 취약 계층과 저신용자 대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만약 사고가 나면 이 부문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정작 우량 대출인 주택 담보대출은 큰 우려가 없다. 대출 연체율도 제일 낮은 데다 최우선적인 상환 대상이고 사용 가치를 누려야 하는 만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정책 당국은 너무 쉬운 길을 택하고 있다. 총량만 줄어들면 가계 부채 관리의 본질적인 목표가 달성된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주택 담보대출을 줄이려고 이제는 정책 자금 대출인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까지 칼을 빼 들었다. 디딤돌대출은 주택 가격 5억원 내에서 대출은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그야말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제도다. 저소득층 무주택 실수요자는 보호 대상이지 규제 대상이 아니다. 디딤돌대출의 위험도보다 자영업자, 저신용자 등 취약 차주 관리를 최우선적인 관리 대상으로 선정해야 할 일이다. 전세 대출 규제도 재고해야 한다. 전세 세입자는 주거 계층에서 하위에 있는 부류다. 역시 보호 대상일 뿐 규제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월세에 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낮은 금리로 전세 대출을 받아 전세에 머물려는 수요가 대부분이다. 전세 대출이 전셋값을 떠받친다는 인식도 바꿔야 한다. 집값이 오르고 전셋값도 오르니 주거 비용이 큰 월세에 머물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출을 받아 전세에 머물고 싶을 뿐이다.
가계 부채 관리의 핵심은 아주 쉽게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주택 담보대출 축소에 비중을 둘 게 아니라, 실질적인 취약 계층 대출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이런 대책 발표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책은 한계가 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 기간은 길게 가지 못한다.
결국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확대를 통한 수급 안정만이 해결책이다.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있다. 3기 신도시의 용적률(최초 196%)을 1기 신도시처럼 300~350%로 늘리면 된다. 또한 공원 녹지와 자족 용지를 축소하여 주택 물량을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입주까지 5년가량 남은 만큼 20만 호 이상 늘릴 수 있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기존 계획대로 분양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국민이 공급 부족에 계속 노출된다면 대출 규제 등의 수요 억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