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플랫폼은 경제뿐만 아니라 개인 정보 (프라이버시)와 같은  기본적 권리, 개인 간 소통, 미디어 소비 등  일상에서도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셔터스톡
빅테크 플랫폼은 경제뿐만 아니라 개인 정보 (프라이버시)와 같은 기본적 권리, 개인 간 소통, 미디어 소비 등 일상에서도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셔터스톡

인류의 삶의 터전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빅테크 플랫폼(Big Tech Platform)은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넷플릭스, 텔레그램 등 같은 대형 기술 기업을 일컫는다. 이들은 방대한 사용자 기반과 막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미디어, 전자상거래, 검색, 소셜미디어(SNS),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클라우드 컴퓨팅 등 여러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대하고 있다.

빅테크 플랫폼은 경제뿐만 아니라 개인 정보(프라이버시)와 같은 기본적 권리, 개인 간 소통, 미디어 소비 등 일상에서도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플랫폼의 지배력 확대 및 인접 시장으로 지배력 전이, 혁신의 저해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증대되고 있다. 또 빅테크 플랫폼은 이용자의 관심(attention)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통해 사실상 개인 간 사회적 경험,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소비‧유통의 관문(gateway)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 편향성 증대, 유해 콘텐츠 확산, 과도한 광고, 프라이버시 보호 미흡 등 서비스의 질 하락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빅테크 플랫폼과 관련된 몇 가지 이슈로 인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퍼지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 법학 박사, 현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 현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외국변호사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 법학 박사, 현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 현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외국변호사

플랫폼의 '유해 콘텐츠' 유통 책임 커져

첫째, 소위 가짜 뉴스로 불리는 허위 정보 등 유해 콘텐츠 유통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 이슈다. 최근 텔레그램에 딥페이크(deep-fake) 음란물이 대거 유통되는 사건이 있었다. 원칙상으로 불법 콘텐츠는 제작자의 책임이며 이를 유통하는 플랫폼은 제삼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플랫폼도 불법 콘텐츠 유통을 방조할 만한 경제적 동기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유해 콘텐츠와 가짜 뉴스 등 자극적 콘텐츠일수록 사람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고, 그로 인해 광고 수익이 늘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 인공지능(Generative AI)으로 딥페이크 콘텐츠 제작이 쉬워지면서 불법·유해 콘텐츠를 매개로 한 제작자와 빅테크 플랫폼의 사실상 공생관계는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이유로 유럽연합(EU)은 2023년 8월부터 온라인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 차단,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Digital Service Act)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은 연방 차원의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콘텐츠 규제는 없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선거 관련 딥페이크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용자 100만 명이 넘는 플랫폼은 선거 관련 허위 정보와 딥페이크 신고를 접수할 수 있는 창구를 설치해야 하며, 신고를 받은 뒤에는 확인 절차를 거쳐 72시간 내 이를 삭제하거나 AI로 제작됐다는 표지를 달아야 한다.

이런 법적 규제가 속속 도입되면서 빅테크 플랫폼의 자율 규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SNS인 인스타그램은 ‘10대 계정(Teen Accounts)’이라는 청소년 보호 기능을 도입했다. 청소년 이용자의 계정은 모두 ‘비공개’ 가 기본값(default)으로 설정된다. 부모의 자녀 인스타 사용 관리 감독 기능도 강화된다. 

부모의 계정과 연결할 경우, 자녀가 누구와 채팅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자녀의 일일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도 있다.

통신망 사용료에 조세 회피 문제까지

둘째, 망 이용대가 문제다. 이는 빅테크 플랫폼이 통신사업자가 구축한 망을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쟁점이다. 예컨대, 구글이 유튜브를 통해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함에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평균 트래픽 점유율은 구글이 30.6%로 가장 높았다. 

이는 6.9%인 메타, 2.9%인 네이버, 1.1%인 카카오에 비해 크게 앞선다. 이는 망 사용료 계약을 체결한 국내 플랫폼과 대비되어 국내외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국회와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망 이용 계약의 체결을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예컨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는 ‘국내 전기 통신망을 이용할 경우, 망 이용 계약 체결 또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글로벌 이동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투자 비용 분담 필요에 대한 공감대가 지속되면서 EU, 호주,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망 무임승차 방지를 위한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어 지속적인 쟁점이 될 전망이다.

셋째, 조세 회피 쟁점이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의 국내 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그에 비례하는 수준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유튜브 등으로 653억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공시했고 이에 따른 법인세는 155억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한국재무관리학회는 플랫폼 이용 시간, 광고 검색 등을 토대로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을 추정할 경우 최대 12조1350억원에 달하며 법인세는 6229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조세 회피는 재정 손실 외에도 국내 사업자와 불공정 경쟁을 위한 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에 끼워 팔기로 들어가면서 국내 음원 서비스 업체인 ‘멜론’을 제치고 1위 사업자가 됐다.

韓 규제 미준수… 국내법 실효성 키워야

넷째, 국내 규제 미준수 문제다. 빅테크 플랫폼은 한국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존중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가령 과방위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1년 11월 구글 측에 주요 국가 안보 시설에 대한 식별 제한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글은 아무런 답변도 없다. 또 유튜브상 소위 장편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요약한 콘텐츠인 패스트무비(fast movie)는 최근 결말을 보여주면서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지만,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 대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저작권을 비롯한 명예훼손 침해 영상 제작자에 대한 신상 정보 제공에도 응하지 않아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EU는 빅테크의 이런 행태를 막기 위해 디지털시장법과 디지털서비스법을 제정해 빅테크 플랫폼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미국도 법무부가 구글, 애플 등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경쟁촉진법등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이 발의돼 있다. 다만 국내 플랫폼 업계가 해당 법안에 대해 ‘혁신을 저해하고,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법안 통과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플랫폼의 자율 규제 노력을 존중하고지켜봐야 한다. 동시에 플랫폼법 적용 대상을 일정 규모 이상의 거대 플랫폼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빅테크에 대해서는 국내법 적용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