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0월 5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유세에 나선 모습.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0월 5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유세에 나선 모습. /AFP연합

온 세계가 주목한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제는 전 세계가 향후 영향을 전망하고, 영향에 대비하느라 바쁘다.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 그만큼 크다. 미국 대통령 권한이 커지도록 하는 데 기여한 대표적인 정치가는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이다. 1829년부터 1837년까지 대통령직을 맡은 앤드루 잭슨은 엘리트 중심 정치에서 벗어나 보통 사람의 정치 참여를 촉진한 대중 정치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미국 독립 이후 19세기 초까지 대부분 주에서 선거권은 부유한 백인 남성에게만 주어졌다. 정치인은 부유층과 엘리트를 위한 정치를 펼쳤고, 선거권 없는 대중은 외면했다. 잭슨은 일찍 고아가 된 후 독학으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영국과 전쟁에서 영웅으로 떠올라 상원 의원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엘리트 중심 정치 구조에 비판적이었고 보통 사람의 정치 참여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 잭슨 민주주의(Jacksonian Democracy)로 불린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결국 대부분 주에서 선거권의 재산 보유 요건이 철폐됐고 투표권은 모든 백인 남성에게 부여됐다. 

잭슨은 워싱턴 D.C.의 정치 엘리트가 자리를 독점하고 부패한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기득권자 중심의 정치인과 기존 관료제도를 개혁해 보다 공정하고 민주적인 정부를 만들고자 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엽관제(spoils system)’다. 잭슨이 1828년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는 정권 교체와 함께 정부 내 주요 직책에 자신의 정치적 지지자를 임명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워싱턴 D.C.의 기득권 카르텔을 약화하고 자기 정책에 대한 충성도와 지지 기반을 강화하려 했다. 잭슨은 엽관제를 통해 약 10%의 연방 정부 인사를 교체했다. 이 같은 방식은 당시 정치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왔다. 잭슨은 이 제도가 정부의 활력을 높이고, 더 많은 시민에게 공직을 통해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대중의 정부’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봤다.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엽관제가 정치 참여의 폭을 넓히고 더 많은 시민이 정부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기득권 중심의 기존 정치 지배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잭슨의 대중 지지도는 상승했다. 지지자 중심으로 정부를 구성한 그는 강력한 대통령으로 군림했다. 잭슨은 ‘정부 직책은 선거에서 승리한 편의 몫’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엽관제를 통해 충성도 높은 지지자를 정부에 배치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고 정책 의도를 충실하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엽관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정적 측면도 드러났다. 정치적 충성심을 기준으로 임명된 인사의 능력이나 경험 부족으로 정부 효율이 떨어진 것이다. 정치적 지지자가 공직을 대거 차지하면서 이익을 위해 정치적으로 연대하는 새로운 형태의 부패를 확대시켰다. 

이에 체스터 A. 아서(Chester A. Arthur) 제21대 대통령은 엽관제 개혁에 나섰다. 그는 1883년 ‘펜들턴 공무원법’을 제정해 공무원 임용을 시험과 자격에 기초한 채용제도로 전환했다. 현재 미국은 이때 도입한 능력 중심제가 일반 공무원 채용의 제도적 기반이 되고 있으며, 이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근간이다. 

그러나 고위직에는 엽관제가 남아있어서 지지자 중 경험과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나 대중성 높은 인물을 선거 이전에 주요 직책에 임용해 지지자를 결집하는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는 4000여 개로 알려져 있다. 그중 1200여 개는 상원의 승인이 필요하나 나머지 직위는 대통령 재량으로 임명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힘의 원천이다. 온 세계가 미국 새 정부의 인선에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다.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