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 연세대 경영학,전 신영증권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 연세대 경영학,전 신영증권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

11월 5일(현지시각)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반영됐다. 대선 전부터 이미 주가에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을 예상해 수혜 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가 나타난 결과다. 투자자라면 이제는 트럼프 수혜 업종만 보고 투자할 게 아니라, 실제 ‘트럼프 2기 정책’의 수혜를 볼 종목을 선별할 때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 대선 직전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가 대선 직후에 일제히 반등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당선으로 인한 수혜 업종의 부각보다는 정치적 이벤트가 마무리됐다는 것에 시장이 중점을 두고 큰 방향성이 정해졌던 것이다. 반면 올해는 대선 전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고, 대선 후보의 초접전 양상이 지속됐던 여파로 트럼프 수혜 업종 주가가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는 모양새다.

앞으로 나올 트럼프 정책으로 인한 달러 강세 및 원화 약세도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돼 있다고 본다. 지난 7월 트럼프 피격이 있었고, 10월부터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커지며 트럼프 트레이드가 크게 부각돼 주요 가격 변수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트럼프 1기 때는 그가 예상치 못하게 당선된 점이 있으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전혀 의외의 사건이 아니었다. 따라서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의 우려감이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에 과도하게 선반영된 측면도 있다.

이제 대선 불확실성은 차츰 축소되고 있다. 트럼프 공약이 향후 실제 정책에서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분석은 이미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과도했던 불안감은 진정되고 있으며 기대 눈높이도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

수혜 업종 ‘묻지 마 투자’는 지양해야

트럼프 당선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 증시로 돈이 몰렸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정말 펀더멘털이 좋아지는 수혜주의 주가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트럼프 정책의 수혜 업종 자체에 투자하려 한다면 늦었다. 한발 앞서가는 투자자라면 현재 각 종목의 주가에 반영된 불안감 또는 기대감이 합리적인지 벨류에이션을 토대로 종목 선별에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으로 수혜가 가장 적을 것이라고 손꼽히는 업종 중 대표적인 분야인 신재생에너지를 보자. 무조건 주가가 안 좋을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트럼프 당선 이후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 향방은 극명하게 갈렸다. 이미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의 주가는 트럼프 당선 후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면 최근 미국 시장 진출을 발표한 기업은 선별적으로 주가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같은 차이를 알려면 트럼프 정책이 각 기업의 이익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가령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제도 관련 조항 ‘45X’에 따른 세액공제와는 별개로, LG에너지솔루션, SK온, 효성, 현대차, LS, 두산 등 국내 대기업은 트럼프 관련 정책으로 인한 직접적 수혜를 예측하기 어렵다. 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최종안 발표 이후 북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고객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공급망 구축이 앞으로 진행될 예정인데, 국내 업체는 이와 함께 향후 트럼프 정책을 참고해 자체적으로 재료 거래선 등을 재정비해야 한다. 그중에서 북미 OEM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가치 사슬을 확보한다면 수요 증대로 인한 엄청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즉, 종합해 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트럼프 당선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내 공급 비중이 늘어날 모멘텀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2023년 IRA 정책이 발효될 당시 공급망에서 중국 공급선이 배제되는 반사 이익 기대감이 관련 기업의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업종 대신 종목을 선별할 때

그렇다면 국내 기업의 주가는 언제 오를까. 국내 기업은 가치 사슬이 혜택을 볼 만한 정책 이벤트가 시작될 때, 시장의 관심을 다시 받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을 통해 관련 보조금과 AMPC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해 예산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미국 시장에서 중국 공급선이 완전히 배제되면 국내 기업도 주가에 프리미엄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중국과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나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철강등 업종의 관세는 최소 60% 이상으로 적용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만약 미국에서 해당 제품을 생산한다면 독점적 위치에서 공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납품 가격 또한 현재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수주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트럼프 당선에 따른 국내 증시의 전반적인 불안감은 다소 과도한 국면으로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숨겨진 수혜주 찾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변수도 있다. 트럼프 대외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관세 부과와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등이다. 이런 기조가 앞으로 우리나라 수출 및 무역수지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 같은 흐름은 결국 향후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향후 경제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금융시장 참여자가 우려하고 먼저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부과 시나리오에 따라 한국의 총수출액은 최대 448억달러(약 62조4691억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2025년 수출 예상 증가율은 올해보다 둔화한 3.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 수출 둔화는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처럼 발표되는 경제지표에서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이는 국면에서 이 불안을 더 크게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한국은 관세 부과의 직접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미국의 관세 부과 자체가 글로벌 무역을 둔화시켜 경기를 하강시킬수 있다는 점에 대해 투자자는 유의해야 한다. 조 바이든 정부가 시행했던 IRA 보조금 등 한국 산업에 혜택을 줬던 정책이 축소될 수 있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는 시점을 증시 저점으로 보고 대응한다면 너무 늦다. 앞에서 언급했듯 신재생에너지 업종 내에서도 숨겨진 수혜주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트럼프 수혜주를 찾는다면 업종이 아닌 개별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 가령 방위산업 및 우주, 조선,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등 미국 정책에 부합하는 국내 업종 중에서 수혜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똘똘한 종목’을 선별하라는 뜻이다.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