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관세에 집착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성장, 일자리 보호 및 세입 증가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셔터스톡
트럼프가 관세에 집착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성장, 일자리 보호 및 세입 증가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셔터스톡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 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 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으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즉각적으로 맞이하게 될 영역은 통상이라는 것이 일반적 예상이다. 트럼프는 수입 상품에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중국산에 대해서는 60%를, 나머지 국가로부터 수입에 대해서는 10~2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가 관세에 집착하는 것은 이를 미국의 경제성장, 일자리 보호 및 세입 증가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관세 인상은 국가안보법을 비롯한 다양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 권한으로 가능한 만큼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자유무역 축소 통한 일자리 복원 강조

전통적으로 미국의 공화당은 관세를 인하하고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 자유무역을 옹호해 왔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국내 산업 및 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보호무역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양측 모두 자유로운 교역이 미국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1990년대 들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과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은 미국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NAFTA를 통해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로 제조 업체의 이동이 진행됐고, WTO에 중국이 2001년 가입하면서 저렴한 수입품이 미국 시장에 공급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는 큰 폭으로 줄었다. 1994년 NAFTA가 발효됐을 때 미국의 제조업 고용 규모는 약 1700만 개였지만 2016년이 되자 제조업 고용 규모는 1200만 개로 감소했다. 5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 감소 모두가 수입품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유무역을 통한 수입품의 범람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의 분노를 결집해 대통령에 다시 당선된 트럼프로서는 자유무역의 축소를 통한 일자리 복원을 강조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의 관세 부과 공약은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지난 8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비난하면서 당선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그대로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확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은 해외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미국 내 첨단 제조업 육성에 나서는 방법으로 이차전지, 전기차 등 특정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집권당은 공화당에서 민주당을 거쳐 다시 공화당으로 바뀌게 됐지만, 자유무역 축소는 미국 정치권 내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합의 사항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조치는 이전에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역임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주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중국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 NAFTA 재협상을 주도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United States Mexico Canada Agreement) 개편 등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라이트하이저의 변호사 경력 대부분은 수입 철강으로부터 미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는 것에 집중됐다. 

그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만이 수출국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미국의 WTO 가입에 대해서도 미국의 손을 묶어놓음으로써 미국 제조업과 노동자의 피해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트하이저는 21세기에만 17조달러(2경3705조원)의 무역 적자를 기록한 미국으로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관세 철폐를 통한 자유무역이라는 이상은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주장은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이라는 책으로 구체화돼 미국 정치인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차등적 시장 개방 원하는 트럼프

경제적으로 살펴보면, 트럼프의 주장과 기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다. 통상적으로 관세는 수입품의 가치에 비례해 부과된다. 수입 가격 5만달러(약 6972만원)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하면 1만달러가 추가돼 6만달러로 판매된다. 추가되는 1만달러(약 1394만원)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부담하거나, 수입상이 부담하게 된다. 즉 관세 인상은 미국 국민과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긴다. 2017~2020년 인상된 관세로 인한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가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세탁기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로 인한 세탁기 가격은 12% 상승했으며,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는 대당 86달러(약 12만원)를 부담함으로써 연간 총 15억달러(약 2조924억원)를 추가로 내야 했다. 관세 인상에 따른 부담은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분배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관세 부과가 이뤄지면 미국 중위 소득 가구는 연간 1700달러(약 237만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며, 하위 20% 계층의 경우 소득이 약 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관세 부과에 따라 수입품 가격이 인상됨으로써 다시 인플레이션 위협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관세 부과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경우도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지만, 철강 부문의 고용 인원은 8만 명으로 2018년 8만4000명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물론 관세 부과가 없었다면 더 가파른 고용 감소 추세가 나타날 수도 있었지만,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관세 부과가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다른 분야의 원자재로 사용되는 철강 가격이 상승해 타 제조업 분야 고용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관세 부과는 바이든 대통령 시기 시작된 시장과 생산의 결합 경향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상품을 소비해 주는 시장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며, 미국에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는 것을 새로운 규칙으로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자유무역 규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1944년 브레턴우즈에서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에 미국 시장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모두가 관세를 낮추고 환율을 자의적으로 변동시키는 것을 멈출 것을 제안했다. 1930년대 대공황과 연이은 관세전쟁으로 인해 세계 교역이 대폭적으로 축소되고, 그 결과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처 및 시장 확보를 갈구하던 독일과 일본에 의해 세계대전이 발생한 데 따른 반성이자 대안이었다. 미국의 제안은 폐허로 바뀐 여러 나라가 교역을 통해 경제를 재건하고 새로운 발전에 나설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역사적인 결정이었다. 1947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으로 구체화한 자유무역 조치는 최혜국 대우를 비롯한 국제무역의 기본 원칙을 정립했으며, 1994년 WTO 출범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번영과 상호 의존을 토대로 한 평화 정착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트럼프는 이런 자유무역 구조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토대로 다자간 틀을 통한 포괄적 시장 접근이 아닌 양국 간 협상을 통한 차등적 시장 개방으로 무역 질서를 다시 변화시키고자 한다. 지속적인 시장 개방 흐름 속에서 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 발전 모델을 다듬어 온 우리로서는 큰 위기와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