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의 지속적 발전으로 사모펀드가 포트폴리오 가치 평가 방식을 재편할 기회가 펼쳐졌다. 2023년 상반기 말까지만 해도 포트폴리오 가치 평가에 AI를 활용하는 사모펀드는 10%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딜로이트는 향후 5~7년 내 이 비율이 최고 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AI 덕분에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가치 평가 빈도도 높아질 것이다.
사모펀드 투명성 강화, 개인 투자 활성화
최근 수년간 전 세계 규제 당국이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접근성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적격 투자자의 요건을 완화해, 기관투자자나 부유한 개인에게 국한되던 사모 시장을 금융 지식을 보유한 개인에게도 개방토록 했다. 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유럽 장기 투자 펀드에 관한 규정’을 수정해,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장벽을 낮췄다. 규제는 개인 투자 장벽 낮추기뿐 아니라 정보 공개와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도 움직이고 있다. SEC는 최근 사모펀드 성과 보고, 사안별 보고, 감사 보고 규정 준수 요건을 확대했다. 또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가치 평가를 금융 시스템의 중대한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지적했다. EU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과 영국 금융감독청(FCA)도 동일 사안에 대해 성명을 발표했다. 규제 당국이 사모 시장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만큼, 앞으로 관련 규제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는 AI를 적극 활용해 포트폴리오 가치 평가를 더욱 자주 해야 규제 요건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사모펀드 자산(사모 자산)은 고수익, 회복력, 다양성 등의 장점이 있어 투자 열기가 뜨겁지만, 그간 투명성과 유동성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가치 평가가 더 자주 이뤄지면 투명성이 개선돼 기존의 사모 자산 투자자뿐 아니라 새로 유입되는 개인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투명성이 개선되면 유통시장 효율성도 개선되고 규모 확대도 용이해진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사모 시장의 장벽을 낮추려는 규제 당국도 이러한 변화를 반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사모펀드는 가치 평가를 분기별로 실시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기업으로부터 제공된 정보가 사모펀드 가치 평가 모델에 적용되기까지는 수 주 또는 수개월의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가치 평가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사모 자산은 불투명한 자산 클래스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다. 사모 시장 회의론자는 이런 때문에 가격이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리스크를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AI로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 운용이 개선되고 규제 지원이 지속됨에 따라 사모 시장에 개인투자자 진입이 더욱 용이해지면, 위탁운용사는 확대된 투자자 저변을 바탕으로 더욱 많은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가치 평가를 더욱 자주 실시하는 것이 의무화되지 않더라도, 가치 평가 투명성과 빈도를 개선하면 당연히 투자가 한층 활성화될 것이다.

기관투자 포트폴리오의 분모 효과 줄일 것
포트폴리오 가치 평가가 더욱 자주 이뤄지면, 분모 효과에 따른 여러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분모 효과는 특정 자산 클래스의 가치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자산 클래스비중이 늘어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하는 경우를 뜻한다. 연기금과 국부펀드 같은 기관투자자는 사모 자산 투자 한도가 있다. 하지만 사모 자산은 가치가 주식에 비해 시차가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 약세가 지속되면 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 내 사모 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 수 있다. 이 같은 분모 효과가 발생하면 액티브 발행 시장보다 가치 평가 방식이 비효율적인 유통시장에서 사모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이때 포트폴리오 투명성을 개선하면, 애초에 기관투자자가 분모 효과에 따른 왜곡된 비중 때문에 사모 자산을 매각할 이유가 줄어들 뿐 아니라, 유통시장에서 매수 압력이 강해져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줄어든다. 또한 투자 대상과 성과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기관투자자 수요도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가치 평가 프로세스에 AI를 도입하면 편향성과 환각 등 AI 모델 리스크, 사이버 보안 리스크 등도 같이 들여오는 셈이 된다. 적절한 관리와 감독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AI를 도입해 오히려 벌금을 내야 하거나 평판이 악화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자체 규정과 업계를 선도하는 관리 및 감독 방식을 수립해야 포트폴리오 가치 평가 등 핵심 활동에 참신하고도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신기술을 활용하는 선도자가 될 수 있다.
핵심 과제는 맞춤화, 유연성, 투명성
포트폴리오 가치 평가를 더욱 자주 실시하면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자, 위탁운용사, 규제 기관까지 모두 반길 것이다. 하지만 AI 활용에 대한 이해관계자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이를 위해 다음의 핵심 과제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맞춤화│AI 솔루션은 개별 사모펀드의 투자 원칙과 가치에 맞춤형으로 개발돼, 포트폴리오 가치 평가를 어떻게 수행했는지에 대한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AI 툴은 특정 자산 간 비교 분석이 포함 또는 배제된 이유에 대해 애널리스트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투명성│기관투자자에게 더 많은 정보와 투명성을 제공하면, AI의 가치 평가 프로세스가 AI 특유의 ‘블랙박스’화되는 것 아니냐는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AI 기반 가치 평가 방법론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잦아진 가치 평가에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기관투자자가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공공 및민간투자를 포함한 포트폴리오 지속적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규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AI 모델은 가치 평가 관련 규제 변동 내용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핵심 내용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컴플라이언스 책임자의 승인하에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을 가치 평가 프로세스에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AI를 활용하는 것 자체로 컴플라이언스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모펀드는 관련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훈련│다양하고 풍부한 금융 및 비금융 데이터 세트로 AI 모델을 훈련해야 데이터 편향성에 의한 왜곡된 포트폴리오 가치 평가를 방지할 수 있다.
감독│AI 기반 가치 평가 모델은 인간의 개입 없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지만, 결과물의 정확성과 설명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히 프로세스 초기 단계에서는 사람의 감독이 필요하다.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해 포트폴리오 가치 평가를 더욱 자주 실시하면, 자원 투입을 대폭 늘리지 않고도 가치 평가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가치 평가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할수록 최신 투자 정보를 원하는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유리하다. AI로 증강된 포트폴리오 가치 평가 덕분에 사모 자산은 불투명한 자산 클래스라는 오명을 벗고 한층 활성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