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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우 나노 회장 -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신동우 나노 회장 -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뒀다. 트럼프 2기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화석연료의 부활이다. 트럼프 2기는 석탄, 천연가스, 셰일가스, 원유 등의 공급을 확대하고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출 것이다. 값싼 화석연료 사용을 늘려 전기 생산 단가를 1기 재임 시 전력 생산가격(중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전력 생산가격은 중국의 약 세 배다. 비싼 전기 요금은 고물가의 원인이 되고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경쟁력을 낮춰 고용을 감소시킨다. 전력 소비가 많은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등 미래 산업의 경쟁력도 끌어내린다. 화석연료로의 복귀는 미국 거대 에너지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 수익과 일자리 창출을 늘리며 동시에 중국이 강한 전기차, 풍력, 태양광 등의 미국 시장 수요를 감소시키고 중국의 세계시장 경쟁력을 약화한다. 

과거 환경과 에너지는 동전의 양면이었다. 둘 중 하나를 택하려면 나머지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각국은 보조금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각국은 세금 투입의 중심 추를 환경으로 옮겨서 탄소 중립 달성 연도를 경쟁적으로 제시했다. 4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산업에 4년간 총 2조달러를 투자해 관련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풍력, 태양광, 이차전지 설비의 90%는 중국산이 됐고, 현재 미국 발전량에서 화석연료 비중은 60%로, 크게 줄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풍력, 태양광, 전기차, 수소차에 보조금을 지급해 시장성을 확보하는 것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 중국은 지난 20년간신재생 설비를 50배 이상 늘렸지만 여전히 화석연료가 발전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며, 신재생에너지는 15% 내외에 그친다. 전체 화석연료 사용량에서 전기 생산에 사용하는 석탄과 천연가스는 25%다. 그 외 난방 및 조리, 비료 및 식량, 산업연료 등에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비중도 상당하다. 신재생에너지에 ‘진심’인 독일도 에너지 중 화석연료 의존도는 80%에 달한다. 이처럼 에너지산업을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아니라 국가 보조금으로 추진하면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미국을 에너지 독립국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2기의 목표는 미국의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일조할 수 있다. 화석연료 부활을 통해 미국이 세계 최저가 수준의 전력을 공급하고 동시에 세계 최대의 에너지 생산국이 되어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화석연료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고, 미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은 시장 경쟁력이 있으며, 돈 되는 곳에 자발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장 친화적인 자금력도 있다. 미국 에너지산업의 부활은 물가를 잡고, 고용을 창출하며, 미래 산업을 지원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트럼프 2기의 에너지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바이든 정부가 만든 각종 환경 규제 및 친환경 보조금을 철폐하거나 축소해야 한다. 트럼프 1기는 약 100개의 대기·수질오염, 석유 시추 관련 환경 규제를 폐지한 바 있다. 당시는 민주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해 법안 통과 없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만 실행했으나, 2기에서는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과반수인 절대 권력 상황이므로 공약을 법안으로 전환할 수 있다. 

트럼프 2기는 화석연료 생산을 촉진하는 내용의 세제 혜택이나 환경 규제 완화를 실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친환경 법안을 철폐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을 폐지하리라 예상된다. 이런 과정에서 석탄에 비해 유해가스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의 발전을 확대하고 이산화탄소 포집 등 친환경 장치를 붙이는 형태로 청정 가스 발전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듯 트럼프 2기 에너지 정책은 미국의 에너지 자원, 시장, 자금을 활용해 값싼 에너지를 시장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무엇보다 물가와 중국을 잡는 목표를 실현하고자 할 것이다. 

신동우 나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