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강자의 모든 것
TSMC, 세계 1위의 비밀
린훙원│허유영 옮김│생각의힘│ 2만5800원│496쪽│11월 20일 발행

“학생들이 TSMC에 취업한다고? 이럴 거면 우리 대학 석사과정을 폐지하시오!”

오래전 대만대 화학과 석사과정 이수자의 90%가 졸업 후 TSMC에 취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교수가 역정을 내며 이렇게 말했다. ‘수탁(受託) 생산이나 하는 TSMC의 직업훈련소 역할을 하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만에서조차 초창기 TSMC는 수준 낮은 ‘수탁 생산’ 업체라는 인식이 존재했다. 수탁 생산을 위주로 하는 대만 전자 업계 매출총이익률(매출에서 원가를 뺀 마진율)이 3~4%에 불과했으니, 로엔드(저가) 산업이라는 오해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오늘날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의 독보적인 선두 주자다. 올해 3분기에만 235억400만달러(약 32조7740억원)의 매출에, 111억6200만달러(약 15조56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4%, 영업이익은 58.2% 늘었다. 매출총이익률은 약 58%에 달한다. 파운드리 시장 내 지위도 공고해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18년 2분기 56.1%였던 TSMC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올해 2분기 62.3%까지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이 18%에서 11.5%로 떨어졌다.

한때 대만에서조차 무시당했던 TSMC가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대만 반도체 산업만 30년간 취재해 온 하이테크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TSMC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핵심은 고객사보다 강한 연구개발(R&D)과 기술 실력이다.수탁 생산 기업은 고객사보다 기술력이 부족한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TSMC는 자체적으로 핵심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경쟁사보다 수율(양품 비율)을 크게 높였다. 다른 수탁 생산 업종은 고객사가 좌지우지하는 ‘수요자 우위 시장’이지만, TSMC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공급자 우위 시장’을 만들어 냈다. 애플이 TSMC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제2·제3의파운드리 업체를 물색했으나, 끝내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는 제조업을 서비스업처럼 여긴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회장의 전략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란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연설을 사업 전략에 반영한 것이다. 창 회장은 창업 당시 ‘고객의 수요를 출발점으로 삼아 고객이 자기 집처럼 느끼는 반도체 회사를 만들고(국민의), 고객의 수요에 맞춰 경영하고(국민에 의한), 성공의 결실을 고객과 함께 누린다(국민을 위한)’라는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우수한 기술력으로 공급자 우위 시장을 만들어낸 TSMC지만, 고객사가 원하는 대로 생산해 주는 ‘맞춤형 협업 생태계’를 구축한 배경이다. 창 회장은 2017년 한 강연에서 ‘성장과 혁신’이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우리를 수탁 생산 업체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우린 돈을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은행에 가니까.”

물론 TSMC 혼자만의 힘으로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은 아니다. 1987년 설립 당시 대만 정부가 TSMC 초기 자본금 가운데 48%를 투자했다. TSMC 최초 핵심 엔지니어도 국책 연구기관 출신이 맡았다. 여기에 정부가 세금 혜택 등 정책적으로도 지원해 성장을 도왔다. 결과적으로 지금 TSMC는 대만에서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통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는 전략 무기 역할을 TSMC가 한다는 뜻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 기술 기업)에 첨단 반도체를 독점 공급하고 있으니, 미국이 중국을 막아줄 것이란 계산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TSMC의 설립부터 발전, 위기와 극복 과정이 상세하게 담겼다. TSMC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고군분투했던 과정을 추적하다 보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이 기업이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던 비결을 찾게 될 것이다.

미국의 기원, 발전,  그리고 위기까지
병든 민주주의,  미국은 왜 위태로운가

토마 스네가로프, 로맹 위레│ 권지현 옮김│서해문집│ 1만8800원│160쪽│11월 5일 발행

2021년 1월 6일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권 이양을 거부해 벌어진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미국 민주주의는 어디에서 시작됐으며, 앞으로 어디로 향할까. 미국 역사 전문가인 두 저자가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일목요연하게 풀어냈다. ‘트럼프 2기’ 시대 개막을 앞둔 지금 주목할 만한 신간이다.

고성장·고물가·고금리 시대를 준비하는 법
대전환기의 투자전략

신동준│메이트북스│ 1만9000원│308쪽│10월 15일 발행

‘저성장·저물가·저금리’로 대표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제는 ‘고성장·고물가·고금리’의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시대다. 2004년부터 18년 동안 채권 투자 전략과 자산 배분 전략 분야에서 여러 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에 선정된 저자가 이른바 ‘대전환 시기’에 투자자에게 필요한 한국형 자산 배분 전략을 공유한다.

비판적 중국 연구의  새로운 시각
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

이반 프란체스키니,  니콜라스 루베르│하남석 옮김│ 한겨레출판│1만7000원│200쪽│ 10월 31일 발행

우리는 중국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계기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진 반중(反中) 정서가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중국 전문가인 두 저자가 중국을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중국은 무엇인가’ 에서 ‘중국과 세계는 어떻게 얽혀 있는가’로 오늘날 중국을 왜곡 없이 바라보는 인식론적 전환을 주문한다.

일본에서 찾은 소비 비즈니스 트렌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

정희선│원앤원북스│ 2만원│336쪽│10월 24일 발행

트렌드 전문가인 저자가 한국보다 앞서 저성장과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소비 패턴과 이에 대응한 기업의 노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저성장’ ‘Z 세대’ ‘공간’ ‘고령화’ ‘유통’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그에 따른 일본의 비즈니스 전략을 다뤘다.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한국이 맞이할 미래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확인해 보자.

진실을 향한 진실을 향한 
이용준 형사의 죽음이 묻는다

유규진│북랩│1만5000원│212쪽│11월 11일 발행

2010년 지역 경찰과 유흥업소 간 유착을 조사하던 이용준 형사가 지방 어느 낚시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사건을 자살로 처리했다. 그러나 곧 타살 의심 정황이 드러났고, 검찰 수사로 자살이 아니라는결론이 났다. 문제는 타살이라는 증거도 찾지 못해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는 점이다. 한 젊은 경찰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치열한 추적이 이 책에 담겼다.

파워 메탈: 미래를 형성할 자원을 둘러싼 경쟁
(Power Metal:  The Race for the Resources  That Will Shape the Future)

빈스 베이저│리버헤드북스│28.80달러│272쪽│ 11월 19일 발행

리튬, 구리, 코발트 등 미래 필수 자원으로 꼽히는 금속을 두고 전 세계가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호주의 억만장자부터 북극의 인공지능(AI) 탐사 기업가, 나이지리아의 전자 폐기물 수거인까지, 기자인 저자가 세계곳곳의 사람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미래 첨단 산업의 필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경쟁 현장을 들여다보자.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