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천위 지커 부사장- 화중과학기술대(HUST) 컴퓨터공학,  
전 화웨이 근무 /사진 지커

(오)2023년 6월 스웨덴에서 열린 신차 발표회에 전시된 지커 001. /사진 로이터뉴스1
(왼)천위 지커 부사장- 화중과학기술대(HUST) 컴퓨터공학, 전 화웨이 근무 /사진 지커 (오)2023년 6월 스웨덴에서 열린 신차 발표회에 전시된 지커 001. /사진 로이터뉴스1

“안전은 항상 우리의 최우선 순위다. 이를 위해 지커(Zeekr)는 안전 표준을 매번 향상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충전 속도를 자랑하는 배터리 혁신도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그룹 지리(Geely)의 전기차 자회사 지커의 천위(陳禹) 부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커 경영진의 국내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커는 첨단 기술 기업을 지향하는 프리미엄 전기차 회사로, 2021년 첫 모델을 선보였다. 현재 중국 내 네 곳의 연구개발(R&D)센터와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는 비야디(BYD)와 다르게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라인업은 총 8종으로 승용차, 고급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순수 전기차로 구성됐다. 지커는 미국의 중국 전기차 규제에도 올해 5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10월 한 달 동안 총 2만5049대의 차량을 인도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92% 증가한 수치다. 

한국 시장에는 2026년 본격 진출한다. 이를 위해 지커는 최근 지커코리아를 이끌 인물로 현대코퍼레이션, BMW코리아, 폴스타코리아 등을 거친 김남호 대표를 내정했다. 지커는 내년 2분기까지 국내 딜러사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국내에는 주력 모델인 ‘지커 001’과 소형 크로스오버 ‘지커 7X’를 들여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호주, 뉴질랜드 사업을 총괄하는 천 부사장에게 지커의 한국 시장 공략 계획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6월 14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자동차 대리
점 ‘프랭크 오토’에 지커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사진 로이터뉴스1
6월 14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자동차 대리 점 ‘프랭크 오토’에 지커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사진 로이터뉴스1

한국 전기차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 기아 등 주요 경쟁사와 다른 지커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현대차와 기아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지커는 건전한 경쟁이 전체 산업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선택과 첨단 기술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우리만의 특징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 그리고 비교할 수 없는 안전성이다. 안전은 항상 우리의 최우선 순위다. 지커는 가장 높은 글로벌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안전 표준을 지속적으로 향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인 지커 7X는 소비자가 비상 상황에서 숨겨진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자동차 유리창을 빠르게 깰 수 있는 업계 최초의 기능을 도입했다.”

지커는 그러나 중국산 자동차에 늘상 따라 붙는 ‘안전성 떨어지는 차’라는 인식을 깨는 것이 주요한 과제로 보인다. 천 부사장은 줄곧 ‘고성능’과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한국에서 출시할 모델의 주요한 특징은.

“한국 시장 제품 출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배터리 혁신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커가 자체 개발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운전자가 잦은 충전 없이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세계 최고속인) 5.5C(배터리 용량 대비 5.5배의 속도로 충전 가능)의 초고속 충전을 지원해 단 10분 30초 만에 차량을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또한 향상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으로 인해 혹독한 기후 환경에서도 안정적이고 빠른 충전을 가능하게 한다. 영하 10도의 추운 환경에서도 차량은 단 30분 안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빠르고 안정적인 충전 성능을 보장한다. 소비자는 지커의 자체 개발 LFP 배터리 외에도 CATL의 ‘기린(Qi-lin)’ 배터리와 ‘센싱(Shenxing)’ 배터리 중 선택할 수 있다.”

중국 전기차는 국내 소비자에게 생소하다. 지커는 어떤 소비자가 타깃인가.

“지커는 하이엔드 시장을 겨냥하는 글로벌 프리미엄 전기 모빌리티 기술 브랜드다. 지커는 완전히 통합된 소비자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는 지리가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 ‘SEA’를 기반으로, 자체 배터리 기술, 배터리 관리 시스템, 전기모터 기술 및 전기 자동차 공급망을 개발한다. 단순한 자동차 제조 업체가 아닌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가 돼 소비자에게 최고 수준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 소비자에게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예정인가.

“지커는 한국 소비자에게 최고 수준의 포괄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서울과 경기도에 쇼룸을 열어 전방위적 서비스와 원스톱 애프터서비스(A/S)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에서 지커의 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한국 시장은 활기차고 끝없이 진화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더욱 스마트하고 럭셔리한 전기차를 선보여 한국 소비자에게 고급스러운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 브랜드가 안목 있는 한국 소비자에게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 시장으로의 진입은 글로벌 시장 확장 계획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Plus Point

中 전기차, 연달아 韓 시장 진출…전기 버스는 35%가 중국산

경기 파주시에서 중국산 ‘하이거’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사진 뉴스1
경기 파주시에서 중국산 ‘하이거’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사진 뉴스1

현대차·기아의 시장 지배력이 절대적인 국내시장에 중국산 전기차 회사가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BYD는 내년 초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BYD는 전기차를 비롯해 이차전지, 태양광 패널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지난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에서 미국 테슬라를 제치며 세계 1위 업체가 됐다. 국내 전기차 시장 진출에 앞서 BYD는 2016년 전기 지게차·버스·트럭 등을 먼저 선보였다. BYD의 한국 출시 모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형 세단 ‘실(Seal)’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가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스텔란티스와 중국 립모터가 각각 51%, 49%의 지분을 투자한 신생 전기차 업체 립모터인터내셔널도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 버스의 경우 이미 중국산이 3분의 1을 넘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 버스는 2401대다. 국산 제품(1559대·64.9%)을 제외한 나머지(842대·35.1%)는 중국산이다. 중국산 전기 버스가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한 건 2017년으로, 시장점유율을 점차 키워가다 지난해엔 국산 전기 버스 점유율을 앞지르기도 했다. 

다만 정부가 중국산 LFP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한 점은 중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환경부는 올해 초 전기차 보조금을 배터리 성능과 재활용 가치를 따져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LFP 배터리와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로 나뉘는데,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저렴하지만, 출력이 떨어진다. 재활용 가치를 보면 LFP 배터리에서는 리튬만 재활용할 수 있지만, NCM 배터리에서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뽑아낼 수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주로 LFP 배터리를, 국내산 전기차는 주로 NCM 배터리를 쓴다. 새로운 보조금 정책하에서는 중국산 전기차가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국산 전기 버스보다 점유율이 앞서던 중국산 전기 버스가 올해 들어 다시 30%대로 떨어진 것 역시 정부 보조금이 수천만원씩 줄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