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성 감독-경희대 물리학, 예술아카데미대 영화연출 석사,현 포엔터테인먼트 대표, ‘범죄도시’‘카지노(시즌 1~2)’ ‘파인’ 연출 /사진 심민관 기자
강윤성 감독-경희대 물리학, 예술아카데미대 영화연출 석사,현 포엔터테인먼트 대표, ‘범죄도시’‘카지노(시즌 1~2)’ ‘파인’ 연출 /사진 심민관 기자

“작품을 준비할 때 각본(scenario)을 직접 쓰고, 글을 쓰기 위한 취재도 오랜 시간 하는 편이다. 영화 ‘범죄도시’와 드라마 ‘카지노(시즌 1~2)’는 내가 직접 쓴 각본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카지노를 만들 때 현장 관계자를 30회 정도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취재하는 데만 1년 정도 걸렸다.”

강윤성 감독은 11월 7일 인터뷰에서 후속 작품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강 감독은 2017년 영화 ‘범죄도시’로 46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상업 영화 시장에 데뷔했다. 이후 2022년 내놓은 드라마 ‘카지노’가 디즈니플러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부문에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강 감독은 디즈니플러스에서 2025년 공개 예정인 드라마 ‘파인’ 촬영을 지난 10월에 마치고, 최근 ‘카지노’ 시즌 3 각본 제작을 위한 취재 활동에 들어갔다. 강 감독은 “취재와 각본 제작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카지노’ 시즌 3 공개 시점을 밝힐 순 없지만, 시즌 3는 온라인 도박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범죄도시’로 상업 영화 첫 데뷔

취재 후 영화 각본 직접 작성

OTT는 긴 호흡 스토리 전개가 강점

영화감독 데뷔가 상당히 늦은 편이다.

“‘범죄도시’가 없었다면 내가 영화감독의 꿈을 포기했을 것이다. 40대 중반까지 상업영화 데뷔를 못 해서 그만둘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한 3년 정도 ‘범죄도시’ 제작 투자를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불발됐다. 영화감독의 꿈을 접기로 하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2016년 9월 아내와 함께 스페인으로 여행을 갔다. 그런데 투자가 성사됐다는 메시지를 스페인 현지에서 받았다. 감독의 꿈을 포기하고 음식 장사를 하려던 순간 희망의 등불이 켜졌다.”

‘범죄도시’ 개봉 당시 대작과 경쟁했다.

“신인 감독이 만든 ‘범죄도시’로 (‘남한산성’과 ‘킹스맨 골든 서클’ 등) 쟁쟁한 대작과 경쟁해 흥행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극장 확보도 어려웠고, 일주일만 지나면 상영관에서 내려갈 것으로 보는 이도 많았다. 하지만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대작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당시 ‘범죄도시’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인데도 688만 명이 관람해 ‘남한산성(384만 명)’과 ‘킹스맨 골든 서클(494만 명)’을 뛰어넘었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기준 ‘내부자(2015년)’ ‘친구(2001년)’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예상을 뒤엎은 흥행의 비결은 뭘까.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개봉 전 6만 명을 대상으로 무료 시사회를 진행했는데 무료 영화를 본 관객이 주변에 소문을 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개봉 전에는 예매율이 낮았는데, 개봉 후 현장에 가니까 매진되기 시작했다.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무료 시사회를 활용했는데 그 전략이 통했던 것 같다.” 

영화에서 OTT 드라마로 무대를 옮긴 계기는.

“OTT 드라마는 짧은 시간의 영화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카지노' 제작을 위해 넷플릭스를 먼저 찾아 갔다고 들었다.

“도박 관련 이야기 제작을 공중파 방송국에서 응하진 않을 것으로 생각해 OTT 업체인 넷플릭스를 찾아갔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디즈니플러스에서 관심을 보였고 제작 투자를 받았다.”

‘ 카지노’는 최민식 배우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유명하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그런 건 없었다. 대신 내가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을 하다 보니 업무가 과중했다. 하지만 일을 나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드라마는 각본 작가가 따로 있고 연출자가 따로 있다. 하지만 ‘카지노’는 내가 쓴 시나리오 초안으로 시작된 거라 각본을 마무리 지으려면 내가 끝까지 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라 일적인 스트레스도 많았고, 모든 촬영을 6개월 안에 다 끝내야 했다.”

‘카지노’ 시즌 3를 앞두고 시즌 2에서 주인공인 차무식(최민식)을 죽인 이유는.

“차무식의 이야기는 시즌 2에서 끝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도박과 관련한 이야기가 여러 가지 있어서 굳이 차무식 이야기로만 계속 이어갈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도박에 빠진 자의 말로는 이렇다’라는 결말을 보여줄 필요성도 있었다.”

작품을 만들 때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나.

“특정한 메시지를 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밖에 없고, 사람들이 재밌다고 생각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 뿐이다.”

직접 글을 써서 작품을 연출하는 이유는.

“20대 때 ‘저수지의 개들’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 구조를 벗어난 영화였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직접 글을 써서 연출하는 감독이 되겠다고 목표를 잡게 됐다. 나는 작품 속 이야기가 가짜일지언정 관객이 저런 세상이 있을 거라고 믿게 만들어야 하고, 전달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 현실 취재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같이 일해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시카리오’라는 영화에 검사 역으로 출연한 베니시오 델 토로라는 배우와 작품을 함께 만들어 보고 싶다.”

한국 영화 산업을 어떻게 보나.

“한국 영화 산업이 지금 굉장히 어렵다.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많은 영화가 개봉관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투자금 회수가 안 됐다. 신규 자금이 들어와야 제작도 많이 할 수 있는데. 대기업이나 투자사의 돈이 다 묶여버렸다. 영화 제작관련 투자금 규모가 과거에 비해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CJ도 예전만큼 투자를 안 하고 있고, OTT 수요 증가로 극장을 찾는 관객 수도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국내 영화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는 극장이 계속 영화계만 바라보고 있을 것 같진 않다. 극장에서 축구나 야구 경기를 보는 식으로 활용도가 달라질 것 같다.”

국내 OTT 제작 경쟁력은 어떤가.

“한국의 OTT 제작 경쟁력도 예전 같지 않다. 제작비 상승이 경쟁력 저하의 큰 요인이다. 한국 배우의 출연료가 크게 올랐고 다른 부가 제작비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올랐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지 않은 나라가 돼 버렸다. 과거에는 한국만의 독특한 콘텐츠나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웠지만 지금은 좀 약해진 것 같다. 흥행작은 줄고 있고 제작비는 오르고 있다.”

경쟁력을 높일 대안은 없을까.

“인공지능(AI)이 영화 제작비를 많이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도 AI를 활용한 제작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강점은.

“과거 헬레니즘(그리스 문화와 동방 문화의 융합)처럼 한국은 서양과 중국 문화 모두에 친숙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 문화권에서 좋아할 만한 이야기나 요소를 작품에 잘 담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