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돌아왔다. “나는 다시 거래, 큰 거래를 할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것도 불철주야로.” 트럼프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이제 세계 각국과 기구 그리고 기업은 트럼프와 거래해야 한다. 당장은 미국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춰 미국 증시가 트럼프의 당선을 환영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우선의 거래로 세계 교역 질서가 흔들리고, 미국 증시도 이를 반영할 것이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나뉘는 거래의 시대가 시작됐다.

투표 마감 후 개표 결과는 트럼프의 독주였다. 더 놀라운 것은 미국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레드 스위프’가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미국인은 트럼프에게 강한 권력을 위임했다. 이 정도 결과라면 의미하는 바가 명확하다. 미국인은 지난 4년간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민주당이 자신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바이든의 고령도, 트럼프의 피격도, 해리스의 미숙함도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4년간 지켜본 민주당 정책 기조에 대한 평가였다.

트럼프가 다시 소환된 이유는 민주당에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취약 계층 상황은 더 악화했다. 임대료와 식료품 물가는 올랐지만, 불법 이민으로 저임금 일자리를 잃게 됐다. 트럼프는 그 약한 고리를 파고들었다. 부통령 후보로 J.D. 밴스를 지명한 것은 그러한 밑바닥 정서를 읽었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공화당 정책이 미국을 더 강하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증시가 고점을 넘어서고, 달러 강세가 강화된 것은 이러한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이다. 2025년 1월 20일(이하 현지시각) 이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도 이러한 낙관적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미국 증시가 뜨겁지만, 정책으로 인한 변화가 가시화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일례로 트럼프의 1기 대통령 시절 ‘트럼프 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강한 편이었지만, 그 후 4년간 의미 있는 인프라 투자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선 이전과 초기 인프라 관련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트럼프 노믹스의 전부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해 수혜 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를 즐길 시간도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다.

이민·감세 정책에 美 부채 부담 커질 듯

트럼프 공약 중 지체 없이 시행될 정책으로는 이민정책이 있다. 트럼프는 연간 이민자 수를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리려 한다.외국인의 노동시장 유입을 제한하면, 미국 국적자의 취업은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정책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노동 공급이 주는 만큼 임금이 오를 수 있고, 이는 비용 측면에서 물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

감세 정책의 연장 역시 정책 실행의 가시권에 들어서 있다. 2025년 12월 ‘TCJA(Tax Cuts and Jobs Act)’라고 알려진 세금 감면 및 일자리 창출법이 만료된다. 트럼프는 가구 세제 혜택을 유지하고, 법인 세율은 더 낮출 것이다. 정부가 경제를 이끌기보다, 규제 완화와 감세를 통해 민간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이 트럼프의 대안이다.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 경기가 견조한 성장을 이어갔던 배경에는 리쇼어링(reshoring· 생산 기지 본국 회귀)이 있다. 접근 방식이 다를 뿐, 트럼프도 보조금이 아닌 당근과 채찍을 통한 리쇼어링을 강조한다. 트럼프는 법인세를 기존 21%에서 15%로 6%포인트 인하하고, 보편 관세 10%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에는 조건이 있다. 미국 내 생산, 미국인 고용, 아웃소싱 금지를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법인세 인하를 허락한다. 결국 트럼프의 의도는 미국 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관세를 피해서, 미국 안에서 생산해, 법인세 인하 혜택을 누리라는 것이다. 다만 2017년과 달리 인하 폭과 대상 기업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이익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세금을 적게 걷으면, 미국의 재정 적자는더 커진다. 이미 미국 의회예산국은 2034년의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6.9%로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이러한 부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2025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그동안 중지해 놓은 미국 부채 한도 상한선이 재적용된다. 일반적으로 부채 한도 상한선에 도달한 뒤 미국 정부가 우회적인 수단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6개월 정도다. 이 기간에 미국 상·하원은 부채 한도를 정지하거나 폐지하고, 상향하는 방법으로 넘어가야 한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지배하는 레드 스위프 상황에서 트럼프는 부채 한도를 무력화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 적자를 애써 무시하고 넘어가는 미봉책은 지속 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우려 요인으로는 중국 배제 정책이 있다. 바이든이 특정 부문의 위험 요소만 제거하는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이었다면, 트럼프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정책을 제시했다. 중국 배제는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과 블록화 경제의 가속을 의미한다. 탈세계화는 한국 같은 통상 중심 국가에 매우 부정적인 변화다. 트럼프는 2024년 봄 모든 국가의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수입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것을 촉구했다. 당연히 관세만큼 수입 가격이 오른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우려 요인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에는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트럼프 정책의 핵심은 미국으로의 제조업 유입과 이로 인한 일자리 확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민을 최소화함으로써 미국인이 고를 수 있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포함된다. 보편 관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있더라도, 일자리 확대와 임금 상승이 야기할 미국 내 소비 증가 효과를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관세와 감세의 상쇄 정도도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환율·금리 인위적 개입 가능성

환율과 금리도 불안정하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섰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치솟았다.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는 재정 적자를 키우고, 이자를 내기 위한 이자 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자를 내기 위한 미 국채 추가 발행은 미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길 것이다.

더 큰 걱정은 트럼프의 인위적 시장 개입 가능성이다. 트럼프는 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를 공약 전면에 내세웠다.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어떤 거래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배제하고, 친환경 정책을 폐지하고, 관세를 올려 리쇼어링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압박해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려 한다. 환율과 금리에 이와 같은 강압적 방식이 사용될 수 없다고 예상하는 것은 트럼프를 지나치게 무시하는 판단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보편 관세를 시행한 이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으로, 그가 트럼프 당선인이 사용하던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오리지널 사용자라는 점이다. 닉슨 대통령은 미국 무역수지 적자에 대한 불만으로 보편 관세 인상을 시행했고, 그 목적은 마르크화와 엔화의 강세 전환을 위한 협박 용도였다. 올해 11월 금융시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 예상했던 시나리오에서 움직였다. 최선의 조합을 전제로 한 긍정적 흐름이 이어질 거로 보지 않는다. 내각 인선이 발표되고 정책과 발언이 하나씩 구체화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이후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뒤따를 것이다. 

윤지호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전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전 한화증권
투자분석 팀장, ‘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 저자
윤지호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전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전 한화증권 투자분석 팀장, ‘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 저자
위대한 미국 재건을 위한 트럼프의 논리는 자명하다. 미국에서 돈을 벌었다면, 이제 내놓으라는 것이다. “관세는 세계에서 아름다운 단어 중 하나”라고 했던 트럼프의 목소리가 거래 상대방을 향한 협박으로 들린다. 대선에서 이겼듯이 이번엔 미국 우선주의로 다른 국가를 굴복시키려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에 비해 더 확실한 트럼프 색깔을 드러낼 것이다. 큰 거래로 뭐든 얻어내 왔던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윤지호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