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2024년 대표 과제 성과보고회. /사진 사업단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2024년 대표 과제 성과보고회. /사진 사업단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범정부적 지원을 받아 첨단 기술로 무장한 한국 의료 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은 3월 6일 서울 마포구 YTN 사옥에서 ‘2024년 성과 보고회’를 열고 유니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의료 기기 기술 10선을 발표했다.

사업단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437개 연구 과제에 약 8523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사업화까지 의료 기기 개발을 위한 전주기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논문 1805건, 특허 출원·등록 1991건, 임상·비임상 시험 1019건, 품목 인허가 206건, 창업·매출, 투자 유치 등 사업화 성과 167건 등의 성과를 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2021년 86억달러(약 11조9850억원) 수준이던 의료 기기 수출액을 2027년까지 160억달러(약 22조2976억원)까지 확대해 세계 5위 수출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단은 지난해부터 이런 목표를 실현할 가능성이 큰 10대 유망 대표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김법민 사업단장은 “사업단을 통해 추진된 과제 가운데 기술적 진보성이 탁월하거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면에서 매력적인 품목을 선정했다”며 “향후 정부 부처와 산·학·연·병의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를 통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하도록 단절 없이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줄 잇는 세계 최초 의료 기기

토닥이 개발한 인공 달팽이관은 단순한 수입을 넘어 세계 최정상 기술력으로 약 3조원 규모에 달하는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3사는 22채널의 인공 달팽이관을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지만, 토닥의 인공 달팽이관은 세계 최초의 능동 이식형 32채널 인공 달팽이관인 데다 전극 생산과정도 자동화해 대량생산 기반까지 구축했다. 

세계 최초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접목해 폐암 진단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진단 키트를 개발하는 성과도 나왔다. 진씨커는 두 기술을 융합해 암세포 돌연변이 유전자 증폭으로 혈액 내 폐암 유전자 변이를 검출하는 초정밀 체외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인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정상 세포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써 암세포 돌연변이 유전자만을 증폭하는 신기술로, 초정밀 진단법을 구현했다. 환자에게 상처를 내지 않고도 기존 유전자 진단의 낮은 정밀도나 민감도를 극복하게 됐다. 현재는 폐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유방암·난소암·췌장암·대장암까지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메디컬아이피는 3D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현존하는 사물이나 환경을 컴퓨터상에 구현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 모의시험을 통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수술 전 증강현실(AR)로 수술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AR을 반영한 의료 기기로는 세계 최초 기술이다. 

수출 산업화할 ‘국가대표’ 의료 기기

시노펙스가 개발하는 원격 모니터링 이동형 혈액투석 의료 기기는 첫 국산 인공신장기다. 혈액투석 필터와 세균을 완전히 제거하는 이동형 역삼투압(RO) 정수 시스템을 국산화하고, 저유량·고유량 각 5종 등 다양한 형태의 혈액투석 필터 제조 라인과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센스는 현재 전량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패치형 연속혈당측정기(CGM)를 국산화하고 있다. 현재 제품보다 성능을 높여 혈액이 아닌 혈관·조직 외부의 체액에서 포도당을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할 예정이다. 연구 기간은 2022년 4월 1일부터 2025년 12월31일까지로 계획됐지만, 이미 국내 최초로 CGM을 상용화한 데 이어 세계 최고 사양의 초소형 제품도 개발했다.

해외 수출을 앞둔 국산 병리 기기도 있다. 기존에는 암 환자의 암 조직을 검사할 경우, 암세포를 반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일부 추출이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조직을 따로 모아파라핀으로 조직을 고형화한 후 얇은 절편이나 슬라이드로 만들어야 한다. 큐리오시스는슬라이드를 만들지 않아도 디지털 영상화하는 방식으로 진단의 정밀도와 편의성을 모두 잡았다. 대학병원에 이미 공급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MSP 제품 신제품(NEP) 인증을 획득하고 한국무역협회에서 무역의 날 ‘100만불 수출의 탑 상’도 받았다. 현재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판독까지 가능한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메디픽셀의 심혈관 다중융합영상 AI 솔루션은 AI를 이용해 심혈관 협착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 분할·분류는 물론 형태적·기능적으로도 심혈관을 분석할 수 있다. 의사의 의사 결정을 실시간으로 도울 수 있다. 또 혈관 내 초음파 영상과 융합한 것도 세계 최초의 성과다. 식약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아 지난해에만 총 60억원 상당의 계약을 맺었다.

제이엘케이는 1호·최초 타이틀을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코스닥 상장 1호 의료 AI 기업이자 AI 분야 혁신 의료 기술 최초로 비급여 적용을 받은 기업으로, 제이엘케이가 개발한 뇌경색 진료 소프트웨어와 의료 기기는 국내 제1호 ‘혁신의료기기통합심사’ 품목의 영예를 안았다. 해당 제품은 뇌졸중 중에서도 발병 비율이 가장 높은 뇌경색의 원인을 판단하고 중증도를 예측한다. 

사회 공헌할 수 있는 의료 기기

엔젤로보틱스가 만든 착용형(웨어러블) 보행 재활 로봇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해 환자의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착용할 경우 환자의 보행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탑재해 보행력을 지원해 줌으로써 재활 효과까지 극대화할 수 있다. 이미 3등급 의료 기기 허가를 받아 시판 중이고, 2022년에는 건강보험 선별 급여도 가능해졌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추가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뇌졸중과 파킨슨병, 척추 손상 환자도 이용할 수 있어 사회적 공헌도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큐라코의 스마트 배설 케어 시스템은 대소변의 영상 정보를 얻어 배설 횟수나 배설량· 색깔·형태 등을 자동으로 입력한다. 또 시중의 비데처럼 세척과 건조도 할 수 있어 배설 간호 부담을 덜고 간병 인력의 이차감염이나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세계 최초의 기술이기도 하다. 

유병훈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