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국내 당뇨병 환자가 크게 늘었다. 당뇨병 진단을 받았거나 혈당 약을 먹고 있는 환자는 600만 명에 육박한다. 당뇨병 전 단계로 취급하는 고혈당(공복 혈당 100~125㎎) 환자도 급증세다. 실시간 혈당 측정기가 인기 있는 이유다.

연속혈당측정기(CGM)는 손가락을 찌르지 않고 혈당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 기기다. 피부에 패치 형태로 붙이는데,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는 2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굵기의 부드럽고 유연한 바늘(센서)을 찔러 실시간으로 혈당을 측정한다. 

아이센스는 손가락에서 혈액을 채취해 혈당을 재는 자가혈당측정기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국산 1호 연속혈당측정기인 ‘케어센스 에어’를 개발했다. 다국적 의료 기기 기업이 국내시장을 점령했던 2000년대 초반 저렴한 국산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석권했다. 아이센스가 등장하면서 자가혈당측정기 가격은 30만원에서 3만~4만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만난 남학현 대표는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에 삽입된 전극과 효소 시약, 보호막으로 일정한 신호를 발생시키는 나노 기술의 집합체”라며 “자가혈당측정기처럼 연속혈당측정기도 국내 시장을 5년 안에 압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케어센스 에어 2는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된 혈당 측정기인가.

“우리는 최근 케어센스 에어에 대해 유럽 의료 기기 인증(CE)과 국내 식약처에 허가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선택적 보정 가능 기능이 생겼고 초기 안정화 시간도 기존 2시간에서 30분으로 줄었다. 여기에 정확도까지 상향하는 등 스펙을 대폭 개선했다. 케어센스 에어2는 기존 버전보다 센서가 70% 작고 정확도가 향상된 버전이다. 사용 기간이 기존 15일에서 18일로 늘어나 시장에서 사용 기간이 가장 길고, 초기 안정화 시간은 20분으로 단축됐다. 현재 세계 최고 사양 제품이다. 혈당 측정기를 패치형 인슐린 펌프와 연동한 ‘인공 췌장’을 개발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파트너사와 혈당 측정값을 실시간 확인하고, 혈당 관리를 조언하는 서비스도 강화할 예정이다.”

어느 정도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나.

“유럽 시장에서는 헝가리 출시 이후 독일, 영국, 네덜란드, 칠레, 폴란드에 출시했고 나라별 보험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2025년 1분기까지 추가적으로 10개국에 출시 예정이다.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케어센스 에어 2에 대한 임상 시험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2025년 1분기 미국에서 탐색 임상을 시작으로 2027년 말 FDA 승인이 목표다.”

남학현 아이센스 대표-
서울대 화학, 미국 미시간주립대 석사·박사, 현 광운대 화학과 명예교수, 전 광운대 화학과 교수 /사진 조선비즈
남학현 아이센스 대표- 서울대 화학, 미국 미시간주립대 석사·박사, 현 광운대 화학과 명예교수, 전 광운대 화학과 교수 /사진 조선비즈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개발사업단(이하 범부처사업단) 도움이 컸다고.

“시장에 진출해 성공하려면 범부처사업단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범부처사업단은 기업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범부처사업단 주선으로 식약처에 제품의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팔리는 국산 의료 기기를 개발하자’는 범부처사업단의 비전에 공감했다.”

목표는.

“미국 시장 진출에 회사의 명운이 달려 있으므로 꼭 성공하고 싶다. 한국의 전자 의료 기기 기업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한 곳은 아직 없다. 하지만 성공하면 바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아이센스는 케어센스 에어 2로 5년 안에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리서치앤드마켓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세계 연속혈당측정기 시장은 2030년 75억달러(약 10조452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우리 아이센스의 자가혈당측정기 세계 시장점유율은 5%다. 글로벌 시장의 5%만 가져와도 연 50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