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가 되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를 간병하는 일이 큰 사회적 부담으로 떠올랐다. 누워서 지내는 와상(臥牀) 환자의 대소변을 받고 기저귀를 가는 일은 간병인이나 가족이라도 쉽지 않다. 국내 의료 기기 회사인 큐라코가 만든 ‘케어비데(Carebidet)’는 이런 간병 노동을 대신해 준다.

케어비데는 크게 신체 착용부와 본체로 나뉜다. 신체 착용부는 와상 환자의 둔부에 부착돼 대소변을 수집하고, 본체의 오물 수집 통으로 보낸다. 환자가 대소변을 누면 센서가 바로 감지해서 빨아들이고, 비데 기능이작동해 환자 둔부를 물로 닦고 말려주는 방식이다. 오물 수집 통에 모인 대소변은 간병인이 하루에 한두 번 버리기만 하면 된다.

이훈상 큐라코 대표는 5년 동안 와상 환자로 지낸 아버지를 간병한 경험과 위생 환경이 열악한 요양병원을 다녀 본 경험이 케어비데 개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케어비데 개발에만 17년이 걸렸다.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우리 제품의 핵심 경쟁력은 대소변을 센서가 제대로 감지해서 흡입하고 건조까지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누워 지내는 환자의 체형에 맞게끔 제품을 만들고 센서를 최적화해야 한다. 우리가 처음 만든 제품이 이런 부분에 문제가 있어서 일주일 동안 테스트한 뒤에 제품을 다시 만들었다. 하나하나 부딪혀 가면서 데이터를 얻어야 하는 작업이라 제품 개발이 어렵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에 선정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24년 10대 대표 과제에 선정됐다. 작년에는 보건복지부가 145억원 규모로 조성한 사회 서비스 투자 펀드의 1호 투자 기업에 선정됐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에 선정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사업 기회도 더 늘어났다. 개발 과정에도 도움받았다. 범부처사업단의 도움으로 임상 학회 자문 플랫폼 지원을 받아 케어비데의 사용성과 안전성을 높일 방법을 찾았고, 제품 설계 과정에도 여러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 사용자가 전하는 효과는 어떤가.

“환자의 욕창이 낫고, 간병하는 가족도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차의과학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케어비데를 사용하면 중환자실 환자의 실금 관련 피부염, 욕창 위험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번 기저귀를 가는 것보다 환자 건강에 더 긍정적이라는 이야기다.”

시장 전망은 어떤가.

“고령화사회에서 간병 로봇은 필수품이다. 한국은 내년이면 초고령화사회가 되는데, 정작 돌봄 인력 공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케어비데를 찾는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 규모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1조원이다. 장기 요양 환자 가운데 중증인 1~2등급 환자가 2021년 6월 기준으로 국내에 13만5960명이다. 일본이나 미국까지 확대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진다.”

앞으로의 목표는.

“최근 미국 보험청(CMS)으로부터 케어비데에 대해 코드를 발급받아 미국 공적 의료보험 급여 지원 제품에 등재됐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으로부터 큰 규모의 최소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자체 생산 공장을 통한 제조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도 케어비데가 공적 보험 수가 제품에 등재돼 돌봄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게 하겠다.” 

이종현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