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은 말 그대로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신경이다. 심장 박동, 위장관 운동, 호르몬 방출 등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생명 현상을 주관하는 신경을 인간의 의지와는 별개로 작동하게 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만일 심장 뛰는 것을 인간의 의지로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세상에 살아있는 인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나약하고 변덕스러운 인간을 못 믿어서인지 신은 생명을 주관하는 신경을 인간 의지에서 벗어나게 해 놓은 것 같다.
자율신경계는 생명과 관련된 신경이기에 죽느냐 사느냐 하는 ‘위기 상황’에서 항진된다. 도망칠 것인가 싸울 것인가 하는 일촉즉발의 순간에, 심장박동수를 증가시켜 빨리 움직일 수 있게 팔다리에 산소 공급을 해주고, 또한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켜서 빨리 튀어 나갈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순간적인 에너지를 방출하기 위해 호흡도 거칠어지고 숨 막히는 상황도 온다. 자율신경 항진 상태인 가슴 두근거림, 긴장, 숨 막힘처럼 불안 증상과 동일하다. 세상이 험하다 보니 늘 자율신경이 항진돼 있고 우리는 불안과 함께 살고 있다.
불안은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의 리듬이 깨진 것으로 봐야 한다. 불안증을 새가슴이나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 걸리는 병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소위 ‘멘털 갑’ 도 불안증에 힘들어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어떤 이유에서건 한 번 급격하게 자율신경이 항진되면 그 뒤로는 별일 아닌데 반복적으로 자율신경이 제멋대로 뛴다.
그 상태는 우리의 정신력과는 아무 상관 없다. 그런 면에서 불안을 심리적 질환으로만 볼 게 아니라 신체 질환이라는 인식도 필요하다. 그래야 마음이 약하네, 정신력이 부족하네 하는 편견도 줄어들고, 또한 불안한 사람도 자신이 심리적으로 약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자책도 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증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갖고 있다. 단지 그 불안의 정도가 일상생활에 얼마나 지장을 주는가의 차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