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摩天樓·skyscraper),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이 솟아 있는 건물을 뜻하는 말이다. 주로 초고층 빌딩을 가리키는데, 경제성장과 도시화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어느 도시를 가든 그 도시를 대표하는 마천루는 항상 주목받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443m), 두바이의 부르즈할리파빌딩(823m) 등은 해당 도시의 인지도를 크게 상승시켰고,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중심점이 돼 왔다.
현재 서울을 대표하는 마천루는 롯데월드타워(123층·555m)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마지막 숙원 사업으로 우여곡절 끝에 건설됐는데, 서울 어느 산 정상에서 보더라도 이 마천루만큼은 눈에 띌 정도로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마천루는 비단 상업용 빌딩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서 주거(아파트) 가치가 상업(빌딩) 가치를 앞서가면서 앞으로 마천루는 아파트 상품에 지속해서 회자할 트렌드다. 빠르면 2040년쯤에는 땅값이 비싼 한강 변부터 최고 70층 안팎의 초고층 아파트 숲이 들어설지 모른다.
재건축 고층화 열풍 왜 불었을까
재건축 시장에 고층화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한강 변, 해안가에 있는 압구정, 여의도, 성수, 광안리 일대의 재건축 사업지에서는 너도나도 최고 70층, 심지어 99층 높이의 재건축 정비 계획을 수립하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인허가 과정에서 최고 층수는 수차례 변경되겠지만, 어쨌든 최근 보여주고 있는 조합 움직임은 초고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의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서울시는 지난해 초 공개한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에서 서울 내 주거용 건축물 층수 제한(35층)을 폐지했다. 여기에 정부와 서울시는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또한, 지난 10월 금리 인하 단행으로 성장주에 해당하는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지자체의 층수 폐지, 여기에 완화적 통화 기조까지 재건축 사업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아파트 가치의 시대적 변화도 고층화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아파트 평가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중요시했던 가치 요소인 교통, 학군, 편익 시설 등의 수평적 입지보다 조망, 일조, 보안, 환경(소음·먼지) 등의 수직적 입지가 더 중요시되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와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인해 주거 공간이 숙식을 해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나만의 쾌적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집이 일뿐만 아니라 운동, 취미, 엔터테인먼트 등 일과 여가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쾌적성과보안성이 높은 초고층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사치재에 대한 베블런 효과도 고층화 열풍을 키우고 있다. 역사적으로 높은 곳은 권력과 재력의 상징을 의미한다. 주거가 곧 사회적 지위가 되는 현시대, 소수 상류층의 전유물로 자리 잡은 펜트하우스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고급화된 마천루 아파트에 거주할 소비 계층 역시 자산가와 고소득자이며, 희소성 마케팅은 이들의 소유욕에 불을 붙일 것이다.
마천루 아래 숨겨진 비용
마천루의 대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큰 대가는 당연히 사업비 증가다. 사업비는 급증하는 공사비와 건설 기간 연장에 따른 자본 비용이다. 50층보다 높게 지으려면 초고층 건축물 허가 및 공사 기간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현행 법령상 각종 특수 설계와 공법, 피난 안전 구역 설치, 재난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이 적용돼 공사비가 많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50층과 70층의공사비는 특수 설계와 시공 난도를 고려하면 두 배 가까이 차이 날 수도 있다. 최근 사업성 악화를 염려한 양천구와 영등포구 일부 사업장은 최고 60층서 40층대로 정비 계획을 선회하고 있기도 하다.
개발 기간 사업비와 더불어 준공 후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고층 구조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정기적인 점검, 소방 설비 유지·보수, 고성능 엘리베이터 유지, 냉난방 비용, 풍압 대응 설비 등으로 관리비가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많다. 본인 집에 거주하면서 월세를 내는 느낌이라 입주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비용은 아니지만, 생명과 연계되는 안전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재난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는 안전 불감증이라는 꼬리가 돈으로 탄탄히 쌓아 올린 몸통을 흔들 수 있는 중대 사건이 될 수 있다.
비상 상황 시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수십 층의 계단을 타고 과연 내려올 수 있을까. 따라서 화재나 지진 같은 재난 상황에서 신속한 대피를 위해 소방 설비나 대피 구조에 많은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기술혁신으로 도시의 수직 성장 가속할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급격한 공사비 상승과 초고층 아파트에 적용되는 공법상 규제, 특수 설계 및 시스템 구축은 초고층 아파트의 사업성을 떨어뜨린다. 최근 불고 있는 고층화 열풍은 현재도 부촌이면서 한강 변 조망이 가능한 압구정, 여의도, 성수 등 일부 지역에 국한해 바라볼 얘기로 판단된다. 아직은 초고층으로 인한 각종 비용을 감내할 킬링 아이템으로 한강 조망 외에는 마땅치 않다. 한강 조망이 어려운 서울 재건축 지역도 초고층을 계획하면서, 층수 상향에 따른 분양 수입의 증가와 건축비 증가를 열심히 비용 편익 분석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일치하는 층수가 50층을 넘기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