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은 누구에게도 충격적인 일은 아니었다. 올해 전 세계 선거에서 모든 집권당은 강력한 반(反)현직 정서에 부딪혔다. 그는 이런 물결을 타고 승리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올해 선진국 현직 인물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이는 해리스의 치밀한 선거운동, 트럼프의 낮은 인기,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경제가 증명한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이민에 대한 큰 불만 속에서 해리스는 충분치 않았다. 미국을 당파적 반향실(echo chamber·특수 소재로 벽을 만들어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소리를 메아리처럼 울리게 만든 방)로 나누는 양극화한 정보 환경은 해리스가 역풍을 극복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렇게 낮고, 많은 미국인이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정당도 백악관을 지킬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해리스의 패배는 필연적이다.
위험 부담이 높고, 예측 불가능한 미국 우선주의적 외교정책이 줄 수 있는 타격은 2016년보다 더 커졌다.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트럼프는 여전히 자신의 거래주의와 세계 최강국 대통령이 가진 영향력을 통해 외교정책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으나, 일이 잘못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① 트럼프는 강력한 권한과 함께 의회 장악력과 보수적인 대법원 등을 갖추고 취임한다. 그는 대대적인 국내 정책을 추진하고, 연방 정부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며, 제도적 규범을 새로 쓸 수 있는 자유를 얻을 것이다. 트럼프의 복귀는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트럼프 2기의 외교정책은 1기를 반복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지난 재임 기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현재 USMCA),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협정(아브라함 협정),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간 비용 분담, 아시아의 새로운 안보 동맹 등 외교정책을 성공시켰다. 트럼프는 4년 전과 같은 사람이다. 그의 세계관은 물론, 일방주의적이고 거래주의적인 외교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달라진 것도 있다. ②트럼프 2기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바로 실행할 이념적이고 경험이 풍부한 고위 관리로 채워진다는 점이다. 그의 파괴적인 충동을 견제하던 참모와 이를 대체한 미숙한 충성파는 사라졌다. 트럼프 2기 외교정책 참모는 1기 초반 참모보다 더 충성스럽고, 임기 말 참모보다는 경험이 풍부할 것이다.
트럼프가 과거 대통령직을 맡은 이후 세계는 더 위험해졌다. 트럼프의 첫 임기 성과는 저금리와 우호적인 지정학적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지금은 두 곳의 전쟁,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불량 국가와 경쟁 심화, 세계경제 침체,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이 트럼프 리더십에 이전과 완전히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험 부담이 높고, 예측 불가능한 미국 우선주의적 외교정책이 줄 수 있는 타격은 2016년보다 더 커졌다.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트럼프는 여전히 자신의 거래주의와 세계 최강국 대통령이 가진 영향력을 통해 외교정책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으나, 일이 잘못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관계를 안정시켰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이는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관세 인상 추진으로 이어진다. 관세가 얼마나 높을지, 중국이 보복 대신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긴장이 고조되면서도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을배제할 수 없다. 결국 중국은 심각한 경제 문제를 안고 있고, 불필요한 위기를 피하기 위해 신중히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매파적 내각과 공화당 의원이 선호하는 대립적 접근은 양국 관계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는 신(新)냉전으로 이어질 것이고, 직접 군사 충돌의 위험을 높인다.
트럼프는 중동에서 아브라함 협정을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확대하려고 할 것이다. 동시에 이스라엘에는 전혀 압력을 가하지 않고, 전쟁 수행에 대해 사실상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트럼프가 이란 핵 위협을 해결하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목표를 독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동에서의 광범위한 분쟁과 심각한 에너지 공급 차질을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③트럼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취임 전, 심지어 ‘하루 만에’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영토 경계를 기준으로 하는 휴전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받아들이도록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다. 트럼프는 키이우에 대한 군사 지원을 양측 압박의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건을 두 정상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많은 것이 유럽의 대응에 달려 있다. 나토 최전방 국가는 러시아를 국가 안보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손을 떼도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비용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 반면, 이념적 이유(헝가리), 정치적 이유(이탈리아), 재정적 이유(독일) 등 일부 국가는 이 기회를 통해 협상을 모색할 수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유럽을 단결시키고, 더 강력한 ‘전략적 자율성’을 갖춘 안보 대응을 촉진할 수 있다. 반면 유럽연합(EU) 내 기존 분열을 심화시키고, 대서양 동맹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며, 러시아의 추가적인 공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트럼프의 복귀로 치명적 균열과 예상치 못한 돌파구가 모두 생겨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더욱 격화된 지정학적 변동성과 불확실성의 시대로 우리를 접어들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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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① 제47대 미국 대선에 맞춰 진행된 연방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은 연방 상원(총 100석)의 52석을 확보, 과반을 넘겼다. 또 435석이 걸린 하원에서는 과반 기준인 218석을 넘었다. 이로써 공화당은 백악관과 의회 상·하원을 완전히 장악하는 ‘트라이펙타(trifecta·3연승)’를 달성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했던 주요 정책에 날개가 달릴 것으로 관측된다. 의회는 대법관을 임명할 권한도 갖는데,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현재 보수 우위의 미국 대법관 구도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② 트럼프 당선인은 마코 루비오 상원 의원을 차기 국무 장관으로 지명했다. 그는 중국을 미국의 적국이라 말해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 지명자는 군 출신(소령) 방송 진행자로, 군과 안보 분야 고위직을 경험한 적이 없다. 트럼프가 군말 없이 지시를 이행할 실무형 인선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TY)는 “트럼프의 외교·안보 인사는 모두 미국 우선주의”라며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충동적 개입주의를 대변하는 헤그세스는 열렬한 미 우선주의 지지자”라고 평가했다.
③ 트럼프 당선인의 안보 참모 쪽에서 나오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휴전안의 하나는 현 상태에서 두 나라가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1200㎞에 달하는 국경 완충지대에 나토 회원국의 병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트럼프 한 측근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은 훈련과 기타 지원은 맡겠지만, (완충지대에서) 총을 드는 것은 폴란드·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의 나토 병력이어야 한다. 미국 병사는 보내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