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챔피언십 2024에 출전한 24명의 선수. /사진 대회조직위
위믹스 챔피언십 2024에 출전한 24명의 선수. /사진 대회조직위

11월 16일과 17일 부산 기장군 해운대비치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위믹스 챔피언십 2024(총상금 100만 위믹스)’는 스포츠 마케팅의 흥미로운 사례다.

세계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처음으로 상금 전액을 가상 화폐인 ‘위믹스(WEMIX)’로 지급하고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티켓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팬을 끌어모았다. 골프 대회의 두 방식인 매치플레이와 스트로크플레이를 하루씩 섞어서 경기하고, 첫날 매치플레이 상대였던 선수를 팀으로 묶어 최종일 시상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경쟁과 우정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스포츠의 묘미를 담았다. 선수와 가족, 캐디에게 최고급 숙소와 식사를 제공했다. 

위믹스 포인트 랭킹을 기준으로 1위 윤이나(21)를 비롯해 24명이 참가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이지만 정규 투어 대회가 아닌 이벤트 대회인데도 경기에 대한 선수들의 집중력과 팬의 호응은 메이저 대회 못지않았다. 첫날 7000명, 이튿날 1만2000명 등 모두 1만9000명의 팬이 몰려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김수지(28), 황유민, 이제영, 윤이나, 이예원, 이가영, 방신실, 박현경, 전예성 등 정상급 선수의 팬 카페 멤버가 차량을 동원해 대거 참가했다. 이들은 ‘가을여왕 김수지’ ‘큐티플은 가족이자 사랑’ ‘윤이나 빛이나 화이팅’ ‘해피퀸 방신실’ ‘윰프로님의 모든 것이 완벽했던 2024년’ 등 손 팻말과 플래카드를 들고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의 이름을 외치며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해 아직 우승이 없던 김민선이 왕중왕전에 해당하는 이벤트 대회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첫날 매치플레이에서 상금, 대상, 평균 타수 등 시즌 3관왕에 빛나는 윤이나를 꺾은 데 이어, 이틀째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연장 접전 끝에 ‘가을 여왕’이라 불리는 김수지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정상에 올랐다. 위믹스 포인트 랭킹 25위로 대회 참가 선수 24명 가운데 최하위였던 김민선이 ‘꼴찌의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우승자인 김민선에게는 25만위믹스가 돌아갔다. 이번 대회 선수들이 받은 위믹스는 대회 종료 후 1주일 이내에 선수에게 전달됐으며 시세에 따라 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위메이드(대표 박관호)는 2000년 설립된 1세대 게임 개발사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미르의 전설’ ‘나이트크로우’ 등이 있다. 최근에는 게임을 중심으로 세상의 변화에 맞춰 블록체인 관련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대회 실무를 진행한 김지영 위메이드 스포츠 마케팅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PGA투어부터 LIV골프까지 전 세계 골프 주요 대회와 특징 있는 대회를 참고해보고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시상식은 테니스 프랑스 오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1 위믹스 챔피언십 2024 대회장을 찾은 수많은 갤러리. 2 갤러리들과 하이파이브하는 박현경 선수. 3 2024시즌 마지막을 기념하는 ‘더 라스트 볼’. 참가 선수들이 18번 홀에서 마지막으로 퍼팅한 볼을 모은 것. /사진 대회조직위
1 위믹스 챔피언십 2024 대회장을 찾은 수많은 갤러리. 2 갤러리들과 하이파이브하는 박현경 선수. 3 2024시즌 마지막을 기념하는 ‘더 라스트 볼’. 참가 선수들이 18번 홀에서 마지막으로 퍼팅한 볼을 모은 것. /사진 대회조직위

우승자 김민선이 챔피언스 로드라 이름 지은 단상에 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존 대회 시상식은 정형화돼 있다. 위믹스 챔피언십에서는 색다르게 보여주고 싶었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이 열리는 롤랑가로스에서 챔피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무대를 사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챔피언스 로드 무대를 제작하고 우승자만 정상에 올라가서 세리머니 할 수 있도록 했다. 골프 팬을 위해 현장을 찾은 갤러리(관객)가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일반적인 기준보다 30㎝ 낮은 0.9m 높이의 광고 보드를 제작하고 설치했다.”

하루는 매치플레이, 하루는 스트로크플레이로 우승자를 가렸다.

“기존 왕중왕전은 8명이 참가하는 스트로크플레이 방식이었다. 좀 더 많은 선수가 참가해야 팬의 호응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 대회 규모를 24명이 참가하는 대회로 키웠다. 1년 내내 스트로크플레이가 열리는데 매치플레이 방식을 섞으니 갤러리 반응도 더 뜨거웠다. 상금 규모도 정규 투어 대회 최고 규모로 키웠다. 세밀한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대회를 만들기 위해 큰 노력을 했다. 1번 홀에서 선수가 출발할 때 그 선수를 상징하는 노래를 틀어 주고, 시상식에는 24명 선수 모두가 참여하도록 했다.” 

왜 골프를 선택했나.

"야구와 농구, 배구 같은 팀 스포츠에서는 국내에서도 이미 NFT로 하이라이트 장면을 판매하는 정도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미 프로농구 NBA의 톱 샷(TOP SHOT)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골프에서도 개별 선수마다 진행했던 사례가 있지만 이렇게 투어 전체를 아우르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없었다.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미 익숙해진 하이라이트 장면 NFT보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위메이드만의 컬러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골프는 정말 데이터가 많은 스포츠여서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비즈니스 확장 가능성이 크다.”

실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스포츠는 위믹스 기반의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와 플랫폼을 접목하기에 굉장히 적합한 콘텐츠다. 올해 위믹스 챔피언십에서는 블록체인 소셜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퍼블릭(Wepublic)’을 통해 판매한 사전 티켓 NFT는 이틀 전에 매진됐다. 위퍼블릭에서 진행한 ‘우승자 맞추기’ 이벤트에는 4000명이 참가했다. 위퍼블릭에서 진행한 ‘팬카페 현응(현장 응원) 지원’ 이벤트에는 윤이나, 박현경, 황유민, 이예원, 김수지, 이가영, 방신실, 이제영 선수의 팬카페가 참여했다. 위믹스 재화가 있어야 참가 가능한 선수 애장품 펀딩 프로젝트와 18번 홀의 영광의 순간을 담은 ‘더 라스트볼’ 이벤트에도 많은 골프 팬이 참여했다. 스포츠 팬에게 블록체인의 세계를 소개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려는 목적에 부응했다.”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를 상금으로 주는 데 대한 거부감도 있을 것 같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상화폐로 상금을 주는 스포츠 대회 선례가 없었고 변동성이 큰 자산이다 보니 투어에서도 선수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컸다. 우리는 정말 진심으로 선수에게 좋은 대회를 열어주고 싶었기 때문에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해 협회를 설득했다. KLPGA투어에 현금 5억원을 맡기고 위믹스 상금 규모를 최소 5억원 가치를 보장하는 방안 등을 마련했다. 지난해 첫 대회를 열기까지 오랜 시간 논의 끝에 대회 두 달 전에 공인을 얻어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올해는 협회는 물론이고 선수들도 잘 이해하고 있어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앞으로 이 대회의 목표는.

“단순한 이벤트 대회가 아닌 ‘슈퍼 파이널 이벤트’로 만들고 싶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