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워크와 잔도길의 절경
단양은 ‘연단조양(鍊丹調陽)’을 줄인 말이다. ‘연단’은 ‘신선이 먹는 환약’을 말하고, ‘조양’은 ‘빛이 골고루 따뜻하게 비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단양은 ‘햇살이 골고루 비치는 고을에서 신선처럼 무병장수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를 확인하려면 만천하스카이워크에 가보면 된다. 만 개의 골짜기, 천 개의 봉우리라는 뜻의 만학천봉(320m) 위에 세워진 철제 구조물이다. 원형의 전망대를 따라 오르며 소백산과 금수산, 월악산을 동서남북 사면으로 감상하며 걷다 보면 정상에 도착한다. 꼭대기에는 밖으로 돌출된 스카이워크가 모두 세 개 있다. 중앙의 가장 긴 바닥은 철제망과 유리 조합으로 되어 있고, 두 개의 작은 스카이워크는 모두 통유리로 만들어져 있다.
유리 바닥에 오르면 발아래 까마득한 풍경에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전망도 좋다. 양방산 전망대와 단양 읍내, 남한강 철교, 단양역 등이 선명하게 보인다. 멀리 두산 활공장에서 날아오른 패러글라이더도 알록달록한 점처럼 푸른 하늘에 찍혀 있다.
만천하스카이워크 주차장 건너편은 단양 잔도길이다. 깎아지른 암벽과 발아래 흐르는 남한강 위를 떠다니듯 걸으며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상진대교 입구부터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단양 절벽까지 1.2㎞ 길이로 설치돼 있다.
잔도는 인부들의 사투 끝에 만들어졌다. 벼랑 위 암벽을 공업용 드릴로 뚫어 강철 파이프를 박아 기초공사를 한 뒤 선반처럼 길을 매달았다. 단양강 잔도는 높이 20m, 폭 2m로 암벽 구간만 800m다. 걷다 보면 암벽에 강물이 맞닿아 출렁이는 물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중국의 잔도에 와 걷는 듯한 기분도 든다. ‘장가계의 미니어처’라고 할까. 잔도를 걸으면서 남한강과 상진대교, 단양역, 도도하게 흐르는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가 깃든 온달 산성
1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단양은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팽팽히 맞서 세력 다툼을 벌였던 곳이었다. 소백 능선을 넘어 북을 넘보던 신라, 남하 정책을 펼치던 고구려, 마한을 무너뜨리고 중원을 먼저 차지한 백제. 이들은 한반도의 패권을 경영하기 위해 단양을 차지하려 했다. 삼국의 말발굽 소리로 단양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온달산성은 고구려가 남한강 유역을 탈환하기 위해 단양군 영춘면의 성산(427m)에 쌓은, 길이 972m의 반월형 석성. 고구려와 신라가 한강을 차지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산성까지는 약 30~40분 걸리는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탓인지 유난히 장대하게 느껴진다. 얼핏 보면 바다 위에 반쯤 몸을 드러낸 고래 같기도 하다.
온달산성은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로 잘 알려진 고구려 명장 온달 장군의 이야기가 깃든 곳이기도 하다. ‘삼국사기’ 온달전에 따르면, 평원왕의 사위였던 온달은 신라에 빼앗긴 남한강 유역을 되찾기 위해 590년(영양왕 1년) “계립령과 죽령 서쪽 땅을 되찾지 못한다면 돌아오지 않겠다”며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아단성에서 신라군의 화살에 목숨을 잃는다. 성은 납작하고 반듯한 돌을 수직으로 쌓아 올렸는데, 삼국시대 성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선보인 영화 ‘전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뭇 시인 묵객이 감탄한 그곳 단양팔경
단양 가서 단양팔경 구경을 빼놓을 수 없는 일.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도담삼봉이다. 단양팔경 중 제1경으로 일컬어진다. 강 가운데 조각배처럼 떠 있는 세 개의 암봉 중 가운데 봉우리에 정자 하나가 걸터앉아 있다. 명산을 축소해 놓은 미니어처 같기도 하고, 산이 물에 잠겨 봉우리만 남은 듯도 하다.
도담삼봉은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과도 인연이 깊다. 외가가 단양이었던 정도전은 젊은 시절 도담삼봉을 자주 찾아 머리를 식혔다. 그의 호 ‘삼봉’도 도담삼봉에서 따 온 것이다.
도담삼봉 관광지 왼쪽에는 팔각정으로 오르는 길이 있는데 팔각정에서 등산로를 따라 200m 정도를 가면 웅장한 석문을 만날 수 있다.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산속의 육교’ 다. 오래전 석회동굴 천장이 무너져 지금의 모습으로 남았을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형태의 돌기둥으로는 동양 최대 규모다. 가운데 구멍을 통해 바라보는 남한강과 마을 풍경이 액자 속 그림 같다. 석문 역시 단양팔경의 하나다.
구인사에도 가보자. 천태종의 총본산으로 전국에 140개나 되는 절을 관장하고 있는 대찰이다. 구인사에 처음 들어선 여행객은 가람의 웅대함에 놀란다. 3~5층의 현대식 건물의 대가람이 길 양편으로 늘어서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5층 대법당을 비롯해, 설선당, 인광당, 장문실, 향적당, 도향당 등 50여 동의 건물이 경내를 꽉 메우고 있다.
여행수첩
카페산은 패러글라이딩 활동장 옆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다. 야외 테라스도 있어 수시로 날아오르는 패러글라이더를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폐낙하산으로 만든 가방, 지갑 등 다양한 굿즈도 판매한다. 장다리 식당은 단양의 특산물인 육쪽마늘을 재료로 한 음식을 낸다.
남한강쏘가리올갱이의 올갱이해장국 맛있다. 다슬기를 삶아낸 푸르스름한 국물에 집에서 담근 된장을 풀고, 다슬기 속살과 함께 근대, 아욱, 배추 등을 넣고 푹 끓여낸다. 구경시장에 자리한 단양제빵소의 마늘빵 세트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