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가 더 늘어날 것이고, 연쇄적으로 첨단 통신 케이블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프랑스 네트워크 인프라 전문 기업 애지노드의 전하이 장(Zhenhai Jiang) APAC(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최근 서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향후 통신 및 데이터 솔루션 시장 전망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애지노드 주력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데이터센터에서 서버 간 연결을 지원하는 케이블링 솔루션과 반도체 공장 등 첨단 제조 시설에 들어가는 통신 케이블이다. 실제로 다수의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인피니언, 텐센트, 샤오미의 생산 공장에서 애지노드의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선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 애지노드의 케이블이 깔려있다. 반도체 생산 설비는 고도로 디지털화돼 있어 고속의 데이터 신호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게 필수다. 그만큼 케이블 품질이 중요한데, 애지노드의 경우 삼성의 까다로운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해 납품에 성공했다.
애지노드는 원래 유럽 3대 케이블 기업 넥상스 그룹의 핵심 사업부(넥상스텔레콤앤데이터)였다. 최근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자 2023년 7월 별도의 독립 회사로 출범했다.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는 동아시아 지역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인데, 미국의 무역 규제 대비 차원에서 한국을 첨단 통신 케이블 생산 거점 후보지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장 대표는 “최종 고객인 엔드 유저가 생산 기지에 근접하다는 점, 정치적 안정성과 탄탄한 공급망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한국은 적합한 생산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애지노드가 주력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동향이 궁금하다.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고 그 뒤를 중국이 쫓는 형국이다. 중국은 과잉생산 및 과잉투자가 도드라지는 독특한 시장이다. 시장 참가자가 기회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면 모두가 해당 영역에 집중적으로 뛰어들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투자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 일본, 유럽 국가도 데이터센터를 늘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현재 애지노드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의 30%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가 더 많아질 것 같다.
“그렇다. AI가 만든 콘텐츠의 영향력이 주목받으면서 데이터센터가 AI 기술 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AI 기술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AI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빠르면 5년 내 데이터센터의 물리적인 개수뿐 아니라 연산 능력도 20~30배 증가할 텐데, 서버 간 연결을 지원하는 케이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애지노드가 데이터센터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큰 배경이다.”
데이터센터 한 곳에 투입되는 케이블 양은.
“풀로드(완전 가동) 기준 랙(선반) 하나에 서버 20~30개가 들어가고, 필요한 케이블 길이만 1㎞에 달한다. 비용으로 따지면 랙 하나에 들어가는 케이블값만 20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내부의 모듈 전체를 연결하는 케이블도 1~2㎞가량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마다 랙 수가 천차만별이라 케이블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필요한지 얘기하기 어렵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건 사실이다.”
케이블의 품질도 중요할 텐데.
“맞다. 케이블의 품질이 데이터센터 성능과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케이블에서 자그마한 장애라도 발생하면 연결돼 있는 전체 시스템이 다운될 위험이 있어서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전용 데이터센터의 경우 네트워크 인프라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필수다. 그래서 기업이 데이터센터에 입주하기 전에 어떤 케이블을 사용하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그만큼 데이터센터의 안정성과 운영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 케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이블을 주로 어디에서 생산하는가.
“생산 공장은 중국 상하이에 있다. 하지만 최근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내년 1월 집권하면 미·중 무역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수 있어 중국 외 다른 지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도 유력 후보지 중 하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우리의 고객사가 있다는 점, 정치적 안정성과 탄탄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적합한 생산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 케이블 기업은 많다. 애지노드의 차별점은.
“애지노드란 사명은 ‘애자일(agile)’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민첩하고 신속하게 고객의 수요에 대응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다. 유럽식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연구개발(R&D)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가령 신제품을 매주 발표할 정도다. 이를 통해 최신 기술 동향을 꾸준히 구현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1위 기업인 독일 인피니언을 비롯해 텐센트, 샤오미 같은 글로벌 기업이 15~20년 이상 우리 제품을 이용한 배경이다.”
품질 개선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상하이 공장에 R&D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R&D와 실험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자체 실험실을 통해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 철저한 품질 보증 테스트를 수행하는데, 이는 고객 불만이나 품질 관련 클레임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시스템 분석과 문제 해결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내부적으로는 핵심 성과 지표(KPI)를 통해 품질 관리도 더 강화하고 있다. 제품 출시 전 폐기율을 1%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시장에 출시되는 제품의 부적합률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통신 케이블 및 광 커넥티비티 제품은 시장 출시 전 100% 전수 검사를 통해 완벽한 품질을 보장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APAC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나.
“APAC 시장에서 여러 가지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어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중국 외 지역, 특히 한국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경제성장률이 다소 부진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핵심 시장이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 라인은 고도로 디지털화돼 있고 생산 장비는 모든 제조 데이터를 기록한다. 따라서 모든 제조 공정은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케이블이 한국 반도체 공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AI 생태계의 기반층에 반도체가 자리 잡은 만큼 AI가 성장함에 따라 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연쇄적으로 우리도 삼성전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공장에 애지노드의 케이블이 탑재돼 있나.
“그렇다. 삼성전자의 까다로운 퀄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기업이 바로 애지노드다. 삼성전자 평택 3공장(P3) Ph2(상층서편)에 우리가 주요 납품 업체로 있으며, 평택뿐 아니라 화성, 기흥, 천안·아산 공장에도 우리의 케이블 솔루션이 공급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목표는 무엇인가.
“한국은 삼성, SK, 롯데 등 주요 대기업이 중앙 집중화된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대기업 고객을 하나하나 확보해 한국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