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에 있는 비야디 본사 기술전시관에는 ‘기술은 왕 ,혁신은 근본(技術為為王, 創新為為本)’ 이라는 글귀를 중심으로 비야디가 세계 각국에서 획득한 특허증이 걸려 있다. /이윤정 기자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에 있는 비야디 본사 기술전시관에는 ‘기술은 왕 ,혁신은 근본(技術為為王, 創新為為本)’ 이라는 글귀를 중심으로 비야디가 세계 각국에서 획득한 특허증이 걸려 있다. /이윤정 기자

‘기술은 왕이요, 혁신은 근본이다(技術為王, 創新為本).’

11월 22일 오전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에 있는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 본사. 이곳에 있는 기술 전시관의 거대한 벽면은 이런 글귀를 중심으로 비야디가 세계 각국에서 받은 특허증이 촘촘히 걸려 있었다. 비야디 관계자는 “우리는 기술혁신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회사”라며 “현재 전 세계에 11만 명 이상의 엔지니어가 있고, 5만60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했다.

비야디는 내년 초 한국 시장에 승용차를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2016년 한국 지사인 비야디코리아를 설립하고 전기 지게차·버스·트럭 등 주로 상용차를 판매해 왔는데, 약 9년 만에 시장 확대에 들어간 것이다. 출시할 차종과 가격대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준중형 전기 세단 ‘실’과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 소형 해치백 전기차 ‘돌핀’ 등을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가격대는 2000만∼4000만원대로 예상된다. 비야디는 작년 4분기 판매량, 올 3분기 매출액 기준으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로 등극했다. 

비야디는 기술 기업을 표방한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가진 낮은 성능과 안전성을 보완한 ‘블레이드 배터리’를 직접 개발했고, 상용차·승용차 등 자동차부터 지상 모노레일까지 다양한 운송 수단의 전동화 기술을 확보했다. 비야디는 한국에서도 기술 부문 경쟁력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다는 포부다. 

안전·효율 잡은 배터리로 韓 공략

이날 찾은 비야디 본사 기술 전시관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끈 것은 비야디가 자체 개발한 블레이드 배터리와 한국 배터리 업계가 강점을 보이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의 안전성 비교 실험이었다. 긴 못을 배터리에 박아 화재 여부를 살펴보는 식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NCM 배터리는 못이 박히자마자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기시작했고, 몇 초 지나지 않아 큰 폭발음을 내며 불길에 휩싸였다. 반복된 실험으로 NCM 배터리가 있는 쪽의 벽면은 검게 그을렸다. 하지만 블레이드 배터리는 정반대로, 못이 박혀도 폭발 소리나 연기가 나지 않았다. 불도 붙지 않아 못이 박히기 전과 큰 차이 없이 조용했다. 

비야디의 주력인 LFP 배터리는 저렴하고 안전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주행거리가 짧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해결한 것이 블레이드 배터리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셀→ 모듈→팩 단계로 조립돼 전기차에 장착하는데, 비야디는 배터리 셀을 칼날처럼 길고 얇은 모양으로 만들어 모듈 없이 팩에 직접 넣는 방법을 고안했다. 공간 활용도가 기존 LFP 배터리 대비 50% 늘어나 같은 부피에 더 많은 배터리 셀을 넣을 수 있는 덕분에 주행거리가 늘었다. 

블레이드 배터리에서 파생된 ‘셀 투 보디(CTB·Cell-to-Body)’ 기술도 비야디의 자랑거리다. 블레이드 배터리를 차체 하단에 넣어 공간 활용도를 더 높인 기술이다. 못 관통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블레이드 배터리는 주행 중 날카로운 이물질에 찔려도 괜찮아 CTB 기술 구현이 가능하다. 

비야디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운송 수단 분야 전반적인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비야디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지상 모노레일 ‘윈바(雲巴·구름 버스)’가 대표적이다. 완전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며, 건설 비용이 지하철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건설 기간도 2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외에도 버스, 택시, 물류 차에 창고·광산·공항·항만 등 특수 운송 분야까지 다양한 전기 운송 수단을 생산하고 있다. 

기술 기업을 표방하는 만큼 비야디는 연구개발(R&D)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2019년 56억2900만위안(약 1조1000억원)이었던 비야디의 R&D 투자비는 지난해 395억7500만위안(약 7조7000억원)으로 4년 만에 일곱 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333억2000만위안(약 6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중국 업계에서는 올해 비야디의 R&D 투자액이 500억위안(약 9조7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中 색채 빼고 기술력 어필

비야디는 기술을 통해 갖춘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제품군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0월 현재까지 비야디가 진출한 곳은 전 세계 96개 지역이다. 최근 중국 내수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면서 비야디의 해외 전략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비야디의 연간 수출량은 2022년 5만 대에서 2023년 24만 대로 380% 증가했고, 올해는 10월까지 33만 대를 기록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다만 비야디가 내년에도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주요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17.8∼45.3%의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가 EU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과 판매량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수입품에 60%, 멕시코 등 중남미를 우회해 들어오는 중국산 수입품에 고강도 관세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점도 비야디의 입지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둥둥 비야디 홍보·브랜딩 총감은 “높은 관세는 현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라며 “고성능에 가격이 저렴한 좋은 제품을 경험하고 선택할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야디는 신시장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인 총감은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 후) 매년 적어도 하나의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에 진출한 중국 승용차는 모두 고배를 마셨다. 2017년 중국 국영 자동차 회사 베이징자동차의 수출차 전담 생산업체 북기은상이 중형 SUV ‘켄보600’을 한국에 내놨는데, 첫 한국 상륙이었다. 2019년엔 또 다른 국영 기업 둥펑자동차 산하 브랜드 둥펑샤오캉이 SUV ‘ix5’를 출시했다. 하지만 두 차 모두 국산 차와 비교해 옵션과 성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야디는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인 총감은 “기술력을 비야디의 핵심 경쟁력으로 홍보할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는 비야디가 가격 이점이 없는데도 시장 피드백이 좋은데, 이는 품질에 대한 인식 덕분”이라고 했다. 제품명이나 로고 등에서 중국 색채도 최대한 덜어내기로 했다. 한국 소비자가 비야디 제품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인 총감은 “왕조 시리즈(진·한·당·송·원) 제품을 현지화 요구와 결합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원(元·소형 SUV)’의 경우 글로벌 소비자가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모델명을 ‘아토3’로 변경했는데, 이런 작업이 가능하단 얘기다”라고 했다. 

선전(중국)=이윤정 조선비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