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다. 황야의 무법자가 돌아왔다. 그것도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쌍권총에 기관총까지 장착하고, 충직한 부하들과 함께 신작로 초엽에 서서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2024년 12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바라보는 전 세계 각국은 이제 트럼프 2기 정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골몰하고 있다.
트럼프는 트럼피즘으로 완전히 환골탈태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매우 우호적인 환경에서 앞으로 4년간 미국 정부를 이끌 것이다. 그리고 그의 공약은 대부분 취임 후 1년 내, 더 가깝게는 100일 내에 시행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이 몰고 올 영향을 빼놓고 2025년 세계경제 전망을 논의하는 것은 그저 무의미할 뿐이다.
포스트 팬데믹 시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인가
2024년 세계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직후 급전직하했던 세계경제가 다시 회복하고 있는 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2020년 경제의 급락을 막기 위해 단행된 초저금리와 돈 풀기가 팬데믹이 진정되는 시점인 2022년과 2023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났고, 이에 각국의 중앙은행이 앞다퉈 기준금리를 올렸다.
2024년은 금리 인상 기조가 다시 금리 인하로 바뀌는(이를 피벗이라고 한다) 중요한 시점이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세 번 금리를 인하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빅스텝을 포함하여 복수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목표치 2% 안으로 들어오지 않지만, 대체로 볼 때 인플레이션은 점차 안정돼 금리 인하 기조는 2025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는 부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서서히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것이 트럼프 당선 이전 거시 경제의 기본 전망이다.
2025년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고 그가 공약한 대로 10~20%의 보편 관세와 대중국 60% 관세 부과 그리고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관세,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대한 100% 이상의 관세가 실현된다면 세계경제는 다시 한번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관세 폭탄과 보복 관세가 교환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1.0%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도 0.3~0.5%포인트, 한국의 경우 450억달러(약 62조9190억원) 정도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한 결과도 있다.
게다가 트럼프의 정책이 그대로 실현될 경우 예정됐던 금리 인하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관세 폭탄에 따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상방 압력을 받을 것이며, 일부라도 불법입국자 추방이 이뤄질 경우 노동시장은 건설, 농업, 일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강한 임금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또한 감세로 인해 대규모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는 국채 금리를 떠받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래저래 금리 인하가 지연될 요인만 생겨난다. 고금리가 거의 그대로 유지될 경우 미국 외 다른 나라도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세계경제 회복은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적어도 트럼프 정부 출범 초반기에는 이런 효과가 지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2025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 예상 성장률 3.1%보다 낮은 수준, 예컨대 3.0% 또는 그 이하가 될 가능성이 크고, 국가별, 지역별로 볼 때 성장 차별화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중국·유럽·일본 부진, 미국·인도·동남아 성장세 전망
팬데믹 기간과 그 이후 부동산 거대 기업의 연쇄 도산과 부실을 겪고 있는 중국은 부진한 경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민간 소비와 투자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생산과 수출을 통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특히 생산자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실업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에 미국과 관세 전쟁이 재개된다면 중국 경제는 타격받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을 수습하느라 힘을 소진한 유럽은 급속히 상승한 기준금리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 경제의 핵심인 독일이 2023년에 이어 올해도 역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지역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2025년에도 이러한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와 관세 마찰이 새롭게 제기될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타격받을 수 있다.
미국은 2024년 민간 소비 지출과 정부 지출의 높은 증가세에 힘입어 2.8%의 양호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2025년 미국 경제는 관세 전쟁 가능성으로 인해 대외무역 분야에서 타격이 예상되나, 감세 영향으로 기업 실적과 민간 소비가 강건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유럽, 일본, 한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대단한 약진이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 집권 이후 인프라 투자와 제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인도는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투자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2024년 800억달러(약 111조원)가 넘는 해외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보여, 2023년의 600억달러(약 84조원)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가 2025년에도 계속되면서 투자 실적은 양호할 것이며 이에 더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민간 소비는 인도의 고도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는 중국 대체지로서 최근 공급망 조정의 혜택을 받아 왔다. 덕분에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2025년에도 해외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2기 정부가 중국의 우회 대미 수출을 막는 조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전쟁 특수로 상대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거시 경제의 불안정이 점점 커지고 있어 2025년에는 2% 아래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 전반적으로 회복, 당면한 하방 요인엔 대비해야
2025년 세계경제는 전반적으로 확장적 통화·금융정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두 개의 전쟁이 종전에 가까워질 경우 강한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조치 등이 예상된 만큼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재정 건전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한국 경제는 대외 경제 환경 개선을 바탕으로 정책적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현명하고 과감하며 유연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