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청기로 소리를 높여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인공 와우가 국내에서도 개발됐다. 인공 와우는 달팽이관(와우)을 대신해 소리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꿔 대뇌에 보내는 장치다. 국산화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수작업이 아닌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기존 외국산 제품보다 정밀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의료 기기 벤처 토닥이 개발한 ‘임상용 32채널(전극) 인공 와우 전극 제작 기술’ 은 지난 3월 범부처 전주기 의료 기기 연구개발 사업 10대 대표 과제로 선정됐다.
토닥은 이 기술을 이용해 인공 와우 ‘설리번’을 개발했다. 최근 서울 구로구 토닥 본사에서 만난 민규식 대표는 “현재 인공 와우는 국내에서 매년 1000대 안팎으로 팔리는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최근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 승인이 나는 등 삼성서울병원과 허가 후 임상을 위한 진행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민규식 대표와 일문일답.
설리번은 기존보다 전극이 많다는데.
“설리번은 티타늄 기반 32개 채널(전극)을 가진 인공 와우다. 기존 인공 와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호주 코클리어(전극 수 22개), 미국 어드밴스드바이오닉스(16개), 오스트리아 메델(12·19개)과 비교해 봐도 훨씬 많다. 전극이 많으면 그만큼 소리를 복원하는 데 유리하다. 전극이 있는 곳에서 청각 세포가 손상됐다면, 아무리 전류를 흘려보내도듣지 못하는 구간이 생긴다. 하지만 전극이 많으면 그만큼 자극할 범위가 넓어진다. 일부 전극이 청각 세포가 손상된 곳에 있어도 다른 전극이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달팽이관은 전극이 많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청신경에 보낼 수 있다.”

임상시험도 진행했는가.
“설리번에 대한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기준 생물학적 안전성 시험을 통과해 5월 3일 식약처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삼성서울병원과 허가 후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32개 채널로 된 인공 와우가 사람 귀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16개로 간소화한 버전도 개발할 예정이다. 가격을 내려서 누구에게나 인공 와우를 이식할 기회를 주고 싶다. 청각장애인에게는 소리를 되찾아주고, 이들이 사회와 자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도록 돕고 싶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범부처사업단)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
“범부처사업단은 인허가까지 이르는 여정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함께 전략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도출해 왔다. 지금은 수행하는 연구과제에서 해외 진출을 위한 추가 연구와 스케일업 관련 지원을 받고 있다. 범부처사업단의 지원이 없었다면, 우리가 개발한 국산 인공 와우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