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분석 기술과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혈액에 있는 유전자 조각을 찾아 암을 진단하는 시대가 열렸다. 바로 액체 생검 기술 이야기다. 이전에는 암을 진단하려면 장기 조직 일부를 떼어내 분석하는 조직 생검을 했다. 환자는 고통스럽고, 감염이나 내부 출혈 위험이 있다. 종양 위치나 크기, 환자 연령과 상태에 따라 검사 자체가 불가능할 때도 있다.
액체 생검은 조직 생검에 비교하면 위험 부담이 적지만, 진단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종양 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유전자 조각으로 초기 암을 진단하는 게 쉽지 않다. 진씨커는 이를 유전자 가위 기술로 해결했다.
최근 서울 성동구 진씨커 사무실에서 만난 예성혁 진씨커 대표는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IBS) 연구원 출신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특허를 갖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돌연변이 유전자가 제 기능을 하도록 교정하는 효소 복합체다. 특정 유전자를 찾아 결합하는 리보핵산(RNA)에 절단 효소인 ‘Cas9’을 결합해 디옥시리보핵산(DNA)을 교정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전자 가위 기술로 암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혈액에는 종양 세포에서 나온 유전자 조각인 순환 종양성 유전자(ctDNA)뿐 아니라 정상 세포에서 나온 유전자 조각(cfDNA)도 있다. 초기 암은 매우 작아 혈액에 돌아다니는 ctDNA 양도 0.01% 미만 수준이다. 분석할 유전자가 워낙 적다 보니 기존 액체 생검 방식은 극초기 암은 상대적으로 잘 탐색하지 못했다.
진씨커의 대표 제품 ‘크리스핀셋 하모니’는 초정밀 유전자 가위 기술로 혈액 기반 암 진단의 정확도를 높였다. 유전자 가위로 정상 세포 유전자를 골라 제거하고, 돌연변이 세포 유전자만 남겼다. 아무리 양이 적어도 암세포 유전자 조각이니, 암을 진단할 수 있다.”
민감도는 얼마나 뛰어난가.
“혈액 기반 진단으로 암세포를 검출하는 미국 기업보다 민감도(정확도)가 10배 더 뛰어나다. 이 기술은 한국과 미국·유럽·일본· 중국에 특허 등록됐다. 초기 암을 잡아내면 환자 치료가 더 용이하고, 암을 적극적으로 예방, 관리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나.
“진씨커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검진센터를 시작으로, 국내외 의료 시장에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유전자 가위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세포 탐색 검사가 본격적으로 개시될 예정이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범부처사업단)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
“진씨커는 범부처사업단으로부터 3년간 12억원을 지원받았다. 범부처사업단 지원이 외부 투자 유치와 국내외 네트워킹을 추진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밀착 관리와 지원을 받아 상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정밀 의학을 실현해 많은 환자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