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의 귀환’. 새 디지털 싱글 ‘파워(Power)’ 로 컴백한 지드래곤에게 붙여진 헤드라인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셰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문구처럼 K팝의 황제이자, 패션왕이란 왕관의 무게를 꽤 힘겹게 견뎌낸 지드래곤의 귀환식에 눈부신 축포가 터졌다. 7년의 공백을 단숨에 점프하며, ‘파워’와 그랜마코어(Grandma-core·일명 할머니 패션이라 불리는 레트로 룩) 패션으로 세계를 다시 진동시키고 있다.
컴백 싱글 ‘파워’ 뮤직비디오에서 지드래곤은 대담한 룩을 뽐냈다. 강렬한 붉은 머리, 장난기 어린 악마 귀 모자,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의 오버사이즈 체크 슈트 그리고 스카프를 뒤섞으며 패션 장르를 뛰어넘었다. 눈길을 사로잡는 스카프는 2019년 루이비통이 아티스트 조나스 우드(Jonas Wood)와 협업한 컬래버 제품으로 알려졌다. 특히 화제가 된 건, 제이콥앤코의 44.88캐럿 천연 파라이바 그리니시 블루 투르말린과 2.33캐럿 화이트 다이아몬드, 0.56캐럿 핑크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반지다. 약 88억원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다. 패션왕 지드래곤의 남다른 클래스를 다시 확인하게 했다.

뮤직비디오 공개 후, 지드래곤은 홍콩에서 열리는 2025 샤넬 크루즈 컬렉션 참석을 위한 공항 패션으로 순식간에 전 세계 소셜미디어(SNS)에 바이럴 물결을 일으켰다. 국내 미출시된 테슬라 사이버 트럭을 탄 등장부터 남달랐다. 샤넬의 레드 가디건, 자신이 직접 커스텀한 샤넬 클래식 맥시 핸드백, 신곡 ‘파워’와 같은 글자가 새겨진 볼캡 위로 샤넬 스카프를 헤드 스카프로 연출한 공항 룩은 지드래곤 패션사에 또 하나의 전설적인 패션 신으로 기록될 듯하다.
컴백과 함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지드래곤의 패션도 화제를 일으켰다. 리드 베이커와 이네스 아모림이 2016년 포르 투갈에서 창립한 브랜드 어니스트 더블유 베이커(Ernest W. Baker)의 핀 스트라이프 슈트와 샤넬 빈티지 넥타이를 매치했다. 특히 전 세계 팬의 시선을 집중시킨 건 자신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의 상징인 데이지 꽃 모양의 라펠 핀이다. 이는 ‘파워’ 뮤직비디오에서 착용했던 반지와 같은 브랜드인 제이콥앤코와 협업으로 탄생한 라펠 핀이다. 약 1억5000만원의 가격대다.

제이콥앤코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특별한 데이지 라펠 핀의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제이콥앤코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제이콥 아라보가 지드래곤을 처음 만났을 때 ‘피스마이너스원’의 데이지 라펠 핀을 선물 받았고, 제이콥 아라보는 이를 지드래곤만을 위한 주얼리 라펠 핀으로 재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지드래곤을 위한 개인 소장품으로 제작된 이 라펠 핀은 이후 패럴 윌리엄스가 창립한경매 플랫폼 주피터(Joopiter)의 ‘지드래곤 컬렉션’ 경매를 위해 하나 더 제작된 바 있다. 18K 화이트 골드에 9.31캐럿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 1.94캐럿 라운드 옐로 사파이어, 4.20캐럿 라운드 차보라이트로 세팅된 주얼리 이상의 예술 작품이다.

현재까지 ‘패션왕’으로 불리는 글로벌 K팝 남성 스타는 지드래곤뿐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단순히 옷을 입는 것을 넘어, 자신의 패션을 문화가 되게 했다. 지드래곤이 유행시킨 트렌드는 셀 수 없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하이톱, 톰 브라운, 크롬하츠를 국내에 대중화시켰다.
또한 그는 스니커즈 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지드래곤이 신은 스니커즈는 매번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또한 스니커즈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신거나 새롭게 커스텀해, 대중을 넘어 스니커즈 브랜드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지드래곤이 반스 스니커즈 뒤축을 꺾어 신고 다녀 운동화 꺾어 신기가 유행하자, 반스는 아예 뒷굽이 없는 뮬(mule) 형태의 스니커즈를 출시했다. 타 스니커즈 브랜드에서도 아예 꺾어 신는 용도 운동화를 출시하기도 했다.
나이키와 협업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지드래곤의 데이지가 담긴 ‘에어포스 1 파라-노이즈(Air Force 1 Para-Noise)’는 발매 직후 완판을 기록했다. 지드래곤이 2016년 론칭한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의 상징적인 버킷 해트와 스니커즈도 전 세계 팬과 컬렉터에게 사랑받고 있다.

무엇보다 지드래곤은 젠더리스 룩의 아이콘이다. 1994년 서태지가 ‘발해를 꿈꾸며’에서 스커트 패션을 선보인 이후, 지드래곤은 2011년부터 스커트 패션을 무대와 일상에서 다양하게 선보였다.
특히 샤넬의 뮤즈로서 지드래곤은 수많은 레전드 룩을 남겨왔다. 샤넬의 아이코닉한 트위드 재킷, 진주 목걸이, 브로치, 샤넬 체인 퀼팅 백 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했다. 그의 예술적인 창의력은 1983년 샤넬에 합류하며 샤넬의 새로운 전성기를 연, 전설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를 사로잡았다. 칼 라거펠트는 ‘쿨함의 정수’라며 찬사를 보냈고, 2016년 지드래곤은 아시아 남성 최초 샤넬의 뮤즈로 선정됐다. 국내 최초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글로벌 앰버서더가 되는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샤넬 브랜드 앰버서더에게는 몇 가지 레벨이 있는데, 브랜드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셀럽에게만 샤넬 뮤즈란 영예가 선사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