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선보인 미니밴 LM의 덩치는 렉서스가 과거부터 추구해 온 가치와 상당히 동떨어진 느낌을 들게 한다. 날렵한 차체 선과 날카로운 눈매로 또렷한 인상을 내보이나, 미니밴이라는 장르 특성 탓에 전체적인 형상이 투박하다. 크기도 커, 우아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렉서스의 기존 감성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차를 타보면 외관을 보고 느꼈던 걱정은 사라지고, ‘품격 있는 우아함(Dignified Elegance)’이라는 LM의 슬로건이 오감(五感)을 통해 전해진다. 마치 호화스러운 요트에 타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한다.
날렵한 느낌, 미니밴 맞아?
LM500h는 렉서스의 최신 디자인 기조 ‘스핀들 보디’가 적용돼 있다. 렉서스는 수년 전부터 제품 간 디자인 통일성을 위한 패밀리룩으로 모래시계 모양(스핀들)의 그릴을 장착했는데, 이를 차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 바로 스핀들 보디 디자인이다.
스핀들 보디 디자인 적용으로, 미니밴 특유의 뚱뚱한 느낌을 최대한 덜어냈다. 차체와 그릴의 경계선을 없애는 채색과 소재 채택으로 전면의 디자인 일체성을 강조했다. 쐐기 형태 헤드램프는 렉서스 전 제품에 채택되고 있는데, 다른 차의 룸미러나 사이드미러로 렉서스가 보일 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한 디자인 요소다. 램프에 촘촘히 박혀있는 LED는 보석처럼 반짝인다.
낮고 길게 뻗은 벨트라인(측면 유리창과 문짝의 경계선)을 통해 5135㎜에 달하는 긴 차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다만 선이 이리저리 뻗어 있어 눈이 현란하다는 느낌도 든다. 디자인은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게 어렵다고 하는데, 간결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후면은 마지막 기둥(D필러)으로부터 ‘V’ 자를 넓게 펼친 모양의 리어램프로 이어지는 흐름이 입체적이다. 중앙 부분은 전면 그릴처럼 스핀들 모양인데, 앞뒤가 같아 균형적이다.
최고의 환대받는 듯한 실내
실내는 고급스러움이 잔뜩 묻어있다. 렉서스는 진심 어린 환대를 뜻하는 ‘오모테나시(お持て 成し)’를 중시하는데, 이에 맞는 고품질 내장재를 듬뿍 사용했다.
진짜 호두나무를 깎아 만든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도자기 등에 사용하는 천연염료 ‘벵갈라(Bengala)’를 사용해 고급스러운 감각을 살렸다. 운전석을 비롯한 1열은 수직· 수평 구조로 직관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자동차에 다양한 기능이 들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늘어난 버튼이 아쉽다.
전방 시야는 꽤 시원하다. 유리창이 넓게 펼쳐진 덕분이다. 미니밴 특유의 높은 승차 높이와 함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운전할 수 있다. 큰 차라도 시야가 넓어 사각지대가 적으니, 운전도 쉽다.
LM500h의 진가는 2열부터 시작된다. 여유로운 공간을 바탕으로 쾌적하고, 개방감을 준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뒷좌석은 비행기의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으로 편안하다. 최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고, 장인 정신으로 마감했다. 휴식은 물론, 업무 등이 가능해 전천후 오피스를 표방한다.
가죽 외에는 모두 나무 마감으로 돼 있다. 화살 깃에서 영감을 얻은 일본 전통 문양 야바네(矢羽根) 패턴이 이 나무 표면을 수놓는다. 또 황동 느낌의 금속 소재로 안정감을 추구했다. 머리 위로 넓게 펼쳐지는 듀얼 글라스 루프는 자연 채광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좌석은 모션 캡처 기술로 만들어져 인체공학적이다. 탑승자의 신체 조건에 관계없이 신체를 안락하게 감싼다. 마사지 기능으로 장거리·장시간 탑승에도 피로가 적다. 다만 좌석이 뒤로 젖혀지는 각도(76.5°)는 사람에 따라 충분하다고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앞좌석과 뒷좌석은 파티션으로 분리된다.파티션 자리에는 48인치 와이드스크린이 들어가는데, 영상 감상은 물론이고 업무도 볼 수 있다. 가장 뒷좌석(3열)은 펼쳤을 때 사람이 앉을 수도 있고, 접어서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성숙한 하이브리드, 엄지 척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기술로 정평이 나 있다. LM500h에는 2.4L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하고 있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내뿜는 총출력은 368마력(ps), 최대 토크는 46.9㎏·m다. 네 바퀴 굴림(다이렉트 4WD) 시스템을 채택해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승차감은 운전석과 뒷좌석 가리지 않고, 렉서스의 정평 그대로다. 전자식 서스펜션으로 도로 면에서 올라오는 자잘한 진동을 잘 잡아낸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매우 부드럽다.
하이브리드차의 가장 큰 특징은 ‘조용함’ 이다. LM500h는 약간 불편했던 가솔린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도 많이 줄였다. 배터리와전기모터, 엔진과 변속기로 이어지는 동력 전환도 매우 매끄럽다. 낮은 속도에서는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는 ‘완전 전기차 모드’ 를 쓸 수 있다.
움직임은 큰 차답지 않게 상당히 날렵하다. 좌우나 앞뒤로 차체가 심하게 흔들릴 법도 한데, 무게중심을 잘 잡는다. 물론 급격하게 차선을 바꾸거나, 급하게 곡선주로를 통과할 때는 약간 뒤뚱거리는 모습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좌우, 앞뒤 균형이 훌륭하다. 고급 세단처럼 움직인다.
큰 차를 적절하게 밀어낼 정도로 충분한 동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가속이 필요할 때 차가 확 튀어 나가는 그런 역동성은 없다. 차의 특성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가끔 속도 본능을 내고 싶을 때는 아쉬운 대목이다. 노멀(보통), 에코(효율), 스포트(역동) 등의 주행 모드로 아쉬움을 달랠 수는 있다.
이 차의 효율은 복합 기준 L당 10.1㎞로,렉서스 하이브리드의 명성을 생각하면 다소 낮은 수치로 보인다. 그러나 LM500h는 길이 5135㎜, 너비 1890㎜, 높이 1955㎜ 크기에 무게도 2t(2470㎏)이 넘어 승용차 영역에서는 대형차로 분류된다. 1.6L 엔진 기반의 카니발 하이브리드(복합 기준 13.5㎞/L)보다 배기량도, 출력도 높아 연료 효율도 그만큼 떨어진다.
경영자에게 인기, 고가에도 매진
이동이 잦은 기업 경영자에게 편안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차는 신체 컨디션을 유지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기능적 이유로 많은 경영자는 오랫동안 업무용 차로 안락한 세단을 이용해 왔으나, 최근에는 ‘이동하는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니밴을 선호한다.
이런 관점에서 LM500h는 최적의 차로 볼 수 있다. 세단보다 넓고 안락하며, 이동 중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춘 덕분이다. 타고 내릴 때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는 점도 경영자의 자존심을 세우는 부분이다. 이 차는 최근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2025년 상반기까지 주문이 끝났다. 가격은 1억4800만~1억96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