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공급하는 ‘평촌자이 퍼스니티’ 투시도. /사진 GS건설
GS건설이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공급하는 ‘평촌자이 퍼스니티’ 투시도. /사진 GS건설

“투명한 신뢰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의 미래를 완성합니다.”

GS건설을 이끄는 허윤홍 대표이사가 제시한 새로운 회사의 비전이다. 허 대표는 “새로운 비전을 통해 회사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하고, 모든 이해관계인으로부터 더욱 신뢰받고 사랑받는 회사로 거듭날 것” 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건설 경기 악화와 건설 현장 사고 등 대내외 위기가 도사렸던 지난해, GS건설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비전을 통해 정량화된 경영 목표가 아니라 GS건설이 기본부터 지켜야 할 가치이자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허 대표는 또 GS건설의 조직 문화와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한 핵심 가치로 △고객 지향 △신뢰 △자율과 책임 △정도 경영 △미래 지향 △전문성을 선정했다.

GS건설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허 대표는 40대의 젊은 CEO임에도 건설사가 가장 지켜야 할 기본적인 부분을 GS건설의 비전과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기초부터 바로 서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 대표가 제시한 새로운 비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었다. 허 대표는 곧바로 비전과 핵심 가치를 조직에 내재화하는 작업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22년간 단 한 번도 변경하지 않은 GS건설의 브랜드부터 탈바꿈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GS건설은 지난 2002년부터 고수한 ‘특별한 지성(eXtra Intelligent)’이라는 의미인 자이의 브랜드 정체성(BI)을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eXpe-rience Inspiration)’으로 변경했다.

허윤홍(왼쪽) GS건설 대표가 올해 1월 4일 신림∼봉천 터널 도로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GS건설
허윤홍(왼쪽) GS건설 대표가 올해 1월 4일 신림∼봉천 터널 도로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GS건설

새로운 자이 브랜드, 핵심 가치 오롯이 반영

새롭게 탄생한 자이 브랜드에는 허 대표가 꼽은 고객 지향과 신뢰 등 GS건설의 핵심 가치가 오롯이 반영돼 있다. 기존에는 자이라는 브랜드가 공급자 중심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 중심의 방향성을 설정하면서 고객 삶에 대한 섬세한 통찰력으로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을 창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자이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과정도 이 같은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GS건설은 이번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분양 마케팅에만 집중하던 역량을 이미 자이에 살고 있는 모든 고객 접점으로 넓히고 있다. 이미 입주한 단지에 대해서도 연차별 행사, 찾아가는 보수 서비스 등을 통해 보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추후 분양받을 예비 자이 고객에게만 초점을 맞추던 기존의 사업 방식이 크게 변한 것이다.

허 대표는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안전을 한층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GS건설은 공사 초기 현장과 유관 부서가 함께 협업을 통해 공사 수행의 전반적인 사항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는 공사 수행 검토 프로세스를 재정립했다. 기존의 공사 단계별 점검을 강화하고 주요 시점별 필수 점검 사항을 확인해 고품질의 시공을 수행하고 있다. 또 ‘공정 관리가 곧 안전이고 품질’이라는 믿음으로 실적 데이터 기반의 공정 관리 시스템인 자이플러스(Xi+)를 개발해 실시간 공정 모니터링 및 적정 공기 관리 등 공정과 품질 관리를 고도화했다. 아파트 시공 현장에서 외국인 작업자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자이 보이스도 활용한다.

허 대표는 “고객 지향을 최우선 가치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이 브랜드의 진화를 끌어낼 것”이라며 “더욱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더 행복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허 대표는 “자이 리브랜딩은 단순한 이미지 변화가 아닌 근본을 튼튼히 하는 밑거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허 대표는 “기업이 혼자 만들어 출시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과 임직원 그리고 우리가 모두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지난 1년간 GS건설의 고객과 구성원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신뢰와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특유의 수직적 조직 분위기 바꿔

회사의 비전 변화에 따라 조직 문화도 변하고 있다. 고객과 신뢰,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를 위해 대비하기 위해서는 조직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허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허 대표는 이를 위해 건설사 특유의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GS건설은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기 위해 직원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복장 자율화, 호칭 단일화 등이 이러한 취지에서 추진된 것이다. 또 GS건설은 사무실의 책상 파티션도 과감히 없애고 수평적으로 자리를 배치하며 조직원이 자유롭고 열린 분위기에서 근무하는 일터를 만들었다.

허 대표는 “임직원이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며 “임직원이 GS건설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아낌없이 늘려 나갈 것”이라고 했다.

GS건설 내부에서는 허 대표가 취임 1년이 갓 넘은 이 시점에 이러한 변화와 혁신을 끌어낸 데 대해 현장과 소통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회사 관계자는 “현장을 하루에 두 곳 이상 돌면서 다양한 GS건설 구성원과 소통하면서 회사를 철저히 파악하고 이끌고 있다”고 귀띔했다. 허 대표의 이러한 노력에 GS건설의 내실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GS건설은 어려운 건설 경기에도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허 대표는 신사업도 적극 펼칠 예정이다. 허 대표는 “회사를 안정적으로만 경영할 수 없고 신사업,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도 한 방법”이라며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전략을 잘 쌓아야 하는데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임직원과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