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주변에서 휴가나 해외여행이 대화의 화두로 등장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가 2018년의 최대치를 상회하면서 사상 최다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엔저 현상과 항공 노선 확대 등으로 많은 국내 관광객이 일본을 찾고 있다.
일본 여행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 ‘일본 쇼핑 필수템’ ‘일본 여행 위시리스트’ 등 가성비 좋은 쇼핑과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정보를 가장 많이 접하게 된다. 이는 많은 국내 관광객이 일본 여행의 목적을 ‘합리적인 소비’와 ‘가성비’에 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일본은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나라였는데 말이다.
일본으로 가는 아웃바운드 관광 수요는 비단 국내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은 아니다. 유럽, 미국인 방문객도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인 방문객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정부관광국(JNTO) 발표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한 해외 방문객이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3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진 일본에 기계 설비, 반도체, 철강을 대신해 관광산업이 희망이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방일객의 수와 인당 소비 증가는 올해 일본 리테일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명품, 패션, 뷰티,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가 증가하며 일본 리테일 시장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9개 주요 일본 리테일 상권 중 5개 지역의 공실률은 1% 미만에그쳤다. 대부분 평균적으로 하락세를 지속했으며 공실률의 가장 큰 하락은 도쿄 시부야에서 관찰되는데, 잔여 공실을 대부분 해소했다. 패션 및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가 이번 분기의 수요를 주도했으며, 향후 임대 수요의 주요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쿄에서는 신주쿠를 제외한 세 개 상권 공실률이 모두 1% 미만에 머물면서 리테일 수요가 견고하게 이어졌다. 이번 분기 긴자의 주요 지역에서는 명품 브랜드와 고급 시계, 국내외 의류 브랜드가 신규 임대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들 지역의 공실률이 전기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0.7%로, 2016년 4분기 조사 시작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0.6%)에 근접했다.
오사카 신사이바시의 공실률은 2018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0%를 기록하면서 평균 임대료 또한 크게 상승했다. 다수의 고급 브랜드가 매장을 개점할 예정으로 알려진 도심 외곽 상권 및 주변 지역의 임대료도 동반 상승을 보였다.
대부분의 주요 리테일 상권 수요는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임대료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평균 임대료의 가장 큰 상승은 교토에서 나타났다. 주로 인바운드 관광객 대상 브랜드 수요 급증으로 3분기 임대료가 전기 대비 4.5% 오르는 등 당분간 일본 리테일 시장의 수요 및 임대료 성장이 관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인 우위의 리테일 시장: 투자 수요 및 자산 가치 증가 전망
밀려오는 관광객 소비 수요 증가가 리테일러 확장을 견인하면서, 심화된 임차인 경쟁은 일본 리테일 시장을 임대인 우위로 전환했다. 2024년 7월 CBRE가 실시한 일본 리테일 임대인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임대인의 46.6%가 현재 시장이 임대인에게 유리하다고 응답하면서 해당 답변 비중이 반년 전 37%에 비해 9.6%포인트 증가했다.
한편, 임대료 성장이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리테일 자산에 대한 투자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신규 부동산 투자나 기존 부동산 매각을 고려하는 투자자가 모두 두드러지게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일부 리테일 자산의 거래 수익률(cap rate)은 낮게 관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매각 시 자본 이익(capital gain) 실현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가 증가할 수 있다.
임대인의 선택지가 확대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임대인이 향후 임대료 인상을 계획하고 있어 임차인의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로 임대인이 요구하는 임대료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가 임대차 계약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됐다. 임대인은 임대료 수준 외에도 임차인의 신용 등급 및 안정적인 임대료 지불 능력, 브랜드 소매 전략이 임대인의 자산과 기존 임차인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가장 선호하는 업종은 럭셔리 브랜드
이런 가운데 임대인이 가장 선호하는 업종은 럭셔리 브랜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리테일 시장에서 해당 매장의 비중은 전체 면적의 5.5% 수준에 불과하나, 높은 마진과 고가 임대료 지불 능력, 부동산 또는 상권 전체의 매력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 등이 임대인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다음으로는 높은 집객 역량을 강점으로 의류 및 식음료 섹터에서 높은 선호도와 가장 높은 개점률이 확인됐다.
올해 일본 리테일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며 일본 내수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내년 가장 큰 리스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련된 영향일 것으로 보인다. 임대인은 건설 및 유지 관리, 설비, 인건비 등 관련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이 내년 리테일 섹터의 가장 큰 부담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최근 개발 중인 일부 프로젝트는 비용 상승으로 인해 준공이 연기됐고, 리노베이션 또는 재건축 결정도 지연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중국과 미국의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일부 해외 유통 업체가 글로벌 확장 계획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영향은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