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11월 19일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각)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여섯 번째 시험비행이다. 스타십은 오는 2026년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킬 아르테미스(Artemis) 3호 임무에 쓰일 예정이다.
스타십이 사람뿐 아니라 화물을 달로 보내는 우주선으로 임무가 확대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스타십 시험비행 날 “아르테미스 유인 착륙선을 개발 중인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에 달에 가는 대형 화물 착륙선의 시범 임무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나사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래 중단됐던 유인 달 탐사를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으로 재개했다.
스페이스X는 지붕 있는 달 탐사 차량 배송
나사는 아르테미스 1~2호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이어 아르테미스 3호는 아폴로 이후 반세기 만인 2026년에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고, 이어 4호(2028년), 5호(2030년)가 잇따라 우주인을 달로 보낼 계획이다. 나사는 이에 맞춰 2023년 두 회사에 아르테미스 무인 화물선도 개발하라고 요청했다.
나사는 달로 대형 화물을 보내는 배송 임무를 두 번 계획하고 있다. 먼저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가압식 로버(탐사 차량)를 2032년 회계연도(2031년 10월~2032년 9월) 이전에 달 표면에 착륙시키도록 요청했다. 블루 오리진에는 블루문(Blue Moon) 화물선으로 2033년 회계연도 전에 달 거주 시설을 운송하도록 요청했다.
과거 아폴로 탐사 당시 사용한 로버는 지붕이 없어 우주복을 완전히 갖추고 탑승했다. 반면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가 개발 중인 아르테미스 가압식 로버는 지붕이 갖춰져 있어 우주복 없이 탑승할 수 있다. 나사는 이 로버가 2032년 3월 발사하는 아르테미스 7호와 이후 임무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나사의 ‘달에서 화성’ 프로그램의 기술 담당 부국장인 스티븐 크리치(Stephen Creech)는 이날 “나사는 2030년 계획된 아르테미스 5호 이후에도 유인 탐사 임무와 달 서비스 임무를 모두 계획하고 있다”며 “승무원과 화물 착륙 능력에 대한 접근 방식이 서로 다른 달 착륙선 공급 업체를 두 곳 보유함으로써 임무의 유연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달 착륙의 규칙적인 주기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의 달 착륙선은 각각 장점이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50m 높이 일체형 우주선으로 대형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블루 오리진의 블루문 착륙선은 높이가 16m로 스타십보다 작다. 하지만 블루 오리진을 설립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블루문은 아폴로 달착륙선처럼 여러 부분으로 나뉘는 모듈형이어서 우주로켓에 맞춰 형태를 바꿀 수 있다” 고 주장했다. 또 연료로 수소를 사용해 장차 달의 얼음에서 분리한 수소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도 달 탐사 참여
베이조스는 머스크와 처음부터 아르테미스 달 탐사에서 경쟁을 벌였다. 처음에는 블루 오리진과 스페이스X가 모두 달 유인 착륙선 개발사로 선정됐지만, 예산 문제로 스페이스X만 뽑혔다. 블루 오리진은 재수(再修) 끝에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나사는 지난 2021년 4월 아르테미스 달 착륙선 개발 사업자로 스페이스X를 단독 선정, 29억달러(약 4조568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 입찰에서는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방산 기업 다이네틱스가 삼파전을 벌였다. 세 회사 모두 2020년부터 나사의 지원을 받아 설계 작업을 진행했다. 애초 나사는 의회에 달 착륙선 개발 예산으로 33억달러(약 4조6164억원)를 요청했지만 8억5000만달러(약 1조1890억원)를 받는 데 그쳤다. 예산이 달리자, 나사는 스페이스X만 마지막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베이조스는 자비 부담까지 제안하며 달 탐사에 의지를 보였다. 베이조스는 어릴 때 아폴로 우주선 발사를 보고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블루 오리진은 그 꿈을 실현할 수단이다. 마침내 지난해 5월 블루 오리진이 스페이스X에 이어 두 번째 달 착륙선 개발 업체로 지정됐다. 당시 나사는 “블루 오리진을 달 탐사 아르테미스 5호 임무를 위한 우주인 착륙 시스템 개발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은 2030년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5호에서 블루문 착륙선에 우주인을 태우고 첫 시험비행을 할 계획이다. 그 전에 한 차례 달 착륙 무인 시험비행도 계획돼 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그보다 앞서 2026년 아르테미스 3호로 여성과 유색인종 두 명의 우주인을 스타십에 태워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당시 나사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유인 착륙선 개발 업체를 추가하면 참여 기업 사이에 경쟁이 생겨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주 인터넷 위성에서도 경쟁 이어져
우주개발 경쟁에서 머스크에게 계속 밀리던 베이조스는 지난해부터 반격의 기회를 얻었다. 베이조스는 머스크에 이어 우주 인터넷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자사 인터넷 통신 위성 2기를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아틀라스 V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아마존의 위성은 카이퍼(Kuiper)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아마존은 수년 내 지구 저궤도에 3200기 이상의 위성을 띄워 전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 인터넷은 지상 기지국과 위성 사이 통신으로 진행된다. 기지국이 바로 위 위성으로 정보를 보내면, 위성이 레이저 통신을 통해 원하는 지역 상공의 위성까지 정보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최종 주자인 위성이 바로 아래 지상으로 정보를 보낸다.
카이퍼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위성 인터넷 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Star-link)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이스X는 인터넷 통신용 위성 1만2000여 기를 우주에 띄울 계획이다. 현재 6600여 위성이 우주 인터넷 통신망을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