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레딘 메나니 알제리 경영대(ESAA) 총장 - 알제리 셰르셸 사관학교, 프랑스 릴대 회계학 석사, 릴대 경영과학 박사
누레딘 메나니 알제리 경영대(ESAA) 총장 - 알제리 셰르셸 사관학교, 프랑스 릴대 회계학 석사, 릴대 경영과학 박사

“알제리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관문이다. 알제리는 한국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누레딘 메나니(Noureddine MENANI) 알제리경영대(ESAA) 총장은 12월 10일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알제리는 지중해를 접한 북아프리카 국가다. 아프리카 대륙에 속하면서 지리적으로는 유럽 및 중동과 가깝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집트에 이어 아프리카 내 국내총생산(GDP) 규모 3위 국가인데,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이 90% 이상을 차지해 산업 다변화 욕구가 강하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로 교역 다변화가 필요한 한국이 동반 성장을 꾀할 수 있다. 알제리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알제리에서 상용차 반조립 공장 설립을 다시 추진해 내년 중 가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메나니 총장은 동국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 위해 방한했다. 동국대는 12월 10일 ESAA와 공적개발원조(ODA)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양 대학이 지속 가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교 학생과 연구진은 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할 계획이다. ESAA는 프랑스와 알제리 정부의 협력으로 2004년 설립된 알제리 공립대학으로, 기업인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둔다. 다음은 일문일답.

동국대와 맺은 MOU의 목적과 기대 효과는.

“한국과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첫 단계로서 MOU를 체결했다. ESAA는 동국대와 학문 교류를 넘어 인공지능(AI) 및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협력하고자 한다. ESAA 학생과 연구자를 비롯해, 학교와 관련된 모든 이가 한국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얻고자 한다. 알제리는 한국의 발전된 첨단 기술을 통해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며, ESAA는 그 관문 역할을 할 것이다. 윤재웅 동국대 총장과 대화는 매우 긍정적이었으며, 향후 의학 분야까지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러 국가 가운데 한국 대학과 MOU를 체결한 이유는.

“한국과 협력하기로 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한국과 알제리가 공유하는 역사적 유대, 함께 공유하는 가치 그리고 한국이 알제리와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다는 점 등을 토대로 보면, 이번 MOU 체결은 자연스럽다. 특히 동국대는 10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이고, 우리 친구인 유기준 주알제리 대한민국 대사 각하(His Excellency)가 동국대와 협력을 강력히 추천하기도 했다. 유 대사는 지난 11월 ESAA에서 한국 경제의 놀라운 발전에 대해 강의했고, 학생들은 유 대사에게 한국 경제와 관련해 질의할 기회를 가졌다. 대사가 강연자로 와준 것은 대학 입장에서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한국과 관계를 확장하려는 ESAA의 목표에도 부합했다. 유 대사가 다시 한번 강연을 진행하고, 학생들과 더 긴밀히 교류하기를 희망한다.”

윤재웅(왼쪽) 동국대 총장과 누레딘 메나니 ESAA 총장이 12월 10일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에서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동국대
윤재웅(왼쪽) 동국대 총장과 누레딘 메나니 ESAA 총장이 12월 10일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에서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동국대

알제리는 한국과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우선 알제리 정부를 대표하는 발언이 아니고, ESAA 총장 겸 경제학자로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싶다. 알제리 경제는 일차산업을 우선시하고 아직 산업화 수준이 높지 않지만,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발전하고 있다. 알제리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이 알제리에 투자할 수 있도록 법률과 규제 등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번 방한 일정에 카멜 아멘니 알제리상공회의소장이 함께했다. 한국 기업은 알제리 시장에 비교적 빠르게 진출했으나 최근 몇 년간은 일부 제약을 겪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은 제도적으로 해결됐고, 알제리는 한국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알제리는 한국과 협력 없이 발전할 수 없고, 한국 또한 알제리와 협력 없이 발전할 수 없다고 본다. 알제리는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알제리에 투자하고자 하는 국가 역시 협력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기아는 알제리에서 소비자에게 7년이라는 긴 보증기간을 제공하는데, 이는 업계 전례가 없는 매우 독특한 사례다. 알제리가 외국 기업의 투자와 지원을 위해 토지와 법적 틀을 제공하는 만큼, 투자하려는 국가도 이 틀에 적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SAA를 어떻게 이끌 계획인가.

“ESAA를 세계 최고의 학교로 만들겠다. ESAA는 현재 졸업생 취업률이 100%일 정도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이 기업에 취업하기보다 졸업 후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경영자가 되기를 바란다. 진정한 ‘세계 최고의 학교’는 학생이 단순히 취업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졸업 후 바로 창업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학교다. 모든 학생이 졸업 후 자신만의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Plus Point

Interview 남은영 동국대 글로벌무역학 교수
“트럼프는 관세, 대중 수출은 주춤…韓 수출 다변화에 알제리 적합”

남은영 동국대 글로벌무역학 교수 - 성균관대 중어중문,  중국 중산대 MBA, 런민대 재정·정책 경영학 박사
남은영 동국대 글로벌무역학 교수 - 성균관대 중어중문, 중국 중산대 MBA, 런민대 재정·정책 경영학 박사

남은영 동국대 글로벌무역학 교수는 12월 10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정부와 같은 앞으로의 통상 환경 변화를 전망하면, 한국의 무역구조는 알제리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수출 다각화를 돌파구로 삼아야 하는 시점에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관문인 알제리가 갖는 가치가 커졌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알제리와 협력은 한국에 왜 중요한가.

“수출 다각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요 교역국은 미국과 중국인데, 대(對)미 수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시행할 관세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 수출액은 최근 보합세를 보인다. 따라서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으로 가야 할 때다. 알제리는 아프리카 시장으로서도 가치가 있고,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교두보 역할도 해준다. 알제리의 값싼 노동력으로 만든 물건을 유럽으로 수출하면 관세 혜택을 얻는다. 또 원유와 천연가스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알제리는 원유 매장량 전 세계 16위 국가다. 아프리카에서 영토가 가장 넓고, 아프리카연합(AU) 및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강국으로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은 상호 이익이 있어야 활발하게 이뤄지는데, 알제리는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을 배우고 따라 하길 원한다. 알제리 정치 상황이 완벽하게 안정된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 안정화됐고, 그러면서 경제 발전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서로의 수요가 딱 맞는 시기다.”

타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강점은.

“알제리는 중국이 오랜 기간 공들인 국가다. 중국은 알제리에 엄청나게 공장을 짓고 가전제품을 많이 팔고 있다. 최근 감지되는 알제리 내 반중 정서는 역으로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의 강점은 우호적인 국가 신용도와 K컬처로 쌓은 좋은 이미지다. 방탄소년단(BTS) 지민의 노래 ‘후(Who)’는 알제리에서 ‘2024년 최다 스트리밍 곡 1위’에 올랐다. 알제리가 K컬처에 빠져 있는 만큼,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쉽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들과 협력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중소기업에 엄청난 수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알제리는 원조 받던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유일한 국가인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을 굉장히 좋아한다.”

알제리와 협력에서 주의할 점은.

“알제리의 정치 상황이 전보다 안정됐지만, 경제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고 정부 정책이 경제에 매우 많은 영향을 준다. 우리 정부가 알제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진출을 꾀하는 기업을 돕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또 우리가 알제리 기업을 이용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유럽에 진출할 때 알제리 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우리와 중국도 과거 보완 관계로 동반 성장했지만, 중국이 급속하게 기술을 받아들이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자, 중국에 OEM을 줬던 기업이 곤란해진 경험이 있다. 보완적 관계에서 경쟁적 관계로 바뀌는 일이 알제리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고성민 기자

이연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