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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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 글로벌 증시는 미국을 중심으로 상승 모멘텀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증시는 기술혁신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금리정책 덕분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올해는 인공지능(AI)이 화두였다면, 내년에는 양자 컴퓨팅이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히며 벌써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증시는 여전히 소외돼 있다. 국내 대형주의 저조한 실적 또한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국내외 증시를 두고 투자 심리가 극과 극으로 나뉘다 보니 투자자는 고민거리가 더 많아진다. 공부해야 할 것도 결정해야할 것도 많아진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일일이 분석하고 전망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기에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주가 전망이 단순하고 쉬워진다.

성장주 투자의 대가인 필립 피셔는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다섯 가지의 힘으로 경기 사이클, 금리 흐름, 정부 정책의 전체적인 방향,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그리고 기술혁신을 들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가장 강력한 힘은 기술혁신이라고 꼽았다. 기술혁신이야말로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기업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는 AI, 유전자 편집, 양자 컴퓨팅 같은 분야가 폭발적으로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투자자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종목인 엔비디아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 세계 AI 반도체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1위로서 2024년 주가 상승을 주도하며 투자자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다. AI 혁명은 그 잠재력이 거의 무한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며 AI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는지가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별 증시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

실제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이러한 기술혁신에서 세계의 중심지이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국은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도 최근 주가와 펀더멘털 모두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분야는 국내에서 수혜주를 아직 찾기 어려울 만큼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버블 즐기되 붕괴도 주의해야

이와 같이 우리가 현재 기술혁신기의 포문을 여는 시점에 있음을 기억한다면, 주식 투자에서 좀 더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같은 단기적 경제 동향보다는 장기적 기술혁신이 주가를 끌어 올리기 때문이다. 아직은 체감하기 어렵지만,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전 세계적으로 생활수준을 높이는 시대가 시작됐다. 로봇공학, 유전자 편집, 양자 컴퓨팅 분야의 기술혁신으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경제는 성장할 것이다. 이 성장성은 결국 증시에 그대로 반영되기에, 주가는 상승한다.

실제로 AI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과 같은 과거의 기술혁신과 비교해도 그 파급력이 약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1990년대 인터넷 혁명, 2000년대 스마트폰 혁명을 살펴보면 과거 모든 기술혁신은 주가 상승을 견인하며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기술혁신이 단순히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도 변화시키고, 기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당시 닷컴 버블을 만들어냈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약 400% 이상 상승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다만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기술혁신은 버블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붕괴시킨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이를 항상 상기하고 있어야 버블의 수혜는 만끽하되 기술혁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조심할 수 있다.

닷컴 버블이 붕괴됐던 것을 살펴보자. 1990년대 초반, 미국은 경기 침체 후 회복기에 접어들었고, 이에 따라 연준은 금리를 낮추며 경기 부양에 나섰다. 

금리 인하와 낮은 금리가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투자자가 주식에 몰렸고, 특히 닷컴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관련 기업이 대거 등장했다. 많은 기업 주가가 실적과 상관없이 급등했으며,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기업이 증시에 상장됐다.

당시 닷컴 기업은 수익성보다 성장성을 강조하며,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혁신 기술과 시장 잠재성을 바탕으로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이 기업이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많은 벤처캐피털과 투자자의 기대 때문에 이 기업의 주식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2000년 초 연준이 경제 과열을 우려하며 금리를 인상하자 닷컴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많은 인터넷 기업의 실적이 시장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기술혁신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 

지금도 그때와 버블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준이 지난 9월 금리를 50bp(1bp= 0.01%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에 이어 11월에도 금리를 인하하며 안 그래도 불타오르는 미국 증시에 기름을 부었다. 이미 미국 경제가 고공행진하고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나 시장 붕괴 시에나 나올법한 빅컷까지 단행한 것은 과잉 조치였다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러한 정책 완화가 단기적으로는 투자자에게 환영받지만, 언제든지 시장에 큰 타격을 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당시 S&P500 지수는 고점 대비 저점까지 3분의 1 이상 하락했다. 이와 같은 1990년대식 붕괴 시나리오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는 명심해야 한다.

韓 증시도 기술혁신이 관건

국내 증시가 소외되는 문제를 짚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한국 증시는 현재 글로벌 증시의 흐름에서 벗어나서 유독 기나긴 부진을 겪고 있다. AI 투자 사이클에서 소외돼 엔비디아, TSMC 등 글로벌 AI 주류 기업과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이를 웃도는 TSMC와 비교해 점점 더 차이가 벌어질 뿐만 아니라,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

한국도 증시 회복의 기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10년 전 바이오 버블을 떠올려보자. 국내 바이오산업은 그때나 지금이나 미국 바이오산업과 비교하면 기술 격차가 크다. 그러나 1등이 모든 분야를 다 잘할 수는 없기에후발 주자도 선택과 집중으로 기술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 실제로 바이오 특정 섹터에서 일부 기업이 경쟁력을 차별화해 결실을 내며 바이오산업은 국내 증시에서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주역으로 올라섰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기업은 위탁 생산 부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선두 주자로 자리 잡았다. 또한 지속형 기술 분야에서 작은 연구개발(R&D) 기업이 이에 특화해 대규모 기술 수출에 성공한사례가 다수 있다. 바이오산업처럼 AI 산업도 기술혁신에 집중 투자하면 투자 사이클의 원동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기술혁신은 증시 강세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역사적으로 증시는 기술혁신기에 부진하지 않았으며 현재의 AI 혁신 또한 글로벌 증시를 지탱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는 추측에 근거한 헛된 희망과 공포 그리고 억측에서 비롯된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주식 투자를 단념하지 말고 기술혁신의 가능성에서 투자의 원동력을 찾아보길 바란다.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