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개막에 따라 글로벌 경제는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로 예정된 취임 전부터 관세 폭탄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멕시코에서 생산된 중국 자동차에 우회 수출 방지용으로 100~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온 그는 다시금 마약과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캐나다, 멕시코 등 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등 연일 관련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 미국의 대중 압박

트럼프가 많은 국가에 대해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지만 가장 강력한 관세 폭탄을 맞게 될 나라는 중국이다. 트럼프는 모든 국가에 대해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되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최혜국대우를 취소하고 60%의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미국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예상되는 관세정책을 실제로 시행할 것인가 하는 것과 그렇게 될 경우의 피해 및 전망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이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중국과 관세전쟁을 벌였던 상황을 되짚어보면 이번에는 실행 과정에서 제품별 차등 관세가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중국 견제 필요성의 강도에 따라 7.5%(1125억달러 규모)와 25%(2500억달러)의 관세를 부과했고, 일반 제품에 대해서는 무관세 정책을 시행했다. 트럼프 2.0 시대에도 이와 비슷하게 제품별 차등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11%에 불과한 상황에서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60% 관세를 매길 경우 미국 소비자도 적잖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정부는 고관세 외에도 중국에 대한 광범위한 기술 규제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수출통제개혁법(ECRA·Export Control Reform Act, 2018)’을 제정해 중국 기업의 미국이 보유한 신흥 및 기반 기술 획득을 규제했으며, 중국 기업의 대미국 투자를 규제하기 위해 CFIUS(외국인투자위원회) 권한을 강화하는 ‘외국인 투자위험 심사 현대화법(FIRRMA, 2018)’을 제정해 규제 범위를 중국 기업의 비지배적 투자까지 확대했다. 트럼프 2.0 시대에도 중국에 대한 규제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알테쉬(알리바바·테무·쉬인) 등 중국 직구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중국 직구 플랫폼 규제법’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2.0 시대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지하거나 효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에도 중국에 큰 타격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녹색 사기(New Green Scam)라고 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해 왔으며, 1기 정부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바 있다. 트럼프는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를 육성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전기차가 친환경 운송 수단이라는 점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2.0 시대에는 전기차 우대 취소와 내연기관차 부활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그동안 기후변화를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등을 새로운 주력 산업으로 키워온 중국에 커다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반격

중국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맞불 관세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정부의 관세전쟁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에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해 왔다. 약 1년 6개월을 끌어온 관세전쟁이 2019년 12월 선거를 앞둔 트럼프의 전략 변경으로 무역 협상이 잠정 타결되는 과정에서 당시 중국은 미국 농산물에 대한 2000억달러(약 285조8000억원) 추가 수입을 약속한 바 있으나 동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향후 미·중 간에 유사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이 금액은 크게 증액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관세 부과 대상인 수입 규모가 미국보다 작은 중국은 미국의 기술 통제에 맞서 자원 무기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미국의 규제법 강화에 대응해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 규정(2020. 9.)’ ‘수출통제법(2020. 12.)’ ‘반외국제재법(2021. 6.)’ ‘외국인투자안전심사법(2020. 12.)’ 등을 제정해왔으나, 실효성 면에서 미국에 많이 떨어져 이보다는 더 강력하게 반격할 수 있는 자원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 현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전 중국삼성경제연구원장, 전 한국산업은행 산은경제연구소장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 현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전 중국삼성경제연구원장, 전 한국산업은행 산은경제연구소장

중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자원 무기는 희토류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부존량의 약 36%,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희토류 외에도 다양한 광물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미국은 중국에 대해 갈륨, 천연 흑연, 이트륨 등을 100% 의존하고 있으며, 안티모니(83%), 게르마늄(50%), 텅스텐(50%) 등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들 자원을 무기화하기 위해 중국은 2023년 중 ‘흑연 수출 통제’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희토류 수출 보고 의무화’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 금지 강화’ 등 제반 조치를 제정한 바 있다. 

중국은 최근 실제로 자원을 무기화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중국의 인공지능(AI) 개발과 군사적 활용 등을 제한하기 위해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자, 중국은 즉각 갈륨, 게르마늄, 안티모니 등 ‘이중 용도 품목’의 수출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정책은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2030년까지 신설 예정인 자원 설비 가운데 배터리(70%), 양극재(98%), 음극재(93%), 코발트(95%), 리튬(60%), 니켈(60%) 등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심 산업과 미래 산업에서의 기술 독립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전망이다. 가장 취약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2014년부터 5년마다 반도체 빅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고 있는 바, 올해는 3440억위안(약 67조5616억원)에 달하는 3기 펀드(1기 987억위안, 2기 2041억위안) 조성을 완료하고 투자에 들어갔다. 중앙정부 주도의 펀드가 조성되면 3~4배에 달하는 지방정부 펀드, 국유 은행, 벤처캐피털(VC)·사모펀드(PE) 등 관련 업계의 동반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향후 5년간 약 30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미래 산업 분야라고 할 수 있는 AI 산업은 아직 미국에 뒤처져 있지만, 기술 수준을 나타내는 특허 취득 수는 2022년 기준 전 세계의 61%를 차지해 미국(21%)을 압도적으로 추월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 안보

미·중 갈등 격화에 따라 미국의 디커플링 내지 디리스킹 전략으로 인한 무역 분리, 기술 분리, 기술 표준 분리 등 분절화 현상은 더 강해질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제조업 중시, 투자 주도 정책으로 인한 과잉생산과 밀어내기 수출로 세계는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은 바이든 정부와 달리 동맹이나 가치보다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는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철저한 자국 이익 중심의 국제 무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도 실리 중심의 국익 우선 전략을 채택해 앞으로 닥쳐올 파고를 잘 넘어가야 할 것이다. 특히 기술 전쟁의 시대에 우리 맹방인 미국은 전 세계 원천 기술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술 대국인 바 미국과 기술 교류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원 대국 중국과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도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 우리의 주력 산업인 배터리의 경우 니켈 등 광물자원의 채굴, 제련과 전구체 등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동안 IRA의 영향으로 중국산 원재료와 중간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했으나 여전히 흑연이나 수산화 리튬 등은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급망 측면에서 매우 취약한 구조이며 경제 안보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위험한 구조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중국과 자원 외교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공급망 의존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미·중 양국에 대해 받을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한국 조선업과 협력을 언급할 만큼 미국도 우리 제조업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중국의 경우 미·중 마찰로 공급망 안정이 절실하다. 우리 기업과 정부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