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왼쪽)과 류성룡의 표준 영정 / 조선일보 DB
이순신(왼쪽)과 류성룡의 표준 영정 / 조선일보 DB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협업 사례는 무엇일까. 성웅 이순신 장군과 명재상 서애 류성룡이다. 이 두 인물은 운명적 만남이었고 평생 인연을 이어가며 마침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했다.

이순신은 1545년 서울 남산 자락 건천동에서 태어났다. 대한극장이 있던 자리 인근이다. 이곳을 충무로라고 이름 지은 것도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나중에 외가가 있는 충남 아산으로 이사를 했고 그곳에서 결혼했으니 출생한 고향은 서울이고 제2의 고향이 아산이다.

류성룡은 1542년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리에서 태어났다. 서울 건천동으로 이사해서 이순신 집안과 이웃해 살았다. 이때 또래인 이순신의 형 이요신과 친교를 맺게 되고 동생인 이순신을 알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류성룡은 친구 동생인 이순신의 성품과 재능을 이때부터 알아보았다. 이게 운명적인 만남이다.

이순신이 충남 아산으로 이사한 것은 어머니 초계 변씨의 의지 때문이다. 이순신 집안은 선대가 당쟁과 연루되어 과거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순신 어머니는 직접 임금에게 한글로 호소문을 써서 이를 풀어낼 정도의 담력과 지혜가 있었다. 아들의 장래를 위해 자신의 본가가 있는 아산으로 이사하고 명문가 집안과 혼사를 맺는다. 이순신은 여기서 과거에 합격해 관직에 나가게 된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이순신이 관직에 나아갈 때까지 모든 과정에는 어머니 초계 변씨의 집념이 있었다. ‘이순신 학교’를 운영 중인 윤동한(한국콜마 회장) 박사는 이 점을 주목해 ‘조선을 구한 여인’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이순신을 성웅으로 만든 두 인물은 어머니와 류성룡이다. 

당시 조선은 동인·서인 당파 싸움이 남인· 북인으로까지 쪼개지며 정국이 극도로 혼란했다. 전국을 통일한 일본은 침략의 마수를 조선으로 뻗친다. 왜군을 막을 장수를 뽑아야 할 때 명재상 류성룡은 선조에게 이순신과 권율을 천거한다. 나라를 구한 용인술이다. 이순신을 발탁했을 뿐만 아니라 일곱 단계를 초고속 승진시켜 큰 권한을 주고 책임을 맡겼다. 시기하는 자도 있고 반대 여론도 컸지만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육군 출신인 이순신을 수군으로 전군시켜 바다를 지키게 한 것이다. 육전(陸戰)보다 해전(海戰)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을 어찌 알았을까. 류성룡과 이순신의 인연이 결국 나라를 구했다. 류성룡 연구가인 연세대 송복 교수가 쓴 저서 제목이 ‘서애 류성룡 위대한 만남’이다. 위대한 만남은 바로 류성룡과 이순신의 만남이다. 이순신과 류성룡은 성격과 스타일이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그래서 협업의 시너지가 더 커진 것이다. 이순신은 성격이 매우 강직한 인물이다. 당파 싸움이 심하고 권력 서열이 엄했던 시절이라 관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성품이었다. 발포 수군만호 시절 수군 좌수사가 딸의 혼사에 쓰겠다며 영내 오동나무를 베어서 바치라고 요구했다. 지금의 국방부 차관급 고위직인데 이순신은 단칼에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그 부당함까지 지적해 큰 미움을 받게 됐다. 

류성룡은 비상한 두뇌에 정무 감각이 뛰어났다. 사색당파로 나뉜 정치 역학 관계를 잘 읽어내고 조정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변덕이 심한 선조의 심기까지 잘 파악해 위기 상황을 사전 조정했다. 두 사람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같았더라면 협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늘이 내려준 운명적 협업 파트너다. 류성룡은 전시 총사령관 역할을 했고 이순신은 최전선에서 적군을 물리쳤다.

이순신은 ‘난중일기’를 남겼고 류성룡은 ‘징비록’을 남겼다. 이 기록 또한 완벽한 협업이다. 이 두 권을 함께 읽으면 임진왜란을 알 수 있고 나라를 지킬 대비책을 알 수 있다. 위대한 두 인물이 조선을 구했고 우리 민족을 살렸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당파 싸움은 끝이 없었고 탄핵의 연속이었다. 명재상 류성룡조차도 탄핵 파직될 정도였다. 탄핵의 양상을 보면 당시와 지금은 놀랍도록 똑같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요즘 권력투쟁과 당파 싸움이 깊어지고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 상황이다. 협업과 협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인물이 나와야 한다. 서애 류성룡 같은 정치인, 성웅 이순신 같은 장군은 나올 수 없는 것일까.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