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적인 탄핵 정국의 혼란은 경제 전반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동안 피땀 흘려 쌓아온 국가의 위상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국가의 신뢰도 추락에 따른 경쟁력 상실은 손해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국가 지도자에 대한 자격 검증을 너무 소홀히 한 결과다. 부동산 시장의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시장은 단기 급등에 대한 불안감과 대출금리 상승 및 대출 규제 등으로 하향 조정 추세를 보이는 중이다.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과 향후 지향점 등에 대해 살펴보자.
정국이 혼란스러울 때와 레임덕 상황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은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정책의 실행 주체인 공무원은 당장 정해진 것 외에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 들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시장 흐름이 연쇄적으로 멈춰 서는 경우가 생긴다. 경제는 쉼 없이 돌아가야 하고, 현재보다 미래의 희망을 향해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감당해야 할 부작용이 너무 클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부동산 정책도 큰 변화 없이 추진돼야 한다. 분야별로 점검해 보자.
주택 공급 확대 기조 유지해야
첫째, 공급 정책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공급 확대에 중점을 둬야 한다. 우선 현 정부가 2022년 8월에 발표한 5년간 270만 호 공급을 재점검해야 한다. 공공 택지(신도시), 정비 사업, 기타 민간사업, 기타 비아파트 등 분야별로 목표치를 제시했다. 2년 반인 절반이 지난 시점에 어느 정도 공급 로드맵을 달성했는지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중간 점검해야 한다. 공급 숫자가 자칫 구호에 그치게 되면 물량 부족에 따른 후폭풍은 물리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 그동안 고금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장이 손을 놓은 곳이 많다. 신도시 사업은 토지 보상부터 지체되고, 정비 사업은 남은 규제와 공사비 상승으로 몸살을 앓았다. 기타 민간사업의 대표 격인 도시개발 사업은 부동산금융의 직격탄을 맞아 사실상 멈췄다. 비아파트 건설은 전세 사기와 토지 가격 상승, 공사비 증가 등으로 공급량이 급감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종합적으로점검하고 개선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공급 정책은 단기적인 공급을 위한 것도 있지만, 5년 후나 10년 후의 물량을 중·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특히 3기 신도시 공급은 시작 전부터 용적률을 상향하고, 공원 녹지와 자족 용지 비율을 축소해 20만 호 정도 추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가장 빠르고 쉬운 공급 확대 정책이다.
부동산 수요 압박하는 금융정책 정상화 필요
둘째, 금리정책이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최근 두 차례 내려 3.0%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창구 지도로 대출금리는 급등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 3.51%였던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같은해 10월 4.05%로 두 달 만에 오히려 0.5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총수신 금리는 2.60%에서 2.57%로 0.03%포인트 내렸다. 조달 금리는 낮아졌는데 대출금리는 올라가는,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금리는 시장을 대표하는 기본적인 지표다. 대출금리를 인위적인 가산 금리를 반영해 올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 매수세를 감소시켜 일시적으로 가격을 안정시킬 수는 있겠으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대출이자 상환 부담이 늘기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줄고, 소비 침체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금 전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대출금리를 빨리 내려야 한다. 가계 부채 관리는 우량 대출인 주택 담보대출 규제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할 것이 아니라, 취약 계층과 저신용자 대출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당장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셋째, 대출 정책이다. 정책 수단으로 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대출 자격을 강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지난 9월부터 대출금리 인상과 더불어 한도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상을 정책 자금 대출인 디딤돌대출까지 확대하고 나선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저소득층인 보호 대상을 한순간에 규제 대상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이들이 내 집 마련을 못 할 경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전세나 월세에 머물러야 하므로 더 큰 주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대출을 꼭 받아야 하는 경우 고금리 대출로 밀려나야 한다. 대출 정책은 정상화가 시급하다. 경제 침체 상황에서 지나친 대출 규제는 독이 될 수 있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경제가 나아질 수 있다.
넷째, 세제 정책이다. 가장 먼저 종합부동산세다. 다주택자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는 가장 강력했던 2021년도에 비해 2023년도에는 4분의 1 수준으로 낮춰졌다. 결국 주택 보유 부담이 사라지며 가격의 지지 기반으로 작용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재 60%에서 중간인 80%로 상향이 필요해 보인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조정 대상 지역에서 적용되는데 2025년 5월 9일까지 유예된 상태다. 종전 같으면 유예기간 연장이 예상되었지만 불확실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보유 부담은 조금 늘더라도 퇴로를 위해 양도세 중과는 정상화해야 한다. 다만, 취득세는 새로운 다주택자의 진입을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완화를 철회해야 한다. 조정 대상 지역 위주의 주택 수 산정이 아닌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등 지역별 상시 과세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1~2인 가구 주거난 해소를 위해 소형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 주택을 주택 수에서 지속 제외하는 개편은 필요하다. 1인 가구 위주의 주택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는 상황이라, 가격 상승 우려가 잠재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정비 사업 촉진해야
다섯째, 당장 시급한 입법은 정부가 2024년 8월 8일 발표한 일명 ‘재건축 재개발 촉진법’이다. 절차를 간소화하고 역세권 위주로 용적률을 상향해 사업성을 개선하고 공급 물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반 시설이 양호한 지역인 도심 고밀 개발은 필연적이다. 꼭 필요한 곳에 공급을 늘린다는 차원에서 제격이다. 이 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향적인 입법 검토가 필요하다. 아울러 전국의 재건축 아파트에 적용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도 추진해야 한다.
여섯째,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으로 추진되는 1기 신도시 등의 정비 사업이다. 어떤 정부가 되더라도 진행해야 할 사업이므로 중단은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일산 같은 지역에 낮게 책정된 용적률은 상향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주 대책의 어려움이 있지만, 사업을 빠른 속도로 진행해 자체에서 회전하며 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 상황이 어려울수록 공급 물량 확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향후 시장이 회복했을 때 부족한 물량을 단시간 내 해결할 물리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유를 불문하고 빠른 속도로 내려야 한다. 대출 정책은 경제 불황기에는 오히려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동성 공급이 절실한 시점이다. 세제 개편은 큰 틀을 유지하면서 취득세를 강화하는 대응이 요구된다. 또한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을 위한 입법은 여야를 불문하고 지원해야 한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해 궁극적으로 물량을 늘려 미래의 수요를 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국가적인 위기가 닥칠 때마다 우리 국민은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체득해 왔다. 범국민적인 차원에서 경제 활성화를 이루고 그 안에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