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윙윙거리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드론의 정식 명칭은 UAV(Unmanned Aerial Vehicle·무인항공기)로, 사람이 타지 않고 자동·반자동으로 임무 수행이 가능한 비행체를 뜻한다.
드론 덕분에 개인이 간편하게 공중 촬영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과거 헬기로만 촬영할 수 있었던 험한 장소에서도 드론만 있으면 멋진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무인 택배 서비스, 재해 현장 복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드론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군사력 균형을 뒤엎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드론 전쟁이라고 할 만큼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폭탄을 장착한 드론은 좌표가 정해지면 인공지능(AI) 자율비행으로 좌표까지 날아가 목표를 정확히 타격한다.
드론에 장착된 AI 역할은 계속 커지고 있다. 여기에 AI 기술은 자율성과 실시간 데이터 처리 능력을 중심으로 발전 중이다. 덕분에 드론은 AI를 만나 점차 더 넓은 산업 영역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스스로 탐색하고 추적하는 기능을 강화하면서 군사작전은 물론, 공공 안전, 산업 검사 현장에서 활용성이 주목된다.
드론의 군사 이용 목적… 열기구로 시작
오스트리아 군대는 1849년에 처음 조종사 없이 적진으로 나아가 폭탄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200개의 열기구에 14㎏ 폭탄을 달아 이탈리아 베니스에 투하했다. 이를 무인 공격의 시초로 본다.
지금의 드론과 유사한 장치로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처음으로 사용됐다. 1935년 영국 무선조종 비행체가 공중 사격용 과녁으로 사용됐는데, ‘퀸비(queen bee·여왕벌)’로 불렸다. 이후 미국은 퀸비와 대비된 이름으로 ‘드론(Drone·수벌)’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연구를 시작, 이후 무인기를 지칭하는 단어로 굳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론은 상당히 발전한다. 1940년대 라디오 조종식 ‘라디오플레인 OQ-2(Radioplane OQ-2)’가 개발됐는데, 이는 드론 역사의 중요한 성과로 기억된다. 당시 약 1만5000대의 드론이 생산됐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 국방부는 오사마 빈 라덴 등 주요 테러 용의자를 대상으로한 ‘살상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당시 드론은 정찰뿐만 아니라 직접 미사일을 장착해 적군을 타격하는 목적으로 운용됐다. 이런 군사용 드론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원격으로 테러 용의자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또 공격할 수 있다.
군사용이 아닌, 민간 대상의 레저·상업용 드론의 시초는 프랑스 패럿(Parrot)이 2010년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에서 공개한 쿼드콥터(회전날개(로터)가 4개인 멀티콥터) 증강현실(AR) 드론이다.
현재 세계 최대 드론 기업은 중국의 DJI로, 2006년 중국 선전에서 창업해 현재 전 세계 민용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스타트업 스카이디오가 떠오르는데, 산업용 드론을 주로 만들며, 정보 수집과 정찰 목적의 드론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도 했다.
한국은 대한항공과 한화가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은 레이더 탐지를 어렵게 하는 스텔스 무인기를, 한화는 공격형 드론을 미리 감지하고 대응하는 안티 드론을 개발 중이다. 스타트업으로는 니어스랩이 있다. 뛰어난 자율 비행 드론 기술로 산업용에서 성과를 냈고, 방산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드론 핵심 기술은 AI 영상처리
드론은 비행 물체로, 비행체·프로펠러 및 모터·배터리 등 동력 계통과 전자 제어장치, 항법 시스템, 통신시스템 등 제어 계통으로 구성돼 있다. 드론 제어 기술은 정밀 측위 기술, 항법 기술, AI 영상처리 기술, 자세제어 기술 등이 있다.
정밀 측위 기술은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정확한 위치를 측정하는 기술로, 가속도·각속도·지자계·기압계 등 다양한 센서를 포함한다. 항법 기술은 영상·GPS·관성항법 등을 이용해 출발 지점에서 목표 지점으로 자동으로 이동하는 기술이다.
AI 영상처리 기술은 자율주행에서 가장 핵심으로 떠오르는 분야다. 카메라와 라이다(LiDAR)로 얻은 정보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장애물을 감지하고, 회피 경로를 계산한다. 이를 통해 건물, 나무 등과 충돌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자율 비행에서는 슬램(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이라는 기술이 활용된다.
비행 드론은 무엇보다 자신의 자세를 인지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땅 위에서 전후좌우만 신경 쓰면 되지만, 공중에 떠 있는 드론은 상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과거 드론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는 GPS를 활용했다. 그러나 단일 GPS를 사용하면 오차가 미터 단위로 커져 복잡한 건물 사이에서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실내에서는 GPS 위치 데이터를 원활하게 수신할 수 없다.
GPS가 없는 곳에서는 센서 정보를 기반으로 주변을 탐색하고, 정밀 지도를 만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데, 이 기술은 드론뿐만 아니고 자동차·배·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자율 비행 드론에는 AI 반도체가 필요
드론의 핵심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AI 반도체가 활용된다. 드론의 자율 비행, 데이터 처리, 실시간 의사 결정을 수행할 때 높은 연산 성능과 저전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행 중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기기 자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가 중요하다.
온디바이스 AI는 외부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내부 AI 칩을 통해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분석하고 수행한다. 무선 환경 없이 빠르게 정보에 응답하고,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에도 대응한다.
또 온디바이스 AI는 정보 보호, 저전력 등에서도 장점이 있다. 자율 비행용 센서와 비행 제어장치에 대한 인터페이스, AI 처리 기능을 위한 AI 코어를 가진다.
이런 칩을 공급하는 기업으로는 엔비디아·인텔 등이 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강자 퀄컴도 드론용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2019년 설립된 AI 반도체 스타트업 모빌린트가 있다. 현재 모빌린트가 개발하는 소·중형 드론용 신경망처리장치(NPU)는 10~20TOPS(초당 1조 번 연산)를 구현한다. 중·대형 멀티콥터용으로는 50~100TOPS의 높은 성능과 정확도를 가진 고성능 칩을 개발 중이다. 내년 실증·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드론의 무게와 전력 소모는 비행에서 가장 중요하다. 온디바이스 AI 기술 발전으로, 제한된 무게와 배터리 용량으로도 더 똑똑한 AI를 탑재할 수 있게 됐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도 온디바이스 AI에 도전해 볼 만하다. 고성능·저전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있는 시스템 반도체를 통해 드론 개발·생산 비용을 낮추고, 이를 통해 국산 드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드론 분야에서 성공한다면 다른 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체 AI 반도체의 경쟁력 향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