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법

레드 헬리콥터

제임스 리│이재경 옮김│위즈덤하우스│ 2만4000원│452쪽│12월 4일 발행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여성 패션 브랜드‘애슐리 스튜어트’ 매장 / 셔터스톡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여성 패션 브랜드‘애슐리 스튜어트’ 매장 / 셔터스톡

두 번의 파산을 겪은 여성 패션 브랜드 ‘애슐리 스튜어트(Ashley Stewart)’. 제임스 리가 애슐리 스튜어트의 구제 임무를 받고 이회사의 임시 대표직을 수락했을 때 그는 회사에 단 6개월만 머물 예정이었다.

제임스 리는 미국 이민 2세 한국인으로, 하버드대 로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한 뒤 사모펀드 투자자로 일하다 예기치 않게 애슐리 스튜어트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자본시장에서 적지 않은 경험을 쌓은 그였지만, 파산 위기의 기업을 살려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먼지 쌓인 창고에서 재고를 찾아내고, 성경만큼 두꺼운 운영 매뉴얼을 간소화하고, 사라진 리더십과 신뢰를 되살려야 했다. 

제임스 리는 애슐리 스튜어트를 구원할 키워드를 어릴 적 기억에서 찾았다. 그는 유치원 친구에게 점심을 나눠 준 적이 있는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친절함에 대한 보상으로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빨간 헬리콥터 장난감을 선물로 받았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배운 정(情)의 가치와 비즈니스의 기본인 회계를 결합해 ‘다정함’과 ‘수학’을 생각해 냈다. 

투자자는 애슐리 스튜어트의 매출 감소, 부채 증가, 운영 손실에 집중했지만, 제임스 리는 동네 사랑방 같은 매장, 고객과 직원 간의 유대,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사랑 등을 더 크게 봤다. 그리고 이런 무형자산을 비즈니스와 연결하는 것이 바로 다정함, 즉 그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한국인의 정이었다. 

제임스 리는 직원과 정을 주고받으며 다정함을 하나의 기업 문화로 키워갔다. 직원 간의 정은 고객의 호의를 일으켰고, 이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애슐리 스튜어트는 3년 만에 2000만달러(약 285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V 자’ 회복 곡선을 그려냈다.

“다정함은 착한 것이 아니다. 다정함은 단순한 선의를 넘어, 특정 방식으로 작동하고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표면적으로는 자기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촉구하기 때문에, 다정함은 우리에게 용기와 믿음을 요구하기도 한다. 다정함은 개인에 대한 투자이며 시스템에 대한 투자이다.”

제임스 리는 이 책을 ‘변화에 관한 책’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다정해지기 위해 투자할 것은 시간과 인간애뿐이라고 강조하며 유치원 시절 친구 아버지로부터 배운 다정함에 대한 교훈이 없었다면 애슐리 스튜어트의 부활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임스 리는 과거를 회상하며 “그분은 그 작고 빨간 장난감 헬리콥터에 돈뿐 아니라 시간과 마음도 투자했다. 그분은 그 방식으로 호의라는 실질 자산을 창출했고, 그 호의는 수십 년 동안 조용히 복리로 늘어나 결국 한 회사를 구하고, 천여 개의 일자리를 구하고, 정말로 자격 있는 여성 집단을 위한 안전지대를 지켰다” 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이 들면서 우리는 과한 생각으로 과하게 복잡한 세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어릴 적에 직관적으로 이해했던 본능적 지혜와 인류애의 가치를 잊기 쉽다. 간단하지 않은가? 명심하자. 때로는 간단한 것이 어렵다.”

애슐리 스튜어트를 환골탈태하게 한 그의 리더십은 많은 시민 단체와 기업의 찬사를 받았다. 산업계와 학계는 그를 ‘자본과 목적을 결합해 사람, 브랜드,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저명한 투자자이자 CEO’ ‘모든 사람이 지식, 기회, 자본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자’라고 평가한다. 그는 민간 부문 활동 외에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 경영대학원, 듀크대 법학전문대학원, 하워드대 존 H. 존슨 기업가정신 석좌교수로서 연단에 서고 있다. 그가 쓴 이 책은 2024년 4월 미국 출간 이후 ‘USA 투데이’ 비문학 1위, 아마존 경영 자서전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의 ‘다정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성장의 약속은 계속될 것인가

투기 자본주의

피에르이브 고메즈│김진식 옮김│ 민음사│1만8000원│300쪽│ 12월 29일 발행 예정

미래의 번영에 대한 약속 때문에 부채를 기꺼이 감수하게 하는 ‘투기’. 저자는 금융화와 디지털화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투기 자본주의 시스템의 성장과 진화를 설명한다. 오늘날 경제와 사회를 움직이는 투기성을 기반으로 현대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책이다. 현지 언론으로부터 “추리소설처럼 흥미롭게 읽히는 현대자본주의에 대한 탐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100억 부자가 된 쓰레기 아저씨 이야기

나는 매일 남이 버린 행운을 줍는다

요시카와 미쓰히데│이정환 옮김│ 여의도책방│1만9000원│288쪽│ 11월 19일 발행

전용 집게를 들고 매일 쓰레기를 줍는 연 매출 500억원 기업 경영자의 이야기. 8년간 100만 개의 쓰레기를 줍게 만든 원동력은 다름 아닌 ‘행복’.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를 탐구하는 데만 20억원을 들인 끝에, 그는 행복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습관으로 ‘쓰레기 줍기’를 택했다. 그저 기분 좋으려고 쓰레기를 주웠을 뿐인데 예상치 못한 행운을 만난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한국인에게 커피는 무엇인가

커피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

진용선│틈새책방│1만9000원│388쪽│11월 30일 발행

전통차보다 커피를 더 사랑하는 나라, 한국. 한국인에게 커피란 무엇일까. 이 책은 40년 동안 한국에 커피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보여주는 커피 문화사다. 커피를 연구하고 강의하는 ‘커피 인문학자’인 진용선 시인이 한국이 커피의 나라가 된 이유를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따라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다사다난하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성장한 커피 문화사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전기차에서 AI, 우주를 담은 마스터플랜의 현주소

일론 머스크 플랜3

이진복│미래의창│ 1만8000원│316쪽│11월 28일 발행

‘테슬라 생태계’의 가장 큰 특징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선순환. 이 생태계는 철저히 일론 머스크의 마스터플랜 아래에 추진됐다. 책은 일론 머스크의 마스터플랜과 이미 현실이 된 플랜을 바탕으로, 앞으로 테슬라가 바꿀 산업 지도와 미래 가치를 살펴본다.절대적인 찬양이나 비난,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팬데믹을 예견한 목소리는 왜 묵살되었는가

세계 감염 예고

마이클 루이스│공민희 옮김│ 다섯수레│2만4000원│384쪽│ 11월 30일 발행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의 심층을 파헤치는 르포르타주. 저자는 팬데믹 초기 미국의 대응 과정을 조명하며,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 관료제의 한계와 제도적 비효율성을 폭로한다. 그 안에서 치열하게 싸워온 의사와 과학자의 뒷이야기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깨닫게 한다. 책은 과거를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한 교훈을 제시하며 여운을 남긴다.

1954~2021년을 회상하다

자유(Freedom)

앙겔라 메르켈│세인트 마틴│ 40달러│720쪽│11월 26일 발행

16년간 독일 총리로 재임한 앙겔라 메르켈의 회고록. 1990년까지 동독과 그 이후 통일 독일이라는 두 개의 독일 국가에서의 삶을 반추한다. 서독 출신 남성 정치인이 점령한 곳에서 동독 출신 메르켈 총리는 어떻게 독일기독교민주연합 최고위직에 올라 여성 최초 총리직을 쟁취했을까. 그리고 그는 어떻게 서방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인 중 한 명이 되었을까. 무엇이 그녀를 이끌었을까.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