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여파로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경색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 여부, 다음 대선 결과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향후 시장 상황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앞선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 영향으로 2025년 하반기부터 재건축이 쏟아질 것이다. 경기 분당, 평촌 같은 1기 신도시와 인접 단지 시세가 오를 것이다.”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여기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더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출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간 건수는 2024년 11월에 이미 전년도보다 2만여 건 많은 13만 건에 육박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2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전년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주택 거래도 급감하고 있다. 급기야는 강남권 신축 분양 아파트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부동산 매매 차익을 활용해 ‘집으로 집을 사는’ 시기는 지났다”며 “자산 불리기가 목적이라면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기보다 다른 투자와 병행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채 대표는 애널리스트 출신 부동산 전문가로, 유튜브 채널 ‘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채 대표를 만나 2025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물었다.

2024년 부동산 시장 상황을 되짚어 보자면.
“2023~2024년에 시장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부동산 시장이 민간 주도로 돌아갔는데 2023년부터 정책금융 시대로 변했다.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정책금융을 과감하게 풀었을 때 시장이 활성화됐고 정책금융을 급격히 줄인 2023년 9~12월에 하락장이 나타났다. 2024년엔 신생아특례디딤돌대출을 연초부터 풀면서 정책금융이 상반기에 집중됐다. 하반기에는 민간 대출 전체에 대한 규제가 들어가면서 약세장이 됐다. 2025년 이후에도 결국은 정책금융과 민간 금융과 관련한 정부 방향이 시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비상계엄을 계기로 새해 부동산 시장 전망도 바뀌었을 것 같다.
“앞선 사례를 보면 탄핵 정국 3개월 동안은 시장이 빠르게 경색되는 경향이 있었다. 헌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시장이 얼어붙은채로 유지될 것이다.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된다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부동산 정책이 이어질것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영향으로 재건축에 속도가 붙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대로 탄핵안이 인용된다면 시장이 상황을 지켜보느라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다.
다른 측면으로는 2020년 이후 부동산 시장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2026년에 입주가 적으니까 2025년에 강세장이 온다’는 식의 유추는 먹히지 않는다. 2023년, 2024년에 그랬듯 가계 대출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할지 그리고 가계 대출과 관련해 정부가 어떤 규제를 내놓을지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거로 생각한다.”

미국 대선도 세계경제 주요 변수 중 하나였다. 미 대선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나.
“국내 경기가 미국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보다는 부동산 수요자가 (투자 등으로) 소득을 얻는 미국의 자산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가 더 중요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는 구매력, 즉 돈을 이야기한다. 돈은 경상(급여소득 등)과 비경상(투자 수익 등)이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은 연봉 인상보다 미국 주식시장이 어떻게 되느냐가 국내 부동산 시장의 수요에 더 큰 영향을 준다.
2024년 부동산 거래 자금 조달 계획서를 보면 ‘주식을 처분해 집 사는 데 보탰다’고 답변한 비율(30대 기준)이 10% 후반이다. 2022년에는 4%밖에 안 됐다. 미국의 금리정책이 미국 자산시장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국내 투자자의 부동산 구매에 영향을 주는 구조가 공고해질 거로 생각한다.”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완화될 여지는.
“부동산 양극화 문제를 조금 다른 층위로 해석하고 싶다. 사람은 돈이 생기면 본인이 선호하는 데 돈을 쓰고, 그 선호는 거래에 반영된다. 그래서 2023~2024년 고가 주택 지역과 학군지의 집값이 올랐고, 광역시나 지방 도시는 약세였다. 초저출산이 큰 화두가 되면서 서울 밖 지역에 대해서는 회피 심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학군지도 마찬가지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도 심화하면 심화했지, 완화하지는 않을 거로 생각한다.
단순하게 ‘고가 주택만 더 비싸진다’는 차원을 넘어 ‘비소멸 지역’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 같다. 실제로 고가는 아니어도 아파트가 모여있고 학군이 좋은 지역은 선호가 높아졌다. 나 홀로 단지 아파트는 원래부터 비선호가 있었지만 학교가 사라질 거라고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극도의 기피 현상이 보인다. 그래서 같은 서울이라 하더라도 학군지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지, 가격만 쫓아서 움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해 부동산 시장 호재는 무엇인가.
“서울의 경우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할 것 같다. 도정법 개정으로 안전 진단 없이도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바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재건축 열풍이 불 것이다. 경기도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 지구가 지정돼 이를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할 것 같다. 도정법은 용적률이 300%지만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은 450%다. 같은 너비의 땅이어도 건물을 더 높게 올릴 수 있으니, 2025년은 건설사가 치열하게 수주전을 벌이고, 이것이 시장에 큰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 같다.”
유주택자가 갈아타기에 나서도 좋다고 보나.
“약세장에서는 고가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기 때문에 갈아타기 좋은 시점이다. 특히 34평형보다는 25평형이나 39평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러냐면, 25평형과 34평형은 면적만 다르고 평면 타입은 방 3개, 화장실 2개로 똑같다. 39평형부터 방이 4개가 된다. 그래서 3~4인 이상 가족이라면 39평형, 3인 이하 가구라면 25평형을 추천한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에게 조언하자면.
“2025년에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등 여러 청약이 있다. 아파트 밀집 지역에 청약을 넣기를 추천한다. 지금 수도권 청약 상황을 보면 나 홀로 단지나 가구 수가 적은 아파트는 몇달 뒤엔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전환하는 등 결과가 좋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는 3기 신도시 청약을 하는 것이 좋다. 이 지역은 계속해서 개발돼 도시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 주목할 만한 지역을 꼽자면.
“1기 신도시 재건축은 경기 분당이나 평촌 등이 재건축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재건축 단지의 인접 단지까지도 시세가 오를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지역에 주택을 갖고 있다면 굳이 갈아탈 필요 없이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가도 될 것 같다. 서울은 목동이나 상계, 양천, 노원 등이 새해부터 안전 진단 없이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단지 중심으로 정비 사업 수주전이 벌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