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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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부터 시작된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효과가 2025년 하반기부터 실물경제에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증시에는 3~6개월 정도 선(先)반영된다고 봤을 때 새해 상반기 증시는 (지금보다) 좋아질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2024년 12월 20일 인터뷰에서 “국내 증시는 큰 틀에서는 박스권 장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새해 초 저점을 다진 후 상반기 중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AI 서비스 및 인프라 관련주(株)의 과도하게 팽창한 밸류에이션은 증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 - 서울대 경제학 석사, 전 교보생명 이코노미스트 /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 - 서울대 경제학 석사, 전 교보생명 이코노미스트 / 미래에셋증권
박 센터장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 불확실성의 직접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오히려 비상계엄 쇼크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을 방어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박 센터장은 “2024년 10~11월 두 차례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연 3.00%까지 내려왔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25년 상반기 중 두세 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 같은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국내 증시의 반등 에너지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고 낙관적인 경기 인식이 확산하면 국내 증시의 본격적인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반도체주 중심의 반등이 시작되면 SK하이닉스가 증시 주도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4년 하반기 코스피 지수를 2900선에서 2500선으로 밀리게 한 것은 삼성전자 등 국내 증시를 이끄는 기업의 실적 둔화와 미국 대통령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의 무역정책에 대한 우려였다. 2025년 반등의 기회는 이 부분에 있을 것 같다. 2024년 4분기 기업 실적이 발표되고,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으로 관세 등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완화하는 새해 1~2월 중 저점을 다지는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흥미롭다.

“트럼프가 공약한 10~20% 보편 관세는 일단 부과할 것 같다. 그러나 협상용 관세 부과일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하 인플레·물가 상승) 여건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을 무리하게 사용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정부가 일단 관세를 부과하고 각 무역 상대국과개별 협상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룰 경우 관세를 유예하거나 감면하는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미국에 어떤 카드를 줄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을 뿐이다. 수출 자체가 불확실성의 영역은 아닐 것으로 본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이 새해 증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정치적 불확실성이 정상적인 법적 절차를 통해 완화되고 있어서, 정치 리스크는 영향력이 소멸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 측면에서는 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어떤 가능성인가.

“경기 후퇴로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이미 단행한 상황에서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정국 상황이 경제 심리 위축으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을 더 확대할 수 있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새해 상반기 중 한국은행이 두세 차례 금리 인하를 추가로 단행할 수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 근원 물가 상승률 모두 1% 중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더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금리 인하를 종료했을 때 최종 금리 수준도 현재의 시장 컨센서스(약 2.25%)보다 낮은 1%대로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고금리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기준금리를 4.25~4.50%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새해 추가 인하 여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한다. 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될 경기 여건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증시는 강세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새해 미국 증시는 2024년만큼 기대 수익률을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상승세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이와 관련, 2025년 미국의 GDP 성장률을 2.01%로 전망한 연준은 향후 1년간 금리 인하 전망 횟수는 4회에서 2회로 축소했다.

미국 경제의 ‘나 홀로 성장’으로 달러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새해에는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의 회복 전환을 기대하고 있어서 달러 강세가 완화될 것이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은 강달러를 유발할 수 있다. 생산 시설의 미국 이전 등으로 산업자본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 시설을 미국에 짓는 과정에서 기계 설비 등 자본재 등을 수입해야 한다. 자본재 수입으로 인한 무역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융 투자 자금의 미국 순 유입으로 인한 달러 강세가 완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기 순환 차원에서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할 수 있어서 경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달러가 지금보다 약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저금리와 약달러를 선호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트럼프 시대 대응 차원에서 새해 투자하면 좋을 국내 증시 섹터가 있다면.

“네이버 등 인터넷 서비스주, SM 등 엔터테인먼트주, 게임주 등이 상승 여력이 있을 것 같다. 제조업과 달리 트럼프발(發) 무역 분쟁 등에 자유로운 이런 섹터의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을 고객에게 권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실적 성장세가 견고한 조선주와 전력기기주 등의 섹터도 투자 기회가 있을 것 같다.”

2024년 미국 증시를 주도한 엔비디아 등 AI 성장주는 최근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새해 증시 주도주는 어느 섹터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하나.

“큰 틀에서 AI가 주도하는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다. 엔비디아는 AI GPU 가속기 블랙웰에 큰 문제가 없으면, 영업이익 등 실적에 기반한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다. 올해 강세장을 주도한 매그니피센트7(M7) 중 테슬라를 제외한 AI 관련 주식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 그러니까 실적이 개선된 만큼 주가가 오르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2024년 하반기 미 증시가 약간 정체된 느낌을 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장의 관심이 팔란티어 등 AI 소프트웨어, 아이온큐 등 양자역학 기업 등으로 쏠렸고, 이들 주가와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올랐다. 이런 분위기는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IT(정보기술) 서비스 업체의 주가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M7 중심으로 가는 것이 좀 더 안전한 전략이 될 것 같다."


정원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