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등 세계 곳곳에서 고통스러운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구촌은 우울한 성탄절을 맞았다. 2022년 2월 24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속에서 두 번째 성탄절을 맞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의 아이들이 2024년 12월 25일 전통 복장을 입고 크리스마스캐럴을 부르며 행진하고 있다(큰 사진).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 영향력 지우기’의 일환으로 율리우스력 기준 1월 7일에 지키던 성탄절을 100년 만에 12월 25일로 옮겨 기념했다. 러시아가 겨울을 겨냥해 최근 발전소 등 기반 시설에 공격을 강화한 탓에 우크라이나는 또다시 전기, 난방, 물 공급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가자 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성가족교회에서는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이 성탄절을 사흘 앞둔 12월 22일에 성탄 미사를 집전했다(사진 1). 피자발라 추기경은 “기독교 세계뿐 아니라 전 세계가 여러분과 함께한다. 그러니 전쟁이 끝나고 우리는 재건할 것”이라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요르단강 서안 도시 베들레헴에서는 매년 성탄절에 축하 행사를 떠들썩하게 진행하지만, 2024년 성탄절엔 트리와 퍼레이드, 캐럴 등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약 70㎞ 떨어진 가자 지구에서 전쟁으로 2만 명 넘게 숨지면서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이스라엘군은 성탄 전날에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공습을 이어 갔다. 목격자에 따르면, 성탄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가자 지구 남부 라파, 칸 유니스 등지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집중돼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바티칸의 성베드로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에게 두 전쟁의 종식을 위한 협상과 대화를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무기 소리가 조용해지기를,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협상의 문을 열어 대화하고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서는 “그곳에 휴전이 있기를, 인질이 석방되기를, 굶주림과 전쟁으로 다친 이들에게 지원이 가기를”이라고 기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성베드로대성전의 성문(聖門)을 열고, 2025년 가톨릭 희년(禧年)의 시작을 알렸다(사진 2). 희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로, 성년(聖年)이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