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임원진을 포함한 미국 부동산 부문 인력이 대거 은퇴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10년이면 직급을 막론하고 미국 부동산 전체 인력의 40%에 육박하는 100만 명 이상이 은퇴 연령에 이른다. 범산업 평균(23%)뿐 아니라 은행업(23%)과 보험업(24%) 등 여타 금융 서비스 산업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비율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은퇴가 임박한 부동산 전문 인력 중 상당수가 고위 직급이나 임원진에 속한다는 것이다. 딜로이트는 향후 10년 내 현재 부동산 부문 리더십 중 59%인 76만1000명이 은퇴 연령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누가 이들을 대체할 것인가. 현재 부동산 부문 리더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차세대 리더에게 전수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늙어 가는 부동산 전문 인력
미국 부동산 업계는 중위 연령이 48.9세로 보험업(44.0세), 은행업(43.5세), 금융 투자업(43.1세), 신용업(41.9세) 등을 포함한 금융 서비스 산업 중에서 가장 높다. 또한 미국 내 직원 수 100만 명 이상인 모든 산업을 비교했을 때에도 부동산 부문의 중위 연령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미국 평균 은퇴 연령은 남성 64.7세, 여성 62.1세인데, 부동산 부문은 2023년 기준 총인력의 13%가 이미 65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산업 평균인 7%, 여타 금융 서비스 산업 평균인 5%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리더십에서 65세 이상 비율은 25%로 더욱 높다.
부동산 부문 인력의 고령화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젊은 세대 인력 확보가 부진하고 경력직 의존도가 높은 데다, 구시대적 직능과 인력 관리 프로세스, 낡은 조직 문화 등이 새로운 인력의 수혈을 가로막고 있다. 산업 전체 인력의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트렌드를 심화하고 있다. 2023년 미국에서 은퇴 연령을 넘긴 인구 중 취업 비율이 약 20%로, 30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차세대 리더십 구축하려면 선제적 투자해야
부동산 기업은 단기 전략에 리더십 전환 및 승계 계획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특히 차세대 리더십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모든 직원이 리더십 역량을 갖추고 있거나 리더십 역할을 맡을 의향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리더십 가능성이 있는 인력의 비율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2033년까지 35~54세 직원은 현재 수준에서 매년 1% 증가해 총 1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이들 중 41%는 이미 리더십 역할을 맡고 있어, 2033년 공석이 될 76만1000개의 리더십 자리를 채울 35~54세 직원은 78만9000명밖에 남지 않는다. 다시 말해 리더십 여유 인력이 고작 2만8000명뿐인 셈이다. 은행업(72만3000명 이상) 및 보험업(49만2000명 이상) 등 여타 금융 서비스 산업에 비해 매우 적은 수치다.
지금까지 미국 수치만을 살펴봤지만 한국 기업이라 해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부문의 최고경영자(CEO) 승계 계획 중 약 50%는 CEO 교체가 확정된 후에야 시작된다. 리더십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이처럼 수동적으로 행동하면 사업 연속성이 깨질 수 있으며, 특히 승계 시기가 매끄럽게 맞물리지 않을 경우 사업에 더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리더십 승계 계획은 수년이 걸리는 작업이고, 판단 오류 시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원진 임명에 대한 이사회의 최종 결정이 최장 18개월까지 걸릴 수도 있다. 따라서 은퇴 절벽에 대비하는 것은 이사회 차원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향후 10년 새 베이비붐 세대(1955~64년생) 중 상당수가 은퇴 연령에 이르기 때문에, 차세대 리더십은 X 세대(1965~80년생),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와 더불어 Z 세대(1997~2010년생)까지 포함할 수 있다. 이들 차세대 리더는 기술 도입, 조직 문화와 운영 방식 전환, 지속 가능성 등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부동산업의 진화를 주도할 수 있다. ‘딜로이트 2024 MZ 세대 서베이’에 따르면, 밀레니얼과 Z 세대는 이미 소속 기업 내에서 고객에 대한 제품 및 서비스 오퍼링뿐 아니라 다양성·공정성·포용성(DEI) 노력, 자기 계발, 일과 삶의 균형에 있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 근로자는 갈수록 소속 기업에 기대하는 바가 많아지는 만큼, 차세대 인력을 확보하는 전략도 변화해야 한다. 기업은 부(富)의 불평등 해소, 정신 건강 지원, 기후 행동 우선시, 단기적 노력(일회용품 사용 중단 등)과 장기적 전략(친환경 사무실 입지 및 공급망 등)에 대한 직원 참여 장려 등을 통해 MZ 세대를 포함한 직원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분명하고 합리적인 하이브리드 업무 정책과 직급을 망라한 구성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직 문화 등으로 젊은 세대 근로자를 확보할 수 있다.
리더십의 세대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부동산 부문은 차세대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구축 및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 인력이 조직 내 리더십 위치에 올라갈 때까지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이전 세대 인력이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양방향 지식 공유 및 멘토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문 인력이 상대적으로 경험이 미숙한 후배에게 핵심 섹터와 리더십 구축 및 관계 구축 스킬을 전수할 수 있다.
반대로 젊은 세대 직원은 비공식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선배의 디지털화를 도울 수 있다. 또 부동산 기업은 스킬 기반 접근법을 도입해 인력 개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과거의 지시 및 통제 기반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부서를 넘나드는 조율과 통합 시스템으로 전환을 이뤄야 한다. 그래야만 지식의 격차를 좁히고 젊은 세대 직원이 리더십을 갖도록 대비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승계 계획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지속적이고 선제적인 실행 방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경영진과 이사회는 사업 연속성에 초점을 맞춰 리더십 전환과 주기적 점검이 가능하도록 승계 계획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계획은 사업 및 경제 사이클에 따라 수정해 기업과 인력 파이프라인이 예상하지 못한 환경 변화에도 지속·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기업은 임박한 은퇴 절벽에 지금 당장 대비를 시작하고 인력 파이프라인 강화를 우선 사안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사회가 주도해 선제적 승계 계획을 수립해, 젊은 세대 리더의 확보와 개발에 힘을 쏟고, 핵심 이해관계자가 은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관리 실패 지점을 파악하고 보충할 수 있는 적절한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모두 이뤄져야 사업의 연속성을 지키고 차세대로 순조롭게 리더십 전환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