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0.25%포인트 인하한 2024년 12월 18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내렸고, 중립 금리 수준에 현저하게 접근했다” 고 밝혔다. 중립 금리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가속하지 않으면서도 고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질금리 수준이다. 경제 발전이 이뤄진 선진 경제에서는 중립 금리가 하락 추세이지만, 최근 미국 경제는 중립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중립 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에는 2.50% 안팎으로 추정됐으나 최근에는 3.50%로 올라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월 의장 발언은 미국의 중립 금리 상승을 인정한 것이다.

신동준 숭실대 금융경제학 겸임교수 - 서강대 정치외교학, 경제학 석사, 중앙대 경제학 박사, KB증권 현 S&T부문 상무, 전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WM CIO), 전 리서치센터장 전 미래에셋증권 Trading부문 운용전략실장, ‘대전환기의 투자전략’ 저자
신동준 숭실대 금융경제학 겸임교수 - 서강대 정치외교학, 경제학 석사, 중앙대 경제학 박사, KB증권 현 S&T부문 상무, 전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WM CIO), 전 리서치센터장 전 미래에셋증권 Trading부문 운용전략실장, ‘대전환기의 투자전략’ 저자
신동준 숭실대 금융경제학 겸임교수(KB증권 S&T부문 상무)는 최근 인터뷰에서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했기 때문에 금융에 비해 실물경제의 중립 금리가 높아졌다”면서 “탈세계화와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 미국의 재산업화 등이 중립 금리를 높이고 있다” 고 말했다. 미국의 중립 금리 상승은 글로벌 경제의 고금리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의 기준금리 전망을 취합한 도표)에서 2025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3.40%에서 3.90%로 높였다. 이에 따라 이날 뉴욕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51%까지 치솟았다. 신 교수는 “미국의 중립 금리 상승은 고금리, 고물가, 강달러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이에 따른 자산 배분 투자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2024년 9월(연 5.25~5.50%)부터 1.00%포인트 인하했지만,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 3.60%대에서 12월 4.50%대로 올랐다. 어떻게 봐야 하나.

“지금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0%)로 내리더라도 장기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가 나쁘지 않은데 인플레이션이 완화됐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낮추는 현재의 보험성 인하는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경기가 나빠져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장기금리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금리가 뉴노멀이라는 이야기는 금리가 단순히 높아졌다는 것뿐 아니라 장기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장기채 투자자의 손실 위험이 커졌고, 주식 투자자에게도 좋지 않다.”


자료=한국은행·인베스팅닷컴
자료=한국은행·인베스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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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금리 상승은 재정 적자 때문인가.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를 초과할 정도로 미국의 재정 적자는 임계점에 와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저축 등으로 자금 공급이 더 많았던 미국 경제가 자금 수요가 더 많은 상황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정부의 자금 수요가급증했다. 메디케어 프로그램 등 복지 관련 지출을 포함한 의무 지출이 재정 지출의 60%가 넘는다. 재량 지출 26% 중에는 국방비도 포함됐기 때문에 정부가 의지를 갖고 줄일 수 있는 지출이 많지 않다. 올해 정부의 순이자 지출 규모가 처음으로 국방비를 초과했다. 향후 10년간 미국 재정 적자의 60%가 순이자 지출에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있다. 막대한 국채 발행 비용이 재정 적자를 누증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런데 미 국채를 매입해 주는 수요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미 국채 발행잔액 중 연준과 외국인 투자자 보유액이 60~70%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45% 안팎으로 떨어졌다. 국채 발행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어난 현상이다. (외국인 등의 보유 비중 하락으로 인한) 갭(gap)을 미 국채에 대한 개인 투자가 메워주고 있었지만, 장기금리 상승세가 지속하고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약해지면 개인 투자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 속도가 더 가팔라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나 홀로 성장하고 있고, 미국 증시는 역대 최고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다 미국에 있다. 과거에는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미국의 정보기술(IT)주(株)가 하락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재무구조가 취약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 IT 기업은 높은 영업이익률 등 재무구조가 탄탄해졌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등 IT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올라간 것은 전통적인 자산 배분 전략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어떤 방향인가.

“금리가 하락했던 과거에는 장기물 채권을 매입해서 만기 보유하고, 장기 상승 추세인 주식은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코스피 등 지수 기반 상품을 적립식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는 우상향하고, 주요 증시 지수는 횡보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자산 배분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단기 채권을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주가가 우상향하는 종목이 많은 섹터 상품을 매입해서 장기 보유하는 전략을 권고하고 싶다. 금리 수준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단기 채권을 매입해서 만기 보유 후 다른 단기 채권 상품으로 ‘롤 오버(roll over·만기 상환받은 자금으로 다른 상품에 투자)’하면 고정적으로 일정 수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어떤 섹터에서 우상향 수익을 기대할 수 있나. 종목이 아닌 섹터에 투자하는 이유는.

“인공지능(AI), 바이오 헬스케어, 그린 테크 같은 섹터는 주가의 장기 우상향이 기대되기 때문에 자본 차익 실현이 가능해 보인다. 2024년 주가가 급상승한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7(M7) 등은 주로 AI 인프라 구축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대 수익률 관점에서는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AI 서비스 기업에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종목이 아니라 섹터 단위 투자를 권하는 이유는 AI 서비스 관련 기업이 대부분 작거나 스타트업 수준일 가능성이 커서다. 제2의 엔비디아, 아마존이 될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종목 투자를 권유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이상적인 자산 배분 조합은.

“성장성 좋은 위험 자산은 한국 코스피, 수익이 일정한 고정자산 투자는 미국 채권의 조합이 전통적인 모델이었다. 그러나 2013년을 기점으로 코스피와 S&P500의 기대 수익률이 역전됐다. 지금 성장주는 미국 주식이고, 국내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강달러는 고정자산 투자 수익률 기준을 바꿔 놓고 있다. 원화로 미국 채권을 매입하면 환율의 높은 변동성을 견뎌내야 하는데, 안정적인 채권 투자 개념을 벗어난다. 환율 변동성을 헤지할 경우 투자 수익률이 낮아진다. 자산 배분 관점에서 환율 위험이 없는 원화 단기 채권을 매입하는 게 수익률 관점에서는 미 국채를 사는 것보다 불리하지 않다. 그러니까 고정 수익을 위한 투자는 원화 단기 채권, 성장성이 뛰어난 고수익 투자는 미국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신흥 시장 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나.

“일단, 미국에서 노후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투자 기회가 늘어나는 데 신흥국을 쳐다볼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신흥국 투자에 관심을 둔다면,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면서 ‘탈(脫)중국’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는 ‘알타시아(Altasia)’ 지역을 주목할 수 있다.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의 괜찮은 기업과 중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AI 관련 기업 등으로 구성된 알타시아 ETF를 만들면, 투자 기회를 찾는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정원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