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특정 동작을 하면 로봇이 의도를 파악해 그에 맞는 힘을 보조한다. 사람을 로봇에 맞추지 않고 로봇이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다. / 사진 조선비즈
사람이 특정 동작을 하면 로봇이 의도를 파악해 그에 맞는 힘을 보조한다. 사람을 로봇에 맞추지 않고 로봇이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다. / 사진 조선비즈

이동이 불편한 환자를 치료하는 수단으로 최근 로봇이 사용되고 있다. 옷처럼 입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재활 로봇도 그중 하나다. 지금까지 개발된 보행 재활 로봇은 대부분 정해진 동작을 단순히 반복하도록 개발됐다. 기계적 동작에 집중하다 보니 환자 의도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사람을 로봇에 맞춘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사람에 게 맞춘 로봇’을 목표로 2017년 재활 로봇 전문 기업인 엔젤로보틱스를 창업했다. 로봇이 환자가 원하는 보행 형태를 파악하고 최적의 자세로 필요한 만큼 힘을 보탠다.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보행 재활 로봇 ‘엔젤렉스 M20’은 이미 전국의 의료기관 100곳 이상에 들어갔다. 최근 대전의 엔젤로보틱스 선행기술연구소에서 공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만나 엔젤렉스 M20 개발의 여정을 들었다.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 서강대 기계공학 석사, 미국 UC 버클리 로봇공학 박사, 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전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 서강대 기계공학 석사, 미국 UC 버클리 로봇공학 박사, 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전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

‘엔 젤렉스 M20’을 소개해달라.

“엔젤렉스 M20은 웨어러블 보행 재활 로봇이다. 사람이 특정 동작을 하면 로봇이 의도를 파악해 그에 맞는 힘을 보조한다. 사람을 로봇에 맞추지 않고 로봇이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다. 웨어러블 로봇 발바닥에 접촉 센서가 있어, 환자가 걸을 때 발바닥에 가해지는 미세한 힘의 변화와 움직임으로 동작 의도를 읽는다. 미리 입력해 둔 일어서기, 앉기, 평지 보행, 평지 보행(스마트), 계단 오르기, 서 있기, 스쿼트 등 일곱 가지 모드와 다양한 신체 동작에 맞는 힘을 제공한다.”

어떤 환자가 사용할 수 있나.

“뇌졸중 환자는 물론 소아 뇌성마비와 파킨슨병, 척수손상 환자도 사용할 수 있다. 재활 효과도 임상적 결과로 증명됐다. 지난해 7월 소아 뇌성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시험에서 뚜렷한 보행 기능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번 임상 시험은 향후 로봇 재활 건강보험 급여 대상을 뇌졸중 환자에서 뇌성마비 아동으로까지 확대하는 데 좋은 근거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엔젤렉스 M20의 국내외 인허가 계획은.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덕분에 국내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22년 의료 기기 3등급 허가를 받았다. 말레이시아 대한재활병원에 엔젤렉스 M20 두 대를 공급했으며, 임상과 인허가를 함께 진행 중이다. 올해 유럽 CE 인증을 마무리하고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태국·싱가포르·홍콩·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유럽 등에 수출할 예정이다.”

또 개발 중인 제품은.

“엔젤렉스 M20보다 착용이 간편한 경량형의 재활 치료 로봇인 ‘엔젤슈트’를 개발 중이다. 새해 4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엔젤슈트 H10(엉덩관절)은 병원 또는 가정에서 저강도의 재활이 필요한 환자가 사용할 수 있어, 재활 기관은 물론 정형외과, 신경외과까지 시장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보조 관절에 따라 엔젤슈트 K10(무릎관절), 엔젤슈트 A10(발목관절)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유병훈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