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미쳤니?’ ‘우리 팀장님 미친 거 아냐?’
우리는 일상에서 ‘미쳤다’는 용어를 자주 쓴다. 뭔가 사리에 맞지 않는 엉뚱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수식어다. 그런데 ‘미쳤다’라고 하는 의미가 애매모호하다.
정신과에서 ‘미쳤다’고 할 때 기준은 무엇일까. 간단하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는 ‘현실 판단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다. 현실 판단 능력이 없다는 것은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 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다. 내부 세계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든 세상이고, 외부 세계란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가 비정상의 제1 기준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남자가 길을 가는데, 지나가는 여자가 길바닥에 침을 뱉었다. 이 남자는 저 여자가 자기를 무시하는 신호로 침을 뱉었다고 오해한다. 그리고 여자를 뒤쫓아가서 무차별 폭행을 했다. 이 남자는 미친 것이다. 외부 세계의 그 여자는 심한 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길바닥에 침을 뱉었는데, 남자의 내부 세계는 그 행동을 자기를 무시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자기 생각을 외부 세계와 견주어서 다시 생각해 보고, ‘그럴 리는 없을 거야’ 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한다. 하지만 미친 사람은 자기 생각과 밖의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둘째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남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이 비정상의 두 번째 기준이다. 머릿속으로저 여자가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을지라도 그냥 지나가면 아무도 그 사람이 미친 줄 모른다. 괴상한 행동이 나타나야 비로소 비정상임이 드러나는 것이다.

셋째는 병식(病識)이 없는 것이다. 병식이란 자기가 문제가 있다는 깨달음이다. 묻지 마 폭행자에게 ‘당신은 망상증’이라고 하면틀림없이 자기를 미친놈 취급한다고 화낼 것이다. 현실 판단 능력이 없고,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자기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망상증’이다.
이런 망상증이 특별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는 것도 어찌 보면 망상증의 하나다. 남들은 뻔히 안 되는 걸 아는 데도 본인만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현실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주변에서 만류해도 엉뚱한 행동을 하는 사람, 그러고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우리도 한 번쯤은 “너 미쳤냐?”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어쩌다 한 번 하고 다시 제정신을 차리면 다행인데, 거의 매번 그런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다.
살다 보면 때로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서 현실 판단을 못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혹 나도 모르게 빠질 수 있는 비정상 상태, 그 예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내 주위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이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타인의 의견을 잘 수용하면 ‘미쳤다’는 소리 듣고 살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