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이틀째인 2024년 12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촛
불행동 회원들이 집회를 갖고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이틀째인 2024년 12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촛 불행동 회원들이 집회를 갖고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연말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부동산 시장도 새해부터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정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 청구를 인용하면 대통령선거가 다시 치러질 수 있다. 물론 반대로 기각될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은 규제 혹은 규제 완화 수위를 결정하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부동산은 장기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벤트’ 성격이 강한 정치적 변수보다는 부동산 시장이나 금융시장의 미시적 변수를 더 주목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니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거래 감소 속 가격 약세’라는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자가 관망세를 보여서다. 과거의 유사 사례를 보자. 지난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본격화됐을 때 주택 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일단 수요자의 심리를 반영하는 거래량이 뚝 끊겼다. 정치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서울 아파트를 보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16년 10월만 해도 1만245건에 달했다. 하지만 국회가 두 달 뒤인 12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하자 거래량은 4225건으로 뚝 떨어졌다. 2017년 1월에는 3731건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내린 3월에는 8594건으로 늘어났고 그해 5월에는 1만4825건으로 V 자를 그린 듯 급증했다. 거래량이 줄자 가격 역시 내림세를 보였지만 낙폭은 심하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2016년 12월(-0.6%)과 2017년 1월(-0.28%) 두 달 연속 하락했지만 2017년 2월에는 보합세(0%), 3월에는 0.79% 올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2004년 3월부터 헌법재판소가 기각을 선고한 5월까지 아파트 가격의 경우 서울은 0.85%, 전국은 0.54% 각각 올랐다. 정치적 변수가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주었지만, 장기간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과거의 경험치를 너무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은 여러 변수에 의해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유기체 같은 것이다. 과거의 사례가 그대로 반복된다고 볼 수 없으니 그냥 참고 정도만 하면 좋을 것이다.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간 힘겨루기

2025년 주택 시장은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간 시소게임 양상이 될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2024년 12월) 현재 연 3%인 기준금리를 2025년에 두세 차례 인하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럴 경우 기준금리는 연 2.25~2.5%로 낮아진다. 금리 인하는 금융 비용 감소로 투자수익률이 올라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4분기 이후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도 내려가고 있는 요즘 주택 시장에 적지 않은 단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2025년 7월에는 대출 규제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의 모든 가계 대출에 가산 금리를 부여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라면 대출 규제는 돈줄을 막는 것이다. 수영장 물로 비유하면 한쪽에서는 더운물을, 다른 한쪽에서는 찬물을 주입하는 격이다. 두 핵심 금융 변수 이슈에 따라 주택 거래량이나 가격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 2025년에는 부동산 시장에서 ‘변동성이 뉴노멀’이라는 말이 회자할 가능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대체로 박스권 유지할 듯

서울 아파트는 최근 저점이었던 2023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18.9% 올랐다. 고점(2021년 10월) 대비 90% 가까이 회복했다. 단기간 가격 급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없지 않다. 따라서 2025년에 상승 랠리를 보이기는 힘든 상황이다. 1%대로 떨어진 경제성장률과 정치적 불확실성도 수요자의 심리를 짓누를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하 국면인 데다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로 크게 하락할 것 같지도 않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6만4425가구로, 2024년보다 27%(9만9426가구) 줄어든다. 이는 2013년 입주 물량 이후 가장 적은 양이다. 요즘은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하다. 신축, 즉 입주 물량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크다는 것이다. 공급 부족 불안 심리는 침체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회복기나 상승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2025년 아파트값은 큰 폭의 상승도, 큰 폭의 하락도 없는 지루한 박스권 양상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전세 시장은 다소 불안해질 수 있다. 전세는 투기적 수요가 없고 당장 실수요를 반영하므로 입주 물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세 시장에선 공급 감소에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더욱이 전세 대출은 변동 금리가 주류를 이뤄 금리 인하 시 고가 주택 전세 중심으로 수요 증가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셋값이 불안해지면 매매 시장도 덩달아 불안해지고 갭 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제도권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일종의 ’세입자 금융‘인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매수 심리가 살아있다는 전제하에서다. 다만 서울 지역 아파트 기준으로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60%를 넘어서야 한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2024년 11월 현재 54%이다. 즉 60%를 넘어서면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으므로 이 수치 역시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게 좋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 뉴스1

실수요자의 대응법

새해에 내 집을 꼭 장만해야겠다면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의사 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매입가를 최대한 낮추라는 주문이다. 구체적으론 급매물과 시세보다 싼 신규 분양받기라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길 권하고 싶다. 기존 매매 시장의 경우 서울은 고점 대비 10~15%, 수도권과 지방은 20% 이상 싼 매물을 중심으로 선별 매수를 하는 것이 좋다. 신규 분양은 항상 관심을 두되 너무 비싼 분양가는 피해야 한다. 지방에 미분양이 넘치는 이유는 분양가가 너무 높아 소비자가 외면하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인정하더라도 주변 시세보다 10% 이상 비싼 곳은 신중해야 한다.

상품별로는 새해에 아파트는 그나마 거래되겠지만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은 활성화하기 어렵다. 실제로 2024년 1~8월 지방 5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주택 매매 시장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86.2%에 달했다. 아파트 매매 비중은 지난 2020년 75.7%에 불과했으나 점차 늘어 2023년 84.7%가 됐다. 아파트만 압축 거래 현상이 갈수록 심하게 나타나는 셈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핵심 수요층인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사이에서 아파트 편식 현상이 강한 것과 맞물려 있다. 이런 아파트 거래 쏠림현상은 2025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금리, 입지 못지않게 구조적 소비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한때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안전 상품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소비의 디지털화 현상에 내수 경기 위축으로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금리만 보고 투자했다가는 세입자를 못 구해 애를 먹을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