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신입사원의 출생 연도를 듣고 깜짝 놀란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OECD 국가 근로자 중 27%는 Z 세대(1997~2010년생)이며, 최근 기업에서는 Z 세대 구성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Z 세대는 향후 기업 성패를 좌우할 주요 인적자원이다.
한국리서치 정기 조사 ‘여론 속의 여론(2023)’에 따르면, Z 세대의 65%는 자신 세대가 다른 세대와 다르고, 59%는 Z 세대끼리비슷한 속성을 공유한다고 여긴다. Z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스마트폰·소셜미디어(SNS) 등 디지털 기술과 친밀하다. 필요한 정보를 직접 검색하고, 스스로 선택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익숙하다. 또 X 세대(1965 ~80년생)인 그들의 부모는 권위주의적인 양육 방식보다 선택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더불어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서 자라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하는 환경에 익숙하다.
이런 Z 세대 구성원의 특성을 강점으로 활용해 성과를 내려면 임파워링 리더십(em-powering leadership)이 중요하다. 임파워링 리더십은 구성원에게 명확한 목표·권한·책임·지도를 줘 맡은 일에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걸 뜻한다. 어떤 리더는 “무조건 맡겼다가 큰 실수가 나면 어떡하죠?”라고 한다. 리더가 해야 하는 일의 권한까지 주라는 의미가 아니다. Z 세대 구성원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임파워링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인간적 신뢰를 형성하라
임파워링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Z 세대를 ‘사람’ 자체로 존중하고, 인간적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경영 관리 분야 권위자 켄 블랜처드(Ken Blanchard)는 인간적 신뢰를 구축하는 네 가지 요소로 ‘ABCD 신뢰 모델’을 들고 있다. 첫 번째 A(able·할 수 있는)는 서로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다. 여론조사 업체 갤럽이 2023년 2월 미국 성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Z 세대 근로자 약 40%는 일주일에 몇 차례씩 인사 관리자에게 업무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리더가 Z 세대를 인정하면 그들 스스로 능력자로 인지하는 동기부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때 선행돼야 할 것은 리더가 먼저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두 번째 B(believable·믿을 만한)는 상대가 윤리적·도덕적인 사람이라는 믿음이다. Z세대는 환경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지속 가능성을 중요시한다. 또 브랜드가 사회적 가치와 윤리를 중시하는지를 보고, 상품을 선택한다. 그런 만큼 리더는 Z 세대에게 자신이 윤리적, 도덕적인 사람임을 알리고,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세 번째 C(connected·연결된)는 서로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서로의 발전을 돕는다는 믿음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Z 세대는 ‘업무 관련 역량이 증진됐다고 느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성장 욕구가 강한 Z 세대에게 ‘리더가 나의 발전을 돕고 적극적으로 소통한다’고 느낄 수 있게 믿음을 줘야 한다. 함께 일하는 다른 구성원에게도 배울 게 있다고 느껴야 신뢰가 형성되므로, 리더는 팀 내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D(dependable·믿을 수 있는)는 업무에 대한 약속을 지킨다는 믿음이다. 경영 컨설턴트이자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Leaders eats last)’의 저자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은 “리더십은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리더의 약속 이행은 조직 내 신뢰 구축의 가장 핵심이다.
이해와 납득을 전제로 업무 권한을 위임하라
Z 세대는 전통적인 명령·통제 방식보다 신뢰와 책임을 기반으로 한 업무 분배가 효과적이다. 이때 유용한 도구는 CHAT 매트릭스다. CHAT 매트릭스는 ‘핵심(core)’ ‘즉각 위임(hands-off)’ ‘자동화 또는 제거(abolish or automate)’ ‘가르치며 위임(teaching dele-gation)’ 네 가지로 일을 분류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위임하는 것이다.
‘핵심’ 업무는 대부분 리더가 직접 챙겨야 할 전략적이고 급한 업무로, 구성원 업무 역량에 맞게 일부 위임할 수 있다. ‘즉각 위임’ 업무는 급한 업무로 전략적 시각을 갖춰야 하는 리더가 업무 권한을 역량과 역할에 맞게 구성원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자동화 또는 제거’ 업무는 가급적 최소화하거나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예컨대, 팀의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업무는 리더가 직접 관리하지만, 자료 조사나 발표 준비 등은 Z 세대에게 맡겨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메일 응답이나 단순 보고서 작성은 즉각 위임하거나 자동화해야 한다. ‘가르치며 위임’하는 업무는 Z 세대에게 가장 중요하다. 성장이 중요한 Z 세대에게 단순·반복 업무가 아닌, 가르치며 위임하는 방식으로 도전적 과업과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CHAT 매트릭스를 활용해 업무를 체계적으로 분배하면 Z 세대는 역할에 책임감을 느끼고, 조직 목표에 기여하는 환경을 만든다. 이는 팀 전체의 성과로 이어진다.
항상 살피고, 길잡이가 돼 줘라
임파워링 리더십 성공의 키(key)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이다. 권한 위임을 했다고 해서 리더의 역할이 끝나는 건 아니다.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돼 줘야 한다.
Z 세대는 짧은 시간 내에 핵심 정보를 얻는 것에 익숙하다. 짧고 간단한 것에 익숙한 그들의 특성에 맞춰 간결히 전달하는 원 포인트(one point) 피드백이 필요하다.
특정 상황 행동과 영향을 간결히 전달하는 방법으로 ‘S.B.I.’가 있다. S.B.I는 상황(sit-uation), 행동(behavior), 영향(impact)의 앞 글자를 딴 피드백 방식이다. ‘어떤 때와 상황(S)에서 구성원의 어떤 태도와 행동(B)이 어떤 영향(I)을 초래했고, 무엇이 잘되고 잘못되었는가’의 순서로 얘기한다. 이에 맞춰 수시로 피드백한다면 Z 세대는 ‘나와 나의 업무에 관심을 갖고 있구나’라고 여기며 업무를 할 때 동기부여가 더 될 것이다.
임파워링 리더십은 단순히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경험과 통찰력을 통해 구성원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 여정이다. 기업에서 빠르게 비중이 늘고 있는 Z 세대는 온라인에서 지식을 찾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며, 성장한다. 이전 세대에게 익숙한 전달식 학습이 아니다.
리더는 Z 세대에게 권한을 위임해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창의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임파워링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Z 세대는 조직에서 존중받는 느낌을 받으면 더 몰입하고, 큰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Z 세대는 조직 내 중요 인재로 성장한다.
Z 세대는 미래 리더로 자랄 잠재력이 있다. 그들의 특성과 요구를 이해하고, 적절히 지원하면 Z 세대는 조직에 혁신과 성장을 가져올 것이다. 리더는 이들의 길잡이가 돼야 한다. 임파워링 리더십은 권한 위임에서 시작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피드백을 통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