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에 진입한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와 같은 선진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고령 인구 증가 속도는 세계 1위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로 분류되는데, 우리는 2018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후 초고령사회가 되기까지 불과 7년이 소요되었다. 일본의 경우 11년, 이탈리아의 경우는 19년, 독일의 경우 36년이 걸렸다.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선 2021년의 첫 번째 데드크로스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의 영향이 컸던 반면, 2025년 찾아올 두 번째 데드크로스는 극단적 저출산이 원인으로, 올해부터 인구 감소가 본격화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및 전망(2024)’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2024년 5200만 명에서 2072년 3600만 명으로 감소한다. 이 중 약 절반인 1700만 명이 고령 인구가 된다. 더욱 심각한 지표는 노년 부양비다. 이 지표는 15~64세 생산연령인구 1명이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몇 명을 부양해야 하는지를 나타낸다. 한국의 노년 부양비는 2024년 27.4명에서 2072년 104.2명으로 3.8배 증가한다. 지금 우리는 생산연령인구 3.6명이 고령 인구 1명을 부양하고 있는데, 약 50년 후에는 생산연령인구 1명이 고령 인구 1명을 부양해야 한다. 50년 후 먼 미래가 아니더라도, 불과 25년 후인 2050년에 생산연령인구 1.3명이 고령 인구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성인 네 명이 노인 한 명을 나누어 업고 뛰는 것과 성인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업고 뛰는 것의 차이를 상상해 보면 한국 경제와 미래 세대의 부담을 체감할 수 있다.
사실 국가 소멸을 말해주고 있는 수많은 인구통계학 지표에 대해 우리는 체념한 듯 너무 무감각해진 것 같다. 인구통계학 지표는 향후 30년간 거의 확정적이다. 기적이 일어나서 올해 갑자기 출생아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고 해도, 이들이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결혼과 출산에 기여하기까지는 약 3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매년 출생아 수가 사회에 미치는 실질적 효과는 최소한 한 세대인 약 30년이 경과한 후에야 가시화하기 때문에, 2050년까지의 인구 추계는 거의 정해져 있다. 더군다나 저출산 기조를 되돌리기에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하다.
관세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1월 20일(현지시각) 취임하면서, 미국과 교역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주요 국가의 경제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2017년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기에도 한국의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었던 중국 경제의 상황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정치인은 나라를 망치려고 등장한 집단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부분이 가장 절망스러운데,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집단 가운데 사익을 어느 정도 희생하고 공익에 헌신하려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사회의 수혜를 그 누구보다 많이 받은 지도층이 나라가 망해가는 와중에 자기 몫을 더 차지하겠다고 아귀다툼하는 모습에 누가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어 하겠는가.
/셔터스톡
필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 경제를 바꿀 수 있는 여력과 시간은 10년 정도 남은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가장 대표적인 근거는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연령 진입 시점이다. 1964~74년생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나라 단일 세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들은 954만 명으로 인구의 18.6%를 차지한다. 2024년부터 이들이 법정 은퇴 연령(60세)에 진입하기 시작하여, 향후 10년 후면 모두 은퇴 연령 진입을 완료한다. 만약 국민연금 보험료율이나 건강보험료율, 소득세 면세 기준을 그대로둔 채 현재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건강보험 혜택, 기초연금과 복지 체계를 유지할 때 미래 세대의 부담은 어떻게 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3년 세입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 부담률은 2010년 22.4%에서 2022년 32.0%로 12년 사이 9.6%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증가율이다. 국민 부담률이란 국세와 지방세 수입에 사회보험 납부금, 공적 연금 기여금으로 구성되는 사회보장 기여금을 더해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지표다. 향후 고령화에 따른 의무 지출 증가 속도를 반영한다면 우리의 국민 부담률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완전히 은퇴 연령에 진입하기 전에 연금 개혁에서 ‘누가 얼마만큼 지불하고, 누가 얼마만큼 혜택을 받을 것인가’라는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서울대 경제학, 미국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전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자본과 인구의 이동이 자유로운 세계화 시대다. 한국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자본이 이미 한국을 떠나고 있다. 2024년 원·달러 환율의 종가는 1472원을 돌파하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상태가 유지된다면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인재가 가장 먼저 빠져나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소득의 50%를 고령 인구 부양을 위해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면 한국에 남아있거나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10년 이내에 획기적인 구조 개혁이 없다면 우리는 모두 서서히 가난해질 것이다. 확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