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4년 12월 31일 신년사에서 도널드 트럼프(이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에 따른 외부 불확실성을 경고했다. 또 중국 경제의 신구(新舊) 성장 동력 교체에 따른 진통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과거 방식에 의존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번 신년사는 트럼프가 1월 20일(미국 시각) 취임하는 첫날 캐나다, 멕시코, 중국산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의 공헌대로 관세가 실행된다면 미·중 긴장은 더욱 고조된다. 시 주석의 발언에는 외부 불확실성에 대해 중국 경제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각국 정부의 최고 책임자는 매년 신년사에서 지난 한 해 정책 홍보와 새해의 기대와 희망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올해 중국 매체는 신년사가 민생과 글로벌 비전을 강조했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2025년 중국 경제는 걱정거리가 산적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가 장기 침체 상태이며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유 기업의 임금 체불과 삭감 사례가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가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가혹한 불확실성이 맴돌고 있다.
트럼프 관세, 中 경제 직격탄⋯해결책 마련 쉽지 않아
트럼프의 복귀로 인한 혼란은 중국 경제에 즉각적이고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중국이 합성 오피오이드인 펜타닐의 대미 공급을 억제하지 않을 경우 즉시 10% 추가 인상을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 경제성장률을 2%포인트 이상 떨어뜨릴 수 있다고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관세가 얼마나 빨리 인상될 것인지, 트럼프가 정말로 그렇게 높은 수준까지 밀어붙일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의 공언대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일자리 부족으로 가계와 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2024년 9월 발표한 경기 부양책의 강도를 더 높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소비자와 투자자의 경계심이 커진 상황에서는 기대 효과를 내기 어렵고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 카드를 뽑을 수도 있지만 자본 유출을 촉발하고, 선진국과 통상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현재 중국 경제는 세 가지 위기 국면이다.
첫째,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미약한 경제성장세다. 투자와 부동산을 기초로 하는 전통적인 성장 방식의 약발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 소비는 ‘제로 코로나(Zero Corona·코로나19 확진자 제로 위한 봉쇄 정책)’ 종료 후 예상했던 반등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둘째, 정책 선택의 모순 상황이다. 중국은 2024년 7월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 회의(제20차 당대회 3중전회)에서 야심 찬 구조 개혁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 이후 세부적인 액션 플랜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2024년 발표했던 많은 개혁안이 2013년 이래 10여 년간 나왔던 내용과 유사하다는 데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구조 조정과 개혁은 중국을 중소득 국가에서 고소득 국가로 전환하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지만 당장 발등의 불인 경제 부양의 필요성과는 본질적으로 상충한다는 점도 문제다.
셋째, 힘든 선택이다. 대외 환경은 계속해서 더 위험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트럼프의 복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해 온 미·중 관계의 큰 틀을 어떤 형태로든 전환할 것이다. 미국과 무역 전쟁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지만, 국내 경제와 대미 관계를 동시에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中, 공공 소비 촉진·인프라 건설 주력할 듯
2025년 중국 경제는 최종 수요의 향방에 주목해 보아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수출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었으나, 2025년에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 외에도 중국과 신흥 시장 국가 간의 관세 추가 인상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출 환경 악화는 제조업 투자와 소비 등 내수로 전이되어 국내 수급 구조와 물가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2025년 주요 과제로 전방위적인 국내 수요 확대를 첫 번째로 꼽았다. 소비 촉진 및 투자 확대를 위한 양적 위주의 정책이 예상된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경제구조의 재조정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2024년의 수출 실적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지만, 이는 주로 ‘가격으로 물량을 대체’한 결과였다. 2025년에는 2024년과 같은 가격 우위에 의존한 수출 고성장이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 유력 증권사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60%까지 인상하더라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미치는 영향은 0.3%포인트 미만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이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미치는영향이 크지 않다면 미·중 간 관세 합의는 어려울 수 있다.
한편,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수출 증가분은 주로 신흥 시장국에서 발생했는데, 이들 국가와 중국의 산업구조가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협력 관계보다는 경쟁 관계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23년 초부터 2024년 9월까지 미 달러 기준으로 중국의 수출가격지수는 15%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다른 주요 신흥 시장의 수출가격지수는 3% 이내에 그쳤다. 저가 수출 선점 전략은 중국과 신흥 시장국 간 이해관계 충돌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일부 신흥 시장국이 2025년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중국의 수출 환경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제조업 투자 증가율 또한 2025년에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하위 업종에서 공급과잉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조업 전반의 생산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진다. 또한, 대외 수요 약화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제조업 투자를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2025년 중국 경제는 안정화 조치와 경제성장 대책으로 양분해 볼 수 있다. 안정화 조치에서는 주식시장 지원, 부동산 시장 불안정성 해소, 금융 리스크 예방, 지방정부 재정 상태 개선,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 중·저소득층 소득 증대 등이 주요 우선순위로 올라와 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 경제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성장 대책에서는 수출과 민간(기업) 투자가 불안한 상황에서 공공 소비와 인프라 건설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