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올리비아 핫세가 입은 긴 소매의 엘리자베스풍 드레스와 섬세한 자수 디테일은 당시 패션 흐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 그녀는 르네상스 복고풍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보헤미안 감성과 고전적 우아함을 완벽히 조화시켰다. 줄리엣 패션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영화 속 드라마틱한 실루엣과 따뜻한 컬러 팔레트는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패션 모두에 영감을 줬고, 비슷한 스타일의 드레스가 대중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은 그녀의 영화 의상에서 영감받아 1970년대 컬렉션에 르네상스풍 드레스를 선보였다. 또한, 대중적인 패션 브랜드도 올리비아 핫세 스타일을 재해석한 보헤미안 드레스와 블라우스를 선보이며 뉴 로맨티시즘의 유행을 이끌었다.
동시에 올리비아 핫세의 메이크업 룩은 내추럴 뷰티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당시 유행하던 화려한 아이 메이크업과 과장된 립 컬러 대신, 올리비아 핫세는 은은한 립 틴트와 얇게 그린 아이라인 그리고 맑고 생기 있는 피부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그녀의 내추럴 메이크업은 현대 뷰티 트렌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로 룩(glow look·건강한 생기의 피부 표현을 강조하는 광채 룩)에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전 색조에 집중하던 메이크업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한 피부 본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2020년대에 급부상한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Glossier)와 샬롯틸버리(Charlotte Tilbury)에서 선보인 글로 메이크업 라인이 올리비아 핫세의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에서 영감받았다고 전해진다.
최근 디올의 포에버 글로우 컬렉션에서도 올리비아 핫세를 발견하게 된다. 광고 캠페인 속에서 디올 모델인 여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와 블랙핑크의 지수는 자연스러운 긴 생머리에 은은한 내추럴 광채 피부를 빛내고 있다. 올리비아 핫세 이미지의 2024년 에디션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올리비아 핫세는 긴 생머리를 대표하는 불멸의 아이콘이다. 풍성하고 매끄러운 긴 생머리 스타일의 완벽한 초상이다. 그녀의 긴 생머리는 순수함과 고혹적인 매력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영화 속 줄리엣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녀의 머리는 긴 길이와 풍성한 볼륨 그리고 부드러운 텍스처로 유명했다. 지금까지도 긴 생머리의 청순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올리비아 핫세를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할 정도로 생머리 룩의 레전드다. 당시 여성들이 지나치게 세팅된 헤어 스타일이나 부스스한 히피 헤어 룩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케어된 생머리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로레알(L’Oréal)과 팬틴(Pan-tene) 같은 글로벌 헤어 케어 브랜드는 올리비아 핫세의 머릿결을 연상시키는 윤기 나는 생머리를 광고 캠페인의 주요 이미지로 활용했다.
긴 생머리와 함께 영화 속 ‘줄리엣 헤어’도 웨딩과 스페셜 이벤트 헤어 스타일로 사랑받는 클래식이다. 줄리엣 헤어는 센터 파트(center part·중앙 가르마)가 특징이다. 5 대 5로 정갈하게 가르마를 타 귀를 살짝 덮도록 라운드로 모양을 잡은 올림머리 스타일은 지금도 웨딩 헤어의 정석으로 사랑받는다. 양옆으로 머리를 가늘게 땋아 뒷부분에 묶어주는 반묶음 머리와 느슨하게 땋아 내린 머리도 올리비아 핫세가 유행시킨 줄리엣 헤어다. 1996년 현대적으로 리메이크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을 맡은 클레어 데인즈와 2013년 리메이크된 ‘로미오와 줄리엣’의 헤일리 스테인펠드도 영화 속에서 반묶음 머리 스타일의 줄리엣 헤어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