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시내. /이은영 기자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시내. /이은영 기자

“그간 스리랑카가 해외 투자자에게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부패 때문이다. 새 정부는 부정부패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다.”

하르샤나 수리야페루마(Harshana Soori-yapperuma) 스리랑카 재무부 차관은 2024년 12월 현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스리랑카는 대통령이 재무부 장관을 겸임하고 있어 수리야페루마 차관이 우리 정부의 기획재정부 장관 격이다.

스리랑카는 국가 채무가 누적된 상태에서 2019년 부활절 테러와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거치며 경제가 악화했다. 결국 국가 부도를 선언,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게 됐고 2년 뒤인 2024년 9월 새 대통령을 맞았다. 전 정부에 대한 반발로 ‘초보 좌파 대통령’ 아누라 디사나야케 신임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게 됐다. 

경제를 회복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이어 맡은 새 정부는 잇달아 열린 총선에서 예상을 꺾고 좌파 성향의 거대 여당이 탄생하면서 개혁 동력을 갖추게 됐다. 상업 수도 콜롬보에 인천 송도와 비슷한 경제특구 ‘포트시티 콜롬보(Port City Colombo)’를 조성해 투자를 유치 중이다. 이곳을 싱가포르 같은 ‘남아시아의 산업 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수리야페루마 차관에게 앞으로의 국정 운영 각오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하르샤나 수리야페루마 스리랑카 재무부 차관 / 스리랑카 스리자야와르데네푸라대 MBA,  말레이시아 경영과학대 박사, 전 알마스홀딩스 이사, 전 스리랑카 증권거래위원회(CSE) 이사
하르샤나 수리야페루마 스리랑카 재무부 차관 / 스리랑카 스리자야와르데네푸라대 MBA, 말레이시아 경영과학대 박사, 전 알마스홀딩스 이사, 전 스리랑카 증권거래위원회(CSE) 이사

취임한 지 3개월이 됐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기를 시작했나.

“여당은 지난 정권에서 국회 의석을 세 석밖에 얻지 못했는데, 이번 총선에서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국민이 당을 믿어줬고, 정부는 이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선거운동 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이 (좌파 성향인) 현 정부가 집권하면 기업을 강제로 인수할 것이고, 국민의 자산을 빼앗을 것이라며 오해했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이 우리 의무다. 외국 정부와 투자자에게는 우리는 사업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정부는 투자 유치와 관련해 실용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다. 이전 정부와는 다른 이런 행보 때문에 스리랑카 증시는 역사상 가장 높은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IMF 협상 내용을 이어간다고.

“그렇다. 대통령은 취임 전에도 기존의 IMF 프로그램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례로 IMF가 제시한 조건 중 구제금융 중 일부 금액을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하라는 조건이 있었는데, 앞선 정부에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돈은 받았지만, 국민과 나누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이를 인지한 즉시 농민 비료 보조, 어민 보조금 지원,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실시했다.”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경제 회복을 위해 IMF와 어떤 방안을 또 논의 중인가.

“정부는 세수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간 세금을 충분히 걷지 못한 것은 부패 때문이었다. 국고로 들어와야 하는 돈이 부패 공직자 주머니로 빠져나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IMF와 세수 증가 목표를 설정했다. 2024년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세금이 걷혔을 것이다.”

외환보유액 목표는 얼마나 되나.

“외환보유액이 100억달러(약 14조7370억원)에 이르면 국가가 편안한 위치에 있을 것 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연간 수출액 목표를 180억달러(약 26조5266억원)로 잡았다. 2030년엔 연간 수출액을 450억달러(약 66조3165억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국내 산업이 생산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며, 신뢰 회복과 세제 혜택으로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일 것이다.”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할 방법은.

“부정부패 척결이다. 모든 정치인은 국민과 동일하게 법을 적용받게 될 것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스리랑카에서 사업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우리는 사업을 평가할 때 정치인과 관계가 아니라 자본력, 산업에 대한 전문성, 마케팅 네트워크 역량 등을 평가할 것이다. 정치인에게 주는 커미션 규모가 아니라 능력만을 볼 것이다.” 

Plus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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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자얀타 페르난도 /스리랑카 노동부 장관 겸 경제개발부 차관
아닐 자얀타 페르난도 /스리랑카 노동부 장관 겸 경제개발부 차관

“단기적으로는 농업과 관광, 중장기적으로는 정보기술(IT), 물류, 에너지, 해양 산업이 스리랑카의 미래다.”

2024년 12월 스리랑카 콜롬보 대통령궁에서 만난 아닐 자얀타 페르난도(Anil Jayantha Fernando) 노동부 장관 겸 경제개발부 차관과 G. M. 라살 데이비드슨 아폰소(G. M. Rasal Davidson Aponso) 대통령 비서실 수석 부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아직 스리랑카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안정되고 있는 단계가 맞다”면서 “지속 가능한 금융 안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 스리랑카 투자는 바겐세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경제 회복 전략을 물었다. 

경제 회복을 위한 장단기 전략은 무엇인가.

페르난도 “단기적으로는 농업과 관광이다. 연간 400만~500만 명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중기적으로는 IT다. 스리랑카는 IT 인재가 풍부하다. 스리랑카를 IT 국가로 만들겠다. 또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섬나라이고 항구가 발달해 물류 산업을 키우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분야다. 2050년 탄소 중립에 대비하기 위해 2030년까지 RE100을 70%가량 실현할 계획이다. 이 모든 것의 근간은 디지털 경제다. 산업 정보를 데이터화해 투명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다.”

G. M. 라살 데이비드슨 /아폰소 스리랑카 대통령 비서실 수석 부실장
G. M. 라살 데이비드슨 /아폰소 스리랑카 대통령 비서실 수석 부실장

아폰소 “스리랑카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기술 인프라가 부족해 해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에서 나오는 국내총생산(GDP)은 1%뿐이다. 얕은 바다에서 하는 어업이 대부분이고, 깊은 바다에서는 제대로 된 산업을 일구지 못하고 있다. 환경적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양 관광, 해양 광물자원 산업을 키울 것이다. 또 관광객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적극 지원하려 한다.”

가장 해결이 시급한 숙제는.

페르난도 “부정부패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정치 카르텔을 어떻게 끊어내는지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관료주의, 세 번째는 IMF 제약 조건이다. 네 번째는 인구 절반 이상이 정부 보조금을 신청할 만큼의 빈곤이다. 

또 한 가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것은 극단주의다. 그간 전쟁은 없었지만 2019년 극단주의 테러가 발생하는 등 국민이 일상에서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그러다 지난 선거에서 무슬림과 타밀족, 싱할라족이 최초로 한 정당에 투표했다. 모든 집단이 우리를 뽑았다. 갈등을 해소할 금 같은 기회다.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 의무다. 해결할 자신 있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극단주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콜롬보(스리랑카)=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