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와 중국이 적극적으로 스리랑카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인프라 지원 사업을 오랫동안 해 왔다. 우리 기업이 현지에 단독 투자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해외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면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
2024년 12월 주스리랑카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이미연 대사를 만나 국가 부도와 사상 첫 좌파 대통령의 등장으로 격변하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우리 기업이 어떤 기회를 누릴 수 있을지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리랑카와 우리나라 간 경제 교류 현황은.
“1977년 수교해, 상대적으로 수교 역사가 짧다. 과거 우리 기업이 스리랑카에 진출했던 때가 있었으나, 비용 효율이 더 좋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옮겨 갔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악재가 이어져 투자 환경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단독 투자하기엔 부담이 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에 참여하는 형식이 주를 이룬다.
다만 건설 분야에서 현대건설과 경남기업이 존킬스(Johns Keells)의 주상복합건물 ‘워터프런트 리조트(Waterfront Resort·일명 시나몬라이프)’ 건설 사업을 수주해 2024년에 준공했다. 무상 원조 사업 중엔 코오롱이 가장 활발하게 물관리 사업을 하고 있다. 현지 사업은 아니지만 현대글로비스가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구를 환적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스리랑카는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어떻게 외교 균형을 맞추느냐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도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 공세가 있었고, 인도에서도 스리랑카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도 두 나라의 대형 프로젝트가 이어질 걸로 예상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면, 스리랑카 입장에서도 큰 이점이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 일본이 자국의 국제협력기구인 자이카(JICA)를 통해 스리랑카에 지원 사업을 굉장히 많이 해 왔다. 2년 동안 중단됐던 신공항 사업을 최근 다시 시작한다고 한다. 여기에도 한국 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있다.”
새 정부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대선은 스리랑카 역사상 최초의 야당 승리다. 아누라 디사나야케 신임 대통령은 사회주의 운동에 관여한 좌파 성향 인물이지만, 의원 활동을 오래 했고 해외를 자주 오가면서 실용주의적인 성향도 갖췄다. 사회주의적인 측면이라고 하면 소외 계층 무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공기업 민영화를 주장한 전임 대통령과 달리 국가 핵심 전략 산업을 국가 소유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꼽을 수 있는데, 스리랑카 상황을 보면 타당한 주장으로 보인다.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 전반이 반부패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 쇄신을 통해 부패를 척결하고 투명성을 강화해 투자를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안팎에서 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